호치민 북클럽 [지금 여기, 내 마음]
김영하 작가가 TV에 나와 이야기했었다.
“소설 속 이야기와 인물에 감정 이입을 하다보면, 나와 전혀 다른 상황에 있는 인물일지라도 공감을 하는 어떤 지점을 만나면서 자기 자신을 이해하게 된다.”
'타인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말이 매우 설득력있게 들린다.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를, 이야기로 읽으며 상상하고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나 자신을 받아들이게 한다는 말. 그렇게 내 마음의 근력이 커지고 내 삶이 확장된다는 말. 그것이 소설이나 이야기가 가진 힘이라는 생각을 했다.
김연수 작가님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나 역시도 살아오며 내가 만났던 이야기, 소설들 덕분에 조금 더 괜찮은 삶을 살아낼 수 있었으려나. 어떤 이야기가 내 삶에 스며들었을까. 소설 속 누군가의 어떤 생각이나 말이, 내 안에 들어와있을까.
북클럽지기의 책 소개글)
[2022년, '소설가들이 뽑은 올해의 소설'로 선정된 김연수 작가의 단편소설집입니다. “외적으로도 바뀔 수밖에 없는 일들이 벌어진” 시간을 건너온 현대인들의 사랑과 삶을 바라보는 이야기들이 담겨있습니다. 이 소설집을 함께 읽으며 '시간'과 '삶'을 바라보는 이야기를 나누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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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작가님의 <이토록 평범한 미래>를 선정하여 단편집 중에서 몇 개의 이야기를 골라 북클럽에서 다루었다. 개인적으로 단편 소설로 독서모임을 한 것은 처음이었는데, 호흡이 긴 장편보다 집중해서 읽을 수 있으니 좋았고, 짧은 이야기를 저마다의 시선으로 깊이 있게 분석하고 각자의 관점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매우 뜻깊은 시간이었다.
생각질문 01.
20대의 나는, 내 삶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었나요?
그때의 나는 무엇이 중요했는지, 무엇에 흔들렸는지, 무엇을 바라보고 살았는지 나누어주세요.
- 비틀어져 있고, 늦었다는 생각으로 허무했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즐겁고 싶었어요.
- 스무살 까지는 남이 시키는 대로 삶을 살다 대학을 가잖아요. 갑작스럽게 생겨난 자유에 우울했던 것 같아요. 20대는 많은 선택과 고민을 해야하는 시기였던 것 같아요.
- 어릴땐 내 미래가 특별할 줄 알았지만, 20대가 되니 현실과의 괴리감을 느끼고 좌절을 했던 것 같아요. 나는 완벽한 사람이고 싶었고 사람들이 나에게 요구하는 이상적인 내가 있었지만 현실의 나, 조금 부족하고 초라한 나 자신을 인정하는 게 어려웠어요. 그리고 그런 고민을 어른이 되어서 한다는 것도 싫었어요.
- 꼭 특별한 삶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그때의 나에게 말해주고 싶어요. '소박한 재능도 재능이다.', ' 사소한 재능도 재능이다.' 그런 말을 해주고 싶어요. 사소하고 작은 재능 하나하나가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든다고요.
- 스무살의 나는 애정결핍이 있었던 것 같아요. 가까운 사람에게 사랑받는지를 확인하고 싶었고, 상대를 힘들게 하고 상처를 주면서 확인하곤 했어요. 내가 가진 것들을 빼앗기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초조했던 것도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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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어 돌아보면 스무살은 너무나 불안하고 어리고, 여전히 성장중인 나이인데 이미 어른이 다 되어버린 줄 알고 어른의 삶을 살려고, 무언가 결론을 내야 할 것만 같아 더 많은 방황을 하게 되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나 혼자만 그랬던 게 아니구나, 우리는 다 그렇게 혼란스러운 스무살을 살아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 속 지민과 내가 어른이 되어 죽음을 약속하던 스무살의 여름을 기억하는 이 이야기는, 그래도 우리가 평범한 미래를 위해 살아내야 하는 이유를, 그 의미를 이야기해주는 것 같다.
생각질문 02.
미래의 내가 조금 더 마음에 들기 위해서 지금 내가 해야할 일들은 무엇이 있을까요?
내가 생각하는 평범하고 아름다운 미래의 모습도 함께 나누어주세요.
- 박웅현 작가의 책 '여덟단어'를 읽고 생각한 것인데요, 5년뒤의 나에게 도움이 될 것 같은 일을 하자고 다짐하곤 해요.
- 미래에는 편안한 삶을 살고싶다는 생각을 해여. 그 전까지 나 자신을 긍정하며 살아내고 싶어요. 그래서 나 자신이 마음에 들 수 있는 나만의 루틴을 만들기위해 노력중이예요.
-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즐겁게 하는 삶을 꿈꾸는데요, 그래서 지금 여러가지 취미생활, 내가 배우고 싶은 것들을 배워나가고 있어요.
- 나 자신으로 살아가고 싶은데, 사실 엄마로서 아이를 키우며 살다보면 내 인생이 꼭 뜻대로 되는 것만은 아니구나 라는 현실을 절감하기도 해요. 어떻게하면 나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공부하고 있어요.
생각질문 03.
P88
<타인을 이해하려고 애쓸 때 우리 인생은 살아볼만한 가치를 가진다고 말씀하셨는데, 누군가를 이해하는 게 정말 가능하기는 할까요?>
책 속의 위 문장에 대한 나의 생각을 나누어주세요.
가장 이해하기 어려웠던 사람이 있었다면, 그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 방법을 떠올려보셔도 좋습니다.
- 사람은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일단 질문에 앞서, '이해'의 의미를 알고싶어요. 우리는 자기 자신의 입장으로만 타인을 이해하는데, 그 말은 어쩌면 "내 방식으로 타인을 오해하고 있다"는 것과 같은 의미는 아닐지 생각했습니다다.
- 타인을 이해한다는 시도는 한 개인이 나 자신을 이해하는 과정의 확장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모든 사람들은 타인을 이해하면서, 타인을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확인하는 건 아닐까요.
- 우리가 소설을 읽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는데요, 우리가 이야기를 읽을 때에도 각자의 입장에서 이야기의 일부만을 이해하는 것처럼, 타인을 이해하는 것도 그의 일부만을 이해한다고 생각합니다.
- 사람은 누구나 타인에게 보여주고 싶어하는 모습만을 보여주려 하잖아요. 사회적으로 생활하면서 사람은 '나 스스로를 잘 속이는 사람'까지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어쩌면 남을 이해한다는 것은 '속이는 기술'을 습득하는 건 아닐까요?
- 저는 이해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았는데요, 우리가 타인의 이해를 바란다는 건 나의 진심, 내 안의 100%를 이해받고 싶은 걸까요, 아니면 내가 이해받고 싶은 부분을 이해받기를 바라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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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의 결말>은, 회원들의 의견이 조금 분분했던 이야기였다. 화자인 범죄심리학자의 시선이 진주에게는 매우 폭력적인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고, 힘든 사건을 소재로 했지만 결국 작가는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우리가 좌절하고 무력감을 느끼는 사건을 겪어도, 인긴이니까 가질 수 있는 희망이나 기대에 대해 말하고 싶은 작가의 메세지가 와닿았다는 이야기도 나누었다.
그런데 이 짧은 단편소설을 통해 매우 깊은 이야기가 많이 나왔고, '이해'라는 하나의 키워드로 폭넓은 생각들을 나눌 수 있는 순간이었다.
생각질문 04.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 어긋난 인연, 때로는 단념하고 손을 놓아야 했던 아픈 기억과 이별,
또는 예기치 못한 불행한 사건이
내 삶에 미친 영향이나 가르쳐준 것은 무엇일까요?
- 살아오며 만난 과거의 모든 사람들, 내가 경험한 관계, 그리고 사람들과의 오해와 진심... 그 모든 것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내가 만났던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하고 싶어요.
- 대학 졸업무렵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돌아가시기 전 외할머니의 소원 한가지는 된장국에 밥을 말아드시는 거였어요. 할머니를 생각하면,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고 경험하는 이 작은 일들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깨닫게 해주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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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작가의 <이토록 평범한 미래>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어떤 시간과 사건을 경험하고 통과하며 과거의 우리와 현재의 우리가 연결되는 메세지를 희망적으로 다루었다. 세월호와 코로나와 같은 이 시대를 흔들고 아프게 만든 사건들 앞에서 우리는 무력감을 경험했지만, 그 뒤에 남은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사랑의 말, 우주에 떠도는 기억들이라는 이야기를 작가는 건네주고 있다.
2주동안의 북클럽 시간을 통해 짧은 이야기가 주는 긴 여운이 어떤 느낌인지를 체험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기억과 관계, 사랑과 이해에 대한 깊고 넓은 이야기가 오갔던 시간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