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치 북클럽 <다독다독>
누구나 한번쯤, 제목은 들어보았을 그 책. 나는 (조금 자존심 상하게도) 세 번을 도전했다. 처음엔 읽다가 중도에 포기. 두번째는 완독을 목표로 다 읽었는데 내가 무엇을 읽었지? 하는 마음이었다. 이 알것 같으면서도 모르는 마음은 뭐지? 나, 밀란 쿤데라와 잘 맞는 것 같은데 왜 가까와지지 않는걸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다시 한번 마음을 가다듬고 읽었다. 북클럽에서 이야기를 나누면 좀 더 선명하게 보이는 부분이 있을 거라는 기대도 있었지만, 북클럽지기의 입장으로는 좀 더 제대로 읽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
- 예전에 읽다가 다 못읽었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 두번째 도전이었는데 여전히 다시 읽어도 잘 와닿지 않는다. 이 책을 읽는 나 자신이 '참을 수 없는 이해력의 가벼움'으로 느껴졌다.
- 오래 전 지적허영심 때문에 읽었던 책이었다. 이번에 다시 읽으면서 이 책에 대한 관점이 완전히 달라졌다. 이런 통속적인 소재로 철학적인 무게감을 준 작가의 내공에 놀랍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가 더 들어 다시 한번읽는다면, 그때는 어떤 느낌을 갖게될 지 궁금하다.
- 한 권의 책 안에 삶의 가벼움과 무거움이 모두 들어 있어서 좋았다.
- 요즘 시대의 관점에서는 흔해빠진 이야기와 소재가 될 수도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철학적 소재를 우리의 삶과 사랑으로 끌어와 풀어낸 점이 좋았다. 새로운 번역으로 읽어보고 싶다.
- 토마스는 우연으로 시작되는 사랑을 필연이라고 의미부여하는 것처럼 보였다. 가벼움만 추구하던 토마스가 테레자에게만큼은 무거움을 부여하며 결국 파멸하는 결과는 아닐까? 토마스가 평생 경험하지 못한, 이상을 추구하는 과정이었기에 토마스에게 그런 결말이 다가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소설의 결말까지 읽고나면 토마스와 테레자의 관계를, 사랑인지 아닌지를 논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 토마스는 테레자를 만날 때까지 살아왔던 삶의 방식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내면의 욕구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가볍게만은 살 수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그것이 사랑으로 보여지지는 않았다. 그에게 있어 테레자는 마치 일종의 '보험'같은 존재였던 것 같다.
- 나는 토마스만의 사랑의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바로 그 순간'에 국한된, 그런 사랑이라고 해석을 했다. '그냥 지금은 사랑하는 것'이라는 느낌으로 읽혔고, 그 순간만큼은 진실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 토마스는 누군가에게 구속되는 것을 불편해하는 사람이었기에 테레자와의 관계는 본인의 본성과 맞지 않는 삶을 살게 만드는 사랑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그를 옭아매는 '지독한 사랑'으로 보이기도 했다.
- 자기 안에 채워지지 않는 존재의 의미를 다른 사람으로부터 채우는 토마스가 예전이라면 한심하게 보였겠지만, 지금의 나는 어느정도 그를 이해할 수 있는 기분이었다. 토마스는 테레자를 통해 뒤늦게 사랑의 방식을 배우고 깨달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테레자가 되고싶지 않다.
- 이야기의 중심은 테레자로 진행되는 것 같지만, 테레자나 토마스는 현실을 부정하고 벗어나고 싶어하나 기존의 관습을 따르는 사람들의 삶으로 보여졌다. 사비나는 의도적으로 키치를 벗어나고 변화하는 인물이기에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주제에 가까운,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여겨졌다. 하지만 결국에는, 토마스에게 공감하게 되었다.
- 처음에는 이 책이 '혁명적인 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사비나가 매력적이었다. 여러번 읽고난 뒤에는 토마스에게 많은 몰입을 하게 되었다. 자신의 것을 다 버리고 내려가는 것은 생각으로는 할 수는 있지만 실재로 그렇게 내놓고 살아가는 삶을 선택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누구나 '토마스일 수는 없지만 토마스가 되는' 삶을 살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 테레자가 (와닿았다기보다는) 안타까왔다. 나중에 자기 자신을, 그리고 자신이 맺은 관계를 직시하게 되는 인물이라고 생각해서 마음에 와닿는 캐릭터였다.
- 테레자, 사비나 모두 기존의 속박이나 굴레를 벗어난 듯 보였지만 결국 자신의 삶을 그대로 고수하며 살아간 것으로 보였다. 프란츠가 의외로 자신의 삶의 굴레를 벗어난, 전형적이지 않은 선택을 한 사람으로 보여졌고 그의 선택이 신선했다.
- 사비나는 자신이 원하고 추구하는 것만 집중하며 살아가는 캐릭터이다. 자신이 만든 삶의 굴레 안에서 살아가는 사비나가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주는 사람이 아닐까?
- 그 어떤 선택도, 어떤 사랑도 부질없다는 의미가 이 책에서 의도한 바라면, 결국엔 아무런 욕망없이 사랑받고 행복하게 죽은 카레닌이 중요한 캐릭터가 아니었을지 생각한다.
- 비판의식이 없고 우매한 사람들을 이끌고 가는 정치적인 선동을 풍자하는 이야기라고 느껴졌다. 작가는, '만들어진 무거움은 거짓이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 허무주의에 대한 이야기라고 본다. 결국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정치적, 역사적 이야기는 중요한 것은 아니다. 삶은 생활 속 우연의 결합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이야기라고 느꼈다. 삶 속의 개인의 사랑, 관계, 사건들은 결국 정치적, 역사의 소용돌이로 인해 무의미해지는 것을 보여주었다.
- 정치적, 역사적 배경이 주인공들의 삶 뒤에 깔려 있기 때문에 주인공들이 경험하는 인생의 굴곡이 더 절절하게 느껴졌다. 작가 자신의 삶을 투영한, 자신이 인생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집대성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 정치적 이슈나 이데올로기는 모두 사회적인 가스라이팅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를 작가는 하고 싶었던 것 같다. 결국 사람은 개인이 추구하는 바를 바라보며 개인적인 삶을 지탱하고 살아가게 되어있다는 이야기라고 여겨진다.
- 키치란, 무언가에 의미를 부여해서 '무거워지고자 하는 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키치는 현실을 왜곡시키고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기에 책 속에서 사비나도 결국은 키치를 벗어날 수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 키치는 전통적 가치에 대한 저항과 거부로 출발된다. 그러나 환상적 이미지의 왜곡이나, 비주류 성향, B급 문화 등을 대표하기도 하지만, 그 또한 지나치게 키치에 빠지다보면, 아이러니하게도 결국 주류화되는 경향을 보여주기도 한다. 작가는 결국, 그런 돌고 도는 순환을 보여주며 결국 삶은 아이러니라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닐까?
- 키치란 '가치를 부여하면 오히려 무가치해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겉으로 보이는 아름다움, 이상화된 모습만 바라보는 것에 대한 경종을 의미하기도 한다.
- 개인은 연약한 존재이고 어찌할 수 없는 존재이기에 삶은 가볍다고 생각한다. 삶은 내가 추구하는대로 가야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아무리 애를 써도 뜻대로 되지는 않는다. 결국 운명의 힘이 가장 세다.
- 우리는 우리의 삶을 참을 수 없지만, 어쩔수 없이 참고 살아나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 존재는 가볍다고도, 무겁다고도 정의내릴 수 없다. 존재는 가벼움과 무거움을 함께 가지고 있고, 우리는 삶을 살면서 무거움은 가볍게 만들고, 가벼움 안에서 무거움을 찾아가는 과정을 겪을 수밖에 없다.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는 제목은, 인간의 삶이 한번뿐이라는 의미를 나타낸다. 그리고 개인의 삶이 가진 자유를 상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