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치 북클럽 <다독다독>
그리고 내가 그랬듯, 외로울 때는 시를 읽으렴.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늙어도 늙지 않으며, 절망스러울 때도 절망하지 않는단다.
시는 넘어져도 아파도 씩씩하게 훌훌 털고 일어나는 힘을 줄 테니까.
시에서 얻은 힘만큼 네 사랑은 용감해지고, 인생은 깊어지고 풍요로워질 거야.
그래서 네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 될 거라 엄마는 확신한단다.
- 『딸아, 외로울 때는 시를 읽으렴』, 신현림
이 책은 그림 한 점과 시 한편을 함께 넘겨가며 보고 읽을 수 있는 그림과 시의 입문서 같은 책이다.
독서모임에서 시집을 함께 읽는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시는 주관적 해석과 감성이 많이 들어가는 분야이고, 어떻게 이해하고 바라보고 읽느냐의 마음도 사람마다 너무나 다를테니까. 그래서 이번주는 책 이야기보다는 각자의 삶에서 바라보는 나만의 풍경, 시와 그림에 대한 개인적 생각들을 다루고 싶었다.
독서모임을 하며 (얼마전 돌아가신) 아빠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된다. 돌아가시기 얼마 전, 부모님을 모시고 아이들과 함께 내장산 산기슭에 식사를 하러 간 적이 있다. 그곳에서 가족과 함께 백숙을 먹고, 아이들은 누렁이와 뛰어놀았다. 그 순간의 풍경이 또렷이 기억에 난다. 평화롭고, 참 좋은 순간이었는데 나중에 뒤돌아 생각해보니 그때는 아빠와 함께하는 그 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깨닫지 못했던 것 같다.
+++
몇년 전 호주에서 아이들을 태우고 운전을 하면서 공원에 가는 길이었다. 앞차가 멈추어서서 기다리는 상황이었는데, 차 문이 열려있고 노부부가 함께 타고 있었다. 할머니가 무언가 물건을 챙기느라 차가 움직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 순간, 할아버지가 창밖으로 얼굴을 내밀어 윙크를 살짝하며 미안함을 표현하셨다.
기다림의 여유를 잃고 각박하게 살아가는 세상에서 배려를 구하는 위트있는 모습이 아름답고 선명하게 각인되는 순간이었던 것 같다. 우리의 마지막이 그런 모습이었으면 좋겠다.
기억에 남는 헤세의 말: " 미소지을 줄 아는 사람은 늙지 않고 아직 불꽃을 피울 수 있습니다. "
+++
평소에 앞만보고 사는 삶이라 주변 풍경을 여유롭게 살피지 못하게 사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얼마전 부모님을 모시고 여행을 갔는데 호주에서 뉴질랜드로 가는 동안, 비행기가 착륙하기 전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그 때 엄마가 비행기 밖으로 내려다보이는 풍경을 보시며 "나는 이제 다 본 것 같아"라며 감탄의 말을 하셨는데, 여행지에 가서 많은 것들을 보기도 했지만 그 순간, 그 기억이 참으로 아름답다고 느껴졌다..
+++
서른 즈음 유럽여행을 갔다. 파리의 마르세이유 궁전에 가서 자전거를 타고 한바퀴 돌았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게 나무와 하늘. 자유로운 감정인데 그 순간 내가 만끽하는 풍경과 시간, 혼자라는 느낌이 너무나 행복하고 좋았다. 그 시기가 어쩌면 불안할 수도 있는 때였지만 그 순간만큼은 내 앞에 펼쳐질 미래에 대한 자유함을 만끽한 순간으로 다가왔다. 그 순간의 나를 누군가 사진으로 남겨주거나 그림처럼 남겨주었으면 참 좋았을텐데, 라는 마음이 들 정도로 오래 기억에 남는 순간이다.
+++
평소의 나는 그리 감성적이지 않은 편이다. 서른 즈음, 자카르타에서 조금 떨어진 지역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치열하고 힘든 날들이었는데, 새로 설립되는 공장 주변은 온통 나무와 자연으로 가득찬 곳이었다. 일하다 쉬는 시간에 밖으로 나가면 온통 초록으로 가득한 자연이 우거진 곳이었는데 그때는 그 환경이 너무 힘들고 아무것도 없는 막막한 환경처럼 느끼기도 했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30대의 젊은 날, 철저히 혼자였던 그 시간이 지금 내 삶의 자양분이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