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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 ur mind Nov 22. 2024

독서모임 15. <아버지의 해방일지>-정지아

아미치 북클럽 <다독다독>


만약, 어떤 '신념'에 관한 이야기라면, 독서모임을 하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여러 사람의 다양한 관점과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것이 독서모임의 장점이기도 하지만 옳고 그름을 따지게 되는 분위기가 된다면 조심스러울 수 있기 때문에. 


그래서 이 소설을 읽기 전까지는 '빨치산의 딸'로 알려진 그분의 글이라는데 괜찮을까? 라는 생각이 조금 마음의 부담을 주기는 했다. 그렇지만 궁금하기도 했고, 멤버의 구성이 조금씩 달라지기는 했어도 지금의 북클럽이 1년이 넘어가는 이 시점에서 어떤 이야기라도 서로 나누고 감당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솔직한 마음 깊은 곳에서는 화제성이 있는 책으로 책모임에 활력을 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다행스럽게도 북클럽에서 이데올로기나, 그 시대의 정치적 상황이나, 역사적 의미를 다루어야 하나 생각을 하기도 했었는데,  책을 읽고나서는 그 모든 마음이 사라졌다. 내가 읽은 이 책은 뭉클하고, 다정하면서도 유니크한 소설이었다. 익히 알고 있는 작가의 태생과 성장과정이 있어서, 허구인지 실제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이야기들이 생생하게 와닿았다. (작가님은 이 책이 '소설'이라는 점을 누누히 강조하셨다.) 


01. 

정지아 작가는 이전에도 <빨치산의 딸>로 부모님의 삶을 그린 작품을 낸 적이 있습니다. 

<아버지의 해방일지>도 작가 부모의 삶이 담겨 있는 소설인데요.

이렇게 자신의 삶에서 소재를 꺼내어 변주하며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작가의 작품세계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또는, 그럴 수 밖에 없는 작가를 어떤 마음으로 이해하셨나요? 


- 작가 자신에게는 가장 꺼내기 쉬운 주제였을 것이다. 그렇기때문에 너무나 주관적인 시선의, 자기 자신만의 이야기로 읽히기도 했다.

- 작가 자신과 가족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사람에 관한 보편적인 이야기'를 썼다고 생각한다.

- 작가는 책 속에서 부모의 사상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안하는,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어쩌면 이 글을 쓰면서 작가 자신이 해방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 우리에게도 sns를 통해 나의 경험을 알리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런 태도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자신만이 경험할 수 있는 이야기와 삶을, 대중들에게 이해시키고 보여주고 싶어했던 것 같다.

 - 쉽지 않았을텐데 작가 자신의 삶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모습이 아름답기도 했다.

- 누구나 힘든 경험, 아픈 경험을 하고 나면 자신의 삶에서 경험한 그 감정과 이야기를 어딘가에 토로하지 않으면 안되는 기분을 갖게 되기도 한다. 부모의 이야기를 꺼내고 풀어내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마음을 늘 갖고 살았을 것 같다. 한편으로는 이런 이야기를, 이렇게 풀어내어주는 작가가 고맙기도 했다. 

 작가도 자신의 경험을 꺼내는게 쉬워서 썼을 수는 있지만, 사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도 된다는 마음으로 이런 글을 쓴다는 것은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일 것이다. 작가 자신이 이 작품을 통해서 아버지와, 이 세상 사람들과의 화해를 시도했다고 느껴진다. 

- 부모의  이야기를 풀어내지 못하면 한이 될 것 같은 마음으로 살았을 것 같다. 그들의 딸로 태어났기에, 딸이니까 가졌던 어떤 의무감에서 쓰지 않았을까. 기본적으로 정지아작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워낙 잘 쓰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02. 

부모님은 사상을, 빨치산을 자신들의 의지로 선택했지만 소설 속 아리는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삶, '빨치산의 딸'이라는 삶을 어쩔 수 없이 살아냈습니다. 

자신이 감당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을 살아낸 주인공(또는 작가)의 삶을 어떻게 바라보셨나요?


-  자신의 사상을 선택하고 평생 그 신념을 실천하는 삶을 살아낸 부모를 보고 자란 딸이어서, 한편으로는 행운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내 삶을, 올곧은 자세로 바라보고 실천하는 방법을 알려준 아버지의 딸이었기 때문에 행복했을 것 같다. 

- 아버지는 좌익이었지만 인간적이고 분별력이 있는 모습으로 살았던 사람이기에, 사상과는 별개로 옳은 사람의 모습을 가졌다. 아버지의 삶도 그랬지만 '구례'라는 지역이 작가에게는 보호막이 되고 한편으로는 위안이 된 것으로 보였다. 

- 주인공이 살아낸 삶이 한때는 고단했을지 몰라도 아버지의 죽음을 통해 화해하고 이해하는 이야기로 받아들이면 될 것 같다 

- 작가는 이 책을 통해서 빨치산이라는 존재에 대한 역사 속 세상의 시각을 바꾸려는 노력을 한 것 같다. 아버지의 인간적인 면이 아름답게 그려졌고, 장례식장의 풍경은 잔치처럼 밝고 가깝게 다가가게는 느낌이었다.

- 이 소설에서 이데올로기는 하나의 소재일뿐이고, 그저 사랑하는 아버지의 이야기로 읽혔다.

자신의 삶을 거부하거나 싫어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벗어날 수도 있었는데 결국 자신의 삶으로 내재화하면서 살아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삶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결국 딸도 자신의 삶을 선택하며 살아가는 것이라고 믿게 되었다.

- 자신의 태생을 받아들이고 살아가기 위해서, 부모의 모습과 사고방식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긍정적으로 선택하고 살아낸 것으로 보여진다.


03.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의 소감과, 오늘 북클럽 시간을 통해 달라진 느낌이 있다면 공유해주세요. 


- "사람에게도 천개의 얼굴이 있다" 나이가 들면서 격하게 느끼는 저의 생각을 대변해주는 말이었습니다. 내가 모르는 타인의 모습. 내가 알지못하는 타인의 사정... 보이는것만으로 그 사람을 판단한다는게 얼마나 바보같은 일인지 생각하게 합니다. 그래서 전 누구에게나 좀 더 다정한 시선으로 바라봐주는 인생을 살고 싶습니다. 내가 모르는 그 사람의 사정을 듣지않아도 내가 대하는 태도로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면 좋지않을까요. 사람을 대하는 시선과 태도가 상대방을 얼마나 많이 변화시키는지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 저는 정지아 작가의 삶이 힘들었을거라는, 나만의 프레임을 씌우고 이 책을 읽었습니다. 부모의 사상과 선택이 세상에 맞지 않은 시대를 성장과정에서 고스란히 겪으며 살았을 것이라고...

그런데 작가님이 선택한게 아픔이나 견디는 게 아니라 그런(올곧은 신념으로 살아낸) 부모를 두어 오히려 행복하고 건강할 수 있었을 거라는 북클럽에서 나눈 이야기가 제게는 신선했습니다. 이데올로기도, 신념도 저마다 자기의 방식으로 받아들이는것이지 옳고 그름을, 쉬운것과 어려운 것을 함부로 판단할 수는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작가가 빨갱이라는 굴레에 얼마 나 힘들었을까 라는 안쓰러움과 세상이 바뀌어 이런 소설도 가볍게 풀 수 있는 날이 왔구나 싶은 생각을 하며 책을 읽었습니다. 이런 환경이면 실제 소설 속 아리처럼 부모와 거리를 두거나 원망할 법도 한데 정작 본인은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서 사이가 좋았으며 대학생이 된 후에는 완전히 부모를 이해하게 되었다는 작가의 말을 읽으며, 물리적인 환경보다 절대적인 지지와 사랑이 자녀를 성장시키는데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 다시 한 번 더 느끼게 됩니다.


- ‘사회주의자’인 아버지의 장례를 통해 아버지도, 나도, 어머니도, 친족들도, 이웃들도 삶이라는 굴레에서 해방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저도 해방되는 것만 같았습니다.


- 어쩌면 부모님을 이해하는 작가는 대인배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고, 어쩌면 작가로서는 금수저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이 책을 보며 갑자기 저희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어떤 장례식이 될까 궁금해 졌습니다. 우리 아버지 장례식이 꼭 슬프지만은 않기를... 그 장례식장에서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을 만나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싶어지기도 했습니다. 


- 전 이 책을 읽으면서 이데올로기의 이야기라기보다는, 주인공의 아버지가 인간적으로 다가 왔습니다. 멋진 어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이데올로기 이야기를 정면으로 하는 작품이라기보단 아버지와 아버지의 사람들이 어떤 마음으로 서로의 삶을 지켜보고 견뎌주고 사랑을 나누며 살았는가를 말하고 싶었던 이야기라고 했던 작가님의 이야기에 더욱 공감하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세상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는 것, 또 이 세상에 쓰이지 않는 사람은 없다는 것. 저마다 다른 삶의 무게와 모양 형태 그대로 각자 다 귀하다는 것. 그런 생각들을 할 수 있어 더욱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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