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행복은 연습으로...

<순간의 나와 영원의 당신> 중에서.

by write ur m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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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1학년때 쯤이었다. 일요일 낮, 아빠가 친척의 결혼식에 나를 데리고 가신다고 하셨다. 흰색 타이즈에 원피스를 입고 머리를 땋고... 그렇게 다 차려입었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세찬 비에 아빠는 혼자 가시겠다고 마음을 바꾸셨다.


아빠를 따라가면 뭐 재미있는 일이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옷을 다 차려입고 준비를 다 한 나를 두고 구두를 신으시는 아빠가 너무 서운했다. 그리고 문을 닫고 나가시자마자... 엉엉 소리내어 울었다. 비는 쏟아지고, 내 말이라면 뭐든지 다 들어주던 아빠가 나를 두고 간 것이 두고두고 서러워서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비오는 일요일의 외출길에 우산을 쓰고 어린 꼬마인 나를 데려가는 게 곤란했던 아빠의 사정은 당연한 건데, 참 별일 아닌데 그날 내 기대가 저버려진 것에 대한 서운함, 옷을 다 차려입고 들떠있었던 나 스스로에 대한 무안함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 때 알았다. 나는 서운함과 무안함에 취약한 사람이라는 걸.


그래도 여전히 기대한다. 여전히 바라고 쉽게 들뜨고, 그리고 나서 실망하고, 상처받고, 무안함을 어쩔줄 모르며 살아간다. 열 살도 되기 전에 이미 나는 서운하고 무안한 것을 못견디게 싫어한다는 것을 알았으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모든 일과 수많은 관계에서 방어막을 능숙하게 잘치는, 냉정하고 단단한 사람이 되지는 못했다.


비오던 일요일 그렇게 많이 울고 또 울던 내 속의 꼬마아이는 기대하고 실망하는 일을 반복하며, 상처받아 아프고 흉터가 생겼다 사라지는 것을 겪으며 그렇게 살아왔다.

하지만 그 사이사이. 여전히 기대하고 바라는 나에게 선물같은 기쁨의 순간들, 나를 무안하게 하지 않는 다정한 사람과의 시간, 소중한 기억들이 나를 그 어린 소녀의 마음 그대로 살아가게 해준다. 어쩌면 결국엔 실망하고 울게되더라도, 무안하고 억울해서 어쩔줄 모르더라도... 일단은 설레이는 일, 바라고 소망하는 일을 멈추지 못한다.


삶의 어떤 부분은. 연습한다고 되는 게 아니어서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실망할까봐, 무안할까봐 아무것도 못하고 머뭇대지 않고 살아온 내가,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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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비가 쏟아지던 날, 나를 두고 외출하셨던 아빠는 집으로 오는 길에 내가 좋아하는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사들고 오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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