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 vs. 틀림, 넷플릭스 아메리칸 팩토리
아주 최근에 본 다큐멘터리 아메리칸팩토리 AmericanFactory 이야기입니다. 아마 이미 많은 분들이 보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Netflix 에서 보실 수 있죠.
미국 오하이오주 데이튼, 기존의 GM 공장이 철수한 자리에 들어온 중국 회사 푸야오글래스를 다뤘습니다. 미국에 나온 지 3개월 정도 되었는데, 저도 줄곧 한국에 살았고, 미국에서 일해보는 것은 처음이기 때문에 동양인의 시각에서 이 내용을 보게 됐는데요.
지금 제가 나와있는 회사의 입장도 사실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미국에 제조사업장을 운영하고 있고, 지을 예정이고요. 소수의 주재원들이 있고, 다수의 현지사원들이 있습니다. 서로 다른 배경에서 자랐고, 다를 수 밖에 없는 사람들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한 번 지켜봤습니다.
이 다큐멘터리는 그 과정을 공장의 시작점부터 쭉 잘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중국의 자본이 투입되어, 몰락한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고 기존에 GM에서 다니다가 일자리가 없어진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처음엔 양쪽 다 너무 희망적이죠. 미국에서의 신사업을 하는 회사 측과 일자리를 얻어 활력을 얻은 현지 사람들. 하지만, 점차 어긋나는 모습을 보여주죠.
중국 본사만큼의 생산성과 역할을 기대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많은 어려움이 따릅니다. 법규도 다르고, 관행도 다르고요.
영상 중간에 중국 푸야오 회장이 건물 안에 있는 화재경보기 위치를 지적하는 부분에서 여실히 느꼈습니다. 이게 왜 여기 있는거냐, 아래로 내리거나 다른데에 설치할 수 없냐. 미국의 현지 법인장은 이게 법에서 정한 위치고 내릴 수는 없다. 서로 다른 부분을 보여주죠. 그 때 그 법인장의 표정을 전 이제 조금 알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Frustrated 한 그 표정을요.
중간중간 미국의 공장, 중국의 공장을 번갈아가면서 보여줍니다. 쉬지 않고 일하며, 생산성을 올리기 위해 노력하는 중국공장의 모습. 미국에서는 적자가 나서 고민하고, 그 와중에 직원들은 작업환경에 대한 불만을 토로합니다.
이 다큐멘터리는 미국의 '노조' 갈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UAW라고 하는 전미자동차노조에서 이 곳에 노조화를 시도합니다. 낮은 임금, 위험한 작업 환경 등을 얘기하고 있지요. 동조하는 사람들이 늘어납니다. 중국 본사에 입장에서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겠죠. 서로 대립하고, 결국 투표까지 가죠. 결과는 '부결'. 노조화에 찬성했던 사람들이 하나둘 회사를 떠나게 됩니다. 반대한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고싶지 않았던 것이 컸겠죠.
다큐멘터리의 마지막엔 생산라인에 '로봇'을 더 투입하면서, 인원을 줄일 수 있다는 보고를 회장에게 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어찌보면 씁쓸한 결말입니다. 지금도 미국의 푸야오 공장은 운영중입니다.
왜 이 둘은 어긋나게 됐을까. 아니 어긋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죠. 서로가 엄연히 다르니까.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갖고 있고, 다른 장소에서 나고 자랐지요. 중국에서 온 주재원들은 '미국'에 있지만, '미국인'은 아닙니다. '미국인'들은 '중국'회사에 다니지만, '중국인'이 아닙니다.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다른 점을 어떻게 이해하고 승화할까라는 부분이 부족, 아니 많이 어려웠던 것이겠죠. 한국 회사들이 요새 많이 미국에 진출을 하고 있는데, 다들 한 번쯤 보고 생각해 봐야하는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 역시도 이 비슷한 상황에 놓인 한 사람으로서, 어떤 마인드셋을 갖고 일을 해야할 것인가 곰곰히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문화적 차이에 대한 갈등을 어떻게 잘 해결할 것인가. 과연 해결이 가능한 문제인가. 숙제입니다. 풀어나가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