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위치
지난주, 꽤나 바빴다. 한국에 계신 분들이라면 아마 다들 아실 텐데, 그렇다.
명절 때문이다.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 그리고 이번에는 월~수에 걸친 휴일이기도 해서 기본 5일 정도는 보장이 될 것이고, 사람에 따라서는 목~금 휴가를 내면 장장 9일에 걸친 긴 휴무에 돌입할 수 있다.
그래서 명절을 앞두고 일을 쳐내기 위한 사람들의 몸부림, 그리고 그걸 받아내야 하는 주재원의 숙명이 겹쳐져 이래저래 정신이 없었다.
그렇게 맞이한 오늘, 월요일 하루를 보냈는데 뭔가 헛헛한 건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다.
다들 한가위 덕담을 나누고 있지만, 우리 사무실은 차분했다. 물론 그중에는 한국이 일을 안 하는 시점을 틈타 같이 휴가를 내고 어딘가 여행을 가시거나, 한국을 다녀오는 분들도 있긴 하다.
나는?
사실, 나는 남들이 쉴 때 같이 쉬는 것을 그리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남들이 일할 때 내가 일을 안 해야 뭔가 쉬는 것 같은 느낌? 그래서 이번주는 Full로 일할 생각이다. 마침 한국에서 메일이나 전화가 올 일이 제로에 수렴하기 때문에 차분하게 그동안 못했던 업무를 정리할 수 있어서 마음이 한결 가볍다.
그리고서 가만히 앉아 생각해 보니, 한국에 계신 부모님, 장인/장모님 생각이 난다. 예년 같았으면 가서 식사라도 하고 소주라도 한 잔 하는 건데, 올해부턴 몇 년간은 쉽지 않은 일이 되어버렸다. 나와 계시는 분들은 이해하시겠지만, 아이들 방학에 맞춰서 한국에 가는 게 쉽지, 명절에 맞춰서 가는 건 여러모로 계산이 많이 필요하다. 나 역시도 아이는 한참 학교를 가고 있는 중이기 때문에 아예 옵션에 고려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곳은 한국에서 가까운 아시아(중국, 일본, 싱가포르 등)가 아니라 비행기 시간만 13~16시간 걸리는 애틀랜타다. 한국에서 떠나는 직항 노선 중 가장 긴 축에 속하는 시간을 보내야 한다. 선뜻 갈 마음이 왜 안 드는지 와서 생활해 보니 알게 되었다.
그래도 어제는 마트에서 송편을 조금 사서 그냥 기분만 내 봤다. 명절음식이나 차례 음식에 환장하는 스타일은 아니라서 그나마 다행일지도.
지난 주말에는 어쩌다 보니 매제가 근처 테네시로 출장을 길게 나와서 주말에 만나, 그나마 가족끼리 식사도 하고 좋았는데 아마 다음 명절부턴 그런 걸 기대하긴 어렵겠지 싶다. (같이 야구 보러 간 이야기는 다음에 하겠다!)
나야 어찌 되었든, 고국에 계시는 양가 부모님들만큼은 별 탈 없이 건강하시기만을 바라고, 나는 이번 한 주만큼은 조금 덜 스트레스받고 잘 지내보도록 하겠다.
그래 난 이렇게 해외에 나와 있구나 깨닫는 어느 하루. 나의 근황과 다짐 정리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