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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봉리 Jan 07. 2018

세일즈맨 칸타로가 안내하는
달콤한 도시, 도쿄! ①

넷플릭스 [세일즈맨 칸타로의 달콤한 비밀] 속 디저트들을 언젠간 먹어보리

푸드 포르노그라피(Food-porn)의 정수


본래 직업은 프로그래머였다. 모니터 앞에 앉아 비교적 편히 일할 수 있는 직업을 관두고, 사무실 밖에서 발바닥 땀나게 뛰어다녀야 하는 출판사의 영업맨으로 이직한 그의 속내는 따로 있다. 바로 일하는 중간중간 농땡이 피우며 자신이 사랑하는 디저트를 먹기 위함이다. 달콤함에 환장한 이 남자의 이름은 아메타니 칸타로. 이름에 '달 감(甘)' 자가 들어간다며 자신을 소개하는 이 시대의 진정한 스위트가이. 포스터부터 병맛이 물씬 느껴지는 이 일본 드라마의 원제는 사보리만 칸타로(さぼ リーマン甘太朗), 뜻인즉슨 '농땡이맨 칸타로'다. 칸타로는 동료들이 감탄할 만큼 일처리를 완벽히 한 후 외근을 나갈 때마다 농땡이 피우며 도쿄 곳곳의 디저트를 탐미(耽味) 한 후 '달콤한 기사(sweets knight)'란 필명으로 블로그를 운영한다. 

이 드라마는 오롯이 주인공 칸타로 역을 맡은 배우 오노에 마츠야(Onoe Matsuya)가 이끌어 가는데, 가부키계에서 명망 있는 가문인 오노에 가 출신이다. 가부키 전문 배우답게 표정 연기와 발성이 남다르다. 실제 오노에 마츠야 본인이 디저트 덕후이기도 하다는데, 그래서 그런지 표현력이 매우 풍성하다. 총 12개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디저트들을 칸타로가 한 입 베어 물 때마다 그가 느끼는 달콤함의 희열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칸타로와 디저트가 혼연일체되는 모습은 단연 이 드라마의 클라이맥스. 쓸데없이 고퀄의 4K 촬영과 CG로 표현해 디저트의 궁극의 맛과 카타르시스를 영상화한다. 이제껏 어디서도 보지 못한 병맛이지만, 어느새 나도 모르게 침 흘리며 입 벌리고 보는 자신을 발견한다. 언젠간 드라마 속 디저트 가게들을 모두 탐방하리란 마음을 먹고, 두 번의 기록으로 나누어 남겨본다.


에피소드 1. 안미츠(Anmitsu, 餡蜜)

칸타로의 첫 외근지는 바로 닌교초역(Ningyocho Station). 첫날부터 농땡이를 피우기로 작정한 그는 외근을 후다닥 끝내고 닌교초역 부근에 있는 칸미도코로 하츠네(甘味処 初音, Kanmidokoro Hatsune)로 향한다. 칸미도코로는 일본식 스위츠샵을 의미한다. 1837년(덴포8년)에 문을 열어 180년 동안 5대에 걸쳐 대대손손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도쿄의 유서 깊은 디저트 가게다. 고풍스러운 공간의 디자인이 돋보이며, 차를 끓일 때 사용하는 철제 솥만 보더라도 마치 과거로 타임슬립한 기분이다. 삼대(三代)가 와서 함께 디저트를 즐기는 모습도 보기 좋다.

안미츠는 쉽게 말하자면 우리가 흔히 먹는 팥빙수에서 얼음이 빠진 것이라고 보면 된다. 우뭇가사리로 만든 젤리 모양의 한천과 팥 위에 떡이나 아이스크림, 과일 등의 토핑이 올라가는 일본의 전통 디저트다. 드라마 속에서 칸타로가 주문한 안미츠는 경단과 통팥 앙금을 얹은 안미츠로, 알알이 느껴지는 홋카이도 도카치산의 최고급 팥 앙금의 식감이 일품이라 한다. 시럽은 깔끔한 맛의 백설탕 시럽과 감칠맛이 있는 흑설탕 시럽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 둘 중 하나만 선택할 수 없던 칸타로는 결국 모두 먹었다. 나도 분명 그러하겠지.

* 칸미도코로 하츠네(甘味処 初音, Kanmidokoro Hatsune)
Add. 1-15-6 Nihonbashi-Nigyocho, Chuo, Tokyo
Tel. +81 3-3666-3082


에피소드2. 카키고리(Kakigori, かき氷)

카키고리는 우리말로 '빙수'다. 37도 기온의 무더운 도쿄 날씨에 제격인 디저트. 니시오기쿠보역(Nishi-Ogikubo Station) 근처에 있는 아마이꼬(Amaikko, 甘いっ子)의 딸기우유 팥 경단 빙수를 먹고 싶었던 칸타로지만 이미 줄이 길게 늘어서 있어 외근 중인 그에게는 불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고 대안으로 생각해둔 기치조지역(Kichijoji Station) 근처의 고오리야 피스(Kooriya Peace, 氷屋ぴぃす)로 향한다. 고오리야 피스는 2015년 7월에 오픈한 빙수집으로, 오로지 메뉴가 빙수뿐인지라 1년 내내 즐길 수 있다고 한다. 칸타로가 주문한 빙수는 프리미엄 멜론 셔벗과 소금 캐러멜 휘핑크림 빙수.

제빙 공장에서 72시간 동안 천천히 얼린 불순물 없는 고품질의 순수한 얼음을 폭신폭신한 눈처럼 갈아낸다. 얼음 위에 올라가는 토핑의 무게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메뉴마다 얼음의 굵기를 다르게 한다. 얼음의 굵기도 굵기지만 그보다 더 디테일이 돋보였던 부분은 바로 얼음의 온도. 냉동실에서 갓 꺼낸 새하얀 얼음은 영하 18도인데, 그걸 영하 5도에서 영상 1도로 온도를 높인 후 갈아서 얼음의 식감이 부드러워진다. 그래서 머리가 띵하지 않는다는 칸타로의 친절한 설명. 소금 캐러멜 휘핑크림 빙수를 먹어보고 싶다.

* 아마이꼬(Amaikko, 甘いっ子)
Add. 2-20-4 Nishiogi-Minami, Suginami-ku, Tokyo
Tel. +81 3-3333-3023
Open Hours. 11:00-18:00 (월요일 휴무)

* 고오리야 피스(Kooriya Peace, 氷屋ぴぃす)
Add. Kichijoji Jizo Building 1F, 1-9-9 Kichijoji Minamicho, Musashino-shi, Tokyo
Open Hours. 10:00-21:30 (월요일 휴무)


에피소드3. 마메칸(Mamekan, 豆かん)

하루 동안 몬제나카초/아사쿠사/아카사카 세 지역의 서점으로 외근을 가야 하는 칸타로. 이는 그에게 디저트 트라이애슬론(Triathlon)의 찬스다. 오늘의 디저트는 마메칸. 세 번 먹어야 하기 때문에 칼로리를 신경 써 선정한 디저트이기도 하고, 가장 절제된 달콤함을 자랑한다고 한다. 마메칸의 재료는 한천과 콩, 그리고 그 위에 뿌려지는 시럽뿐인지라 각 재료의 퀄리티가 매우 중요하다.

마메칸 삼종경기의 첫 번째 가게는 몬젠나카초의 칸미도코로 이리에(Irie, 甘味処 いり江). 1970년 문을 연 이리에의 선대는 한천과 곤약을 제조하는 장인이었는데, 그런 조상이 만들어낸 궁극의 한천 요리법을 지금의 2대 주인이 충실하게 이어받았다고 한다.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 이즈 코즈섬의 우뭇가사리와 오시마산 우뭇가사리를 7:3 비율로 섞어 만든다. 한천이 보이지 않을 만큼 그 위에 수북이 쌓이는 홋카이도 후라노산 붉은 완두콩. 탄력 있는 매끄러운 한천과 은은하게 짠맛이 나는 붉은 완두콩, 그리고 흑설탕 시럽의 단맛의 조화가 절묘하다.

두 번째 가게는 [고독한 미식가]의 원작 만화에도 나온 아사쿠사의 우메무라(Umemura, 梅むら). 마메칸의 원조라 불리는 곳이다. 미츠마메에서 규히를 빼고 콩을 많이 달라는 단골손님의 주문을 받다가 마메칸이란 메뉴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콩의 탄력은 남긴 채 부드럽게 푹 익힌 기술은 우메무라만이 구현할 수 있다.

대미를 장식할 마지막 세 번째 가게는 1895년 개업한 아카사카의 사가미야(Sagamiya, 相模屋). 사가미야에는 안에서 먹을 수 있는 공간이 없기에 테이크아웃을 해야 한다. 해초의 향이 없어지지 않도록 한천을 자르지 않은 채로 포장해주는데, 직접 썰어 먹는 모습이 재밌어 보인다. 흑설탕은 오키나와산이 좋다는 정보도 겟.

* 이리에(Irie, 甘味処 いり江)
Add. 2-6-6 Monzennakacho, Koto, Tokyo
Tel. +81 3-3643-1760
Web. http://www.kanmidokoro-irie.com
Open Hours. 월-금요일 11:00-19:30, 토-일요일 11:00-18:30 (수요일 휴무)

* 우메무라(Umemura, 梅むら)
Add. 3-22-12 Asakusa, Taito-ku, Tokyo
Tel. +81 3-3873-6992
Open Hours. 월-금요일 13:00-17:00, 토요일 및 연휴 13:00-16:00 (일요일 휴무)

* 사가미야(Sagamiya, 相模屋)
Add. 3-14-8 Akasaka, Minato-ku, Tokyo
Tel. +81 3-3583-6298
Web. http://www.akasaka-sagamiya.co.jp
Open Hours. 월-금요일 10:00-19:00, 토요일 10:00-18:00 (일요일 휴무)


에피소드4. 파르페(Parfait)

달콤한 기사(sweets knight)가 블로그에 올리는 디저트 가게들이 칸타로가 영업을 나가는 지역과 일치한다는 단서를 잡고, 그가 달콤 블로그의 운영자일 것이라 의심하는 직장동료 도바시 상. 도바시가 건넨 도라야키를 먹고 어디 건지 바로 맞추는 칸타로.(그러나 이는 도바시의 상상 속 모습이다.)

오늘 칸타로가 외근 중 농땡이를 피우는 곳은 신주쿠역 부근의 카지츠엔(Kajitsuen, 果実園)으로, 과일정원이란 뜻의 디저트 가게다. 50년 동안 과일에 인생을 바친 나가미네 다카시 사장의 과일 사랑이 폭발한 가게라고 한다. 계절 메뉴 중 가장 인기 있는 복숭아 파르페를 주문한 칸타로. 과일이 8, 크림이 2를 차지할 정도로 과일의 비중이 크며, 과일의 신선도와 맛을 최상의 상태로 선보이기 위해 빠르게 다듬는다. 그렇게 완성된 파르페는 하나의 예술품과도 같다. 복숭아동자 칸타로.. 카..카와이!!

* 카지츠엔 신주쿠점(Kajitsuen, 果実園 新宿店)
Add. 2-7-7 Yoyogi, Shibuya-ku, Tokyo
Tel. +81 3-6276-8252
Web. http://kajitsuen.jp
Open Hours. 월-토요일 07:30-23:00, 일요일 07:30-22:00


에피소드5. 핫케이크(Hotcakes)

나의 최애 에피소드 중 하나, 핫케이크편. 오늘의 외근지는 아사쿠사다. 그의 머릿속에 탑재되어 있는 디저트 맵을 가동 해 아사쿠사 부근의 핫케이크 가게를 떠올린다. '커피 천국'이란 뜻의 코히 텐고쿠(Coffee Tengoku, 珈琲 天国) 당첨. 2005년 오픈한 가게로, 여주인장 혼자 운영한다. 핫케이크가 나오는 키사텐. 핫케이크 세트에 따뜻한 커피를 주문한 켄타로. 요즘 유행하는 화려한 핫케이크가 아닌, 추억의 옛 핫케이크의 모습이다. 주문을 받고 난 후 반죽에 들어가며, 아름다운 색으로 굽기 위해 동판을 사용한다. 160도에서 2분간 천천히 구워내는데, 이때 가득 퍼지는 밀가루와 달걀 향기를 맡고 행복해지지 않을 사람이 과연 있을까. 지름 12cm의 핫케이크의 두께가 1.3cm까지 부풀고, 뜨거운 인두로 '天国'을 지지면 드디어 끝. 직접 내려주는 드립커피와 함께 먹으면 그야말로 그곳이 천국이다.

칸타로가 핫케이크를 맛있게 먹는 다섯 가지 방법. 하나, 그냥 먹는다. 둘, 버터만 발라 먹는다. 셋, 시럽만 뿌려 먹는다. 넷, 버터와 시럽 둘 다 발라 먹는다. 다섯, 천국이란 글자만 마지막에 남겨 먹는다.

* 코히 텐고쿠(Coffee Tengoku, 珈琲 天国)
Add. 1-41-9 Asakusa, Taito-ku, Tokyo
Tel. +81 3-5828-0591
Open Hours. 12:00-19:00 (화요일 휴무)


에피소드6. 말차 바바리안 크림(Matcha Bavarian Cream)

오늘의 외근지는 도쿄의 카구라자카(Kagurazaka). 에도 정서가 짙게 남아 있는 조용한 카구라자카 뒷골목을 빠져나가면 활기 넘치는 거리가 나타난다. 그곳에 칸타로가 정복할 디저트 가게, 키노젠(Kinozen, 紀の善)이 있다. 에도 말기에 문을 열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전통 있는 가게다. 본래 초밥 가게로 시작했으나, 1948년 지금의 디저트 가게로 바뀌었다. 주문한 디저트가 나오기 전에 오토시(お通し)로 말차와 일본의 전통과자 센베이(煎餠)가 나오는데, 이 돼지 모양의 전병은 야마가타산 쌀 '하에누키'에 브르타뉴산 소금을 넣은 것이라 한다.

키노젠에서 꼭 먹어야 할 메뉴는 바로, 말차 바바루아(Matcha Bavarois). 마치 푸딩인지, 무스케이크인지 모를 저 탱글탱글함! 우유에 젤라틴을 녹여 노른자와 설탕을 섞고 체에 걸러 약한 불에 가열한다. 점성이 생기면 말차를 더한 후 마지막에 거품 낸 생크림을 넣고 틀에 부은 후 천천히 냉장고에서 식히면 저런 매끈한 모습이 나온다. 거기에 나카자와 유업에서만 만드는 식물성이 들어가지 않은 지방률 47%의 생크림을 얹고, 최고봉 팥 중 하나인 단바의 무농약 재배 다이나고를 곁들이면 비로소 키노젠의 말차 바바루아의 삼위일체가 이루어진다.

* 키노젠(Kinozen, 紀の善)
Add. 1-12 Kagurazaka, Shinjuku, Tokyo
Tel. +81 3-3269-2920
Web. http://www.kinozen.co.jp
Open Hours. 월-토요일 11:00-20:00, 일요일 11:30-18:00


* 곧이어 [세일즈맨 칸타로의 달콤한 비밀] 7화부터 12화까지의 에피소드 리뷰와 함께 디저트 맵(map)도 올릴 예정입니다. 더 달콤한 디저트들이 기다리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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