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을 다 할 일
얼마 전 친구 둘과 강원도 홍천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20살 때 만난 친구들이니 알고 지낸 지는 한참 됐다. 각자의 자리에서 저마다의 삶을 살다가 몇 년 만에 자리를 함께 했다. 오랜만이지만 어색함은 없었다.
우리 셋은 여행 경비로 60만 원을 모았다. 20만 원씩 각출했으니 따지고 보면 좀 많은 편이다. 혼자서 20만 원을 쓰면 서울 시내에서 호캉스도 가능하다. 하지만 여행이란 무릇 기회비용을 생각하는 순간부터 나락으로 떨어지기 마련이다.
우리는 모은 돈의 1/3을 한우에 몰았다. 나머지 1/3을 장보는 데 쓰고, 마지막 1/3로 밥을 사 먹었다. 이틀 동안 60만 원을 쓰면서 우리가 가장 많이 했던 말은 "사라, 사라", "더 사라, 더 사라"였고, 그 계획성 없는 소비가 딱 20살의 우리를 떠올리게 했다. 그 바람에 나는 집으로 돌아온 뒤에도 한참을 옛일에 젖어 침대에 누워있어야 했다. 마음은 붕 떴는데 몸은 예전 같지 않아서, 대체로 그것만이 아쉬운 이틀 간의 여행이었다.
여담이지만 젊은 날의 정서를 공유할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건 참 고마운 일 같다. 누군가 내 어린 날을 기억한다는 사실만으로 위로를 받는 순간이 있다. 상대의 의도는 그게 아니라도 말이다.
사람이 사는데 추억 뜯어먹고 살 것은 아니겠지만 추억 없이 살 수 있을지도 나는 잘 모르겠다. 나이를 먹을수록 그런 생각이 든다. 그래서 언제고 나이대에 맞는, 또 마음이 맞는 사람을 사귀는 건 진심 진력을 다 해야 할 일이 아닌가 말미에 조그맣게 끄적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