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itiver?
즐겨 찾는 커피숍이 생겼다. 집에서 5분 거리에 있는 곳이다. 테이블 4개 남짓의 작은 로컬 숍이다. 젊은 사장님이 혼자 운영한다.
처음엔 데면데면했다. 초면엔 다들 그렇다. 두 번째엔 사장님이 알은척을 했다. 지난번에도 같은 자리 앉지 않았냐고. 그렇게 인사를 나눴다.
어제는 혼자 갔다. 동네 산책길에 커피를 주문했다. 연희동 사느냐고 그가 물었다. 나는 가는 귀가 먹은 듯 동문서답을 반복했다. 그러다 평소보다 많은 말을 나누고야 말았다.
거주하는 동네에 익숙한 가게가 생긴다는 건 정다운 일이다. 차를 한 잔 마셔도 인사할 사람이 있다. 일을 매개로 하지 않아도 대화할 사람이 생긴다는 건 직장인에게 사뭇 귀하다.
커피를 들고 동네를 걸었다. 평소에 못 본 정취가 묻었다.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데 노부부가 손을 잡고 걷고 있었다. 그 모습이 좋아 두 블록 정도를 따라 걸었다. 익숙한 곳에서 발견하는 낯섦이 아름다웠다.
요즘은 때때로 여유를 만든다. 하는 일 없이 시간을 보내면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일 때가 있다. 그것이 아마 살면서 놓친 미세한 입자의 소중함 따위가 아닐까 하여, 구태여 눈을 뜨고 주변을 둘러보는 일이 늘었다.
조금 더 무의미한 시간들을 돌봤으면 어땠을까, 그런 생각들이 땀처럼 흐르는 여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