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IM Jun 07. 2022

생각이 흐르는 여름

Positiver?

부담이 없다는 건. 

즐겨 찾는 커피숍이 생겼다. 집에서 5분 거리에 있는 곳이다. 테이블 4개 남짓의 작은 로컬 숍이다. 젊은 사장님이 혼자 운영한다.


처음엔 데면데면했다. 초면엔 다들 그렇다. 두 번째엔 사장님이 알은척을 했다. 지난번에도 같은 자리 앉지 않았냐고. 그렇게 인사를 나눴다.


어제는 혼자 갔다. 동네 산책길에 커피를 주문했다. 연희동 사느냐고 그가 물었다. 나는 가는 귀가 먹은 듯 동문서답을 반복했다. 그러다 평소보다 많은 말을 나누고야 말았다.


거주하는 동네에 익숙한 가게가 생긴다는 건 정다운 일이다. 차를 한 잔 마셔도 인사할 사람이 있다. 일을 매개로 하지 않아도 대화할 사람이 생긴다는 건 직장인에게 사뭇 귀하다.


커피를 들고 동네를 걸었다. 평소에 못 본 정취가 묻었다.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데 노부부가 손을 잡고 걷고 있었다. 그 모습이 좋아 두 블록 정도를 따라 걸었다. 익숙한 곳에서 발견하는 낯섦이 아름다웠다.


요즘은 때때로 여유를 만든다. 하는 일 없이 시간을 보내면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일 때가 있다. 그것이 아마 살면서 놓친 미세한 입자의 소중함 따위가 아닐까 하여, 구태여 눈을 뜨고 주변을 둘러보는 일이 늘었다.


조금 더 무의미한 시간들을 돌봤으면 어땠을까, 그런 생각들이 땀처럼 흐르는 여름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非 광고형 인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