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주한데 티는 별로 안 나는 듯?
지역에 출장 나갔다가 아파서 혼났다. 근 10년 만에 찾은 부산이지만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 숙소 지근거리에 있는 광안리는커녕 뭐 하나 제대로 먹은 것도 없다. 오랜만에 찾은 도시의 초입에선 길을 잃었고, 식당을 찾아가는 험난한 여정엔 숨을 헐떡였다. 지하철역 앞을 제외하곤 돌아다니는 길 곳곳이 산지에 가까웠다. 낯선 풍경과 떨어진 체력, 익숙하지 않은 업무가 들뜬 마음을 가라앉혔다. 가는 날은 언제나 장날에 가까웠고, 맛있는 걸 먹고 오라는 상사의 이야기는 귓등으로 사라졌다. 밀면과 만두 몇 점이 이번 부산행의 전부였다.
회사에 돌아왔지만 사무실에 들어가지 않았다. 외부 일정이 유달리 많아서 한 주간 밖으로 돌았다. 회식과 현장, 출장, 점심약속 등 매일 뭔가가 생겼다. 사실 좀 쉬고 싶었는데 연차를 쓸 수 있는 텀이 안 생겼다. ‘그런 날도 있는 법’이라며 웃어넘기고 싶었지만 지친 탓인지 표정 관리가 쉽지 않았다. 가면을 쓰고 취재원을 만났고, 티 나지 않도록 회사 사람들을 대했다. 그러다 문득 나 같은 덩치도 때때로 숨을 헐떡이는데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궁금했다. 실은 모두가 견디고 있는 건 아닌지 그런 생각이 머리에 맴돌았다.
힘들 때일수록 사람이 사람을 지탱한다. 기자를 준비할 때도, 준비 기간이 길어질 때도 늘 곁에 있던 것은 사람의 온기였다. 주변의 이해와 배려 속에 가까스로 한 주를 마무리하고 주말 내내 침대에 데운 떡처럼 늘어져 있었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라는 고등학교 담임 선생님의 말씀은 여전히 옳았는지 오늘에야 비로소 체력을 회복했다. 이런 글도 쥐어짜 낼 힘이 있어야 손가락을 놀린다. 하지만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것 또한 사람인 경우가 9할을 넘기 때문에 떨어지는 의욕을 외면하려고 특정인에 대한 관심을 꺼두는 중이다. 대게 상처는 한쪽으로 흐른다.
어쨌든 이렇다 할 성과는 안 보여도 열심히 발버둥 치는 중이다. 지난주 1년 치 헬스를 등록했고, 내일은 출입처와 기자간담회를 돌기로 했다. 목요일은 판결문으로 기사 하나를 치고, 그다음엔 연차로 싹을 틔운 연휴가 시작된다. 2월엔 공휴일이 따로 없다고 하니 이렇게라도 떨어진 의욕을 채워줘야 한다. 1월에 외면한 책도 좀 읽고 어디 높은 곳에 있는 카페에 가서 서울 시내라도 조용히 내려다봐야겠다. 이번 주와 다음 주는 올해를 결정짓는 주요한 분기점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