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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IM Mar 07. 2023

'애매한 게 제일 나쁜 거야'

열심히 살 때도 됐지, 이제

운동이 끝나면 신데렐라처럼 집에 간다.


바쁘진 않은데 바쁜 게 좋겠다. 그런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여가시간에 마냥 쉬니까 더욱 그렇다. 직장인들의 퇴근 후 일상이 그러하듯 나도 시간을 죽이는데 전념해 왔다.


요즘은 짬날 때 뭐라도 하려 한다. 헬스를 1년 치 끊고 운동복도 샀다. 헬스장은 집에서 가까운 곳을 골랐다. 근 몇 년 중 가장 열심히 다니는 중이다. 몸이 커지는 게 눈에 보인다.


어제는 심신이 고단해 침대에 누웠다. 밥과 초콜릿을 먹고 훈제란도 까먹었다. 해야 할 일을 마친 빨래처럼 널브러져 있는데 어느 책에서 본 문구가 등허리를 쿡쿡 찔렀다.


'애매한 게 제일 나쁜 거야'


밤 11시에 당도한 헬스장엔 여전히 사람이 많았다. 첫차와 막차를 탄 사람들을 보면 왠지 모르게 울컥한 게 있는데, 늦은 헬스장 풍경도 묘한 여운을 남겼다.


오늘은 엊저녁 처리하지 못했던 기사를 넘기는 일로 하루를 시작했다. 기사에 쓸 자료 확보가 요원해지면서 일정이 어긋났다. 그 틈을 타 끄적이는 글은 배덕감을 수반한다.


점심시간엔 책을 읽었다. 와다 데쓰야의 <문구 상식>을 가져왔다. 책을 가져온 날 점심시간에 여유가 생겨 오랜만에 기분이 좋았다. 내일은 연차라서 마음도 한결 가볍다.


최근엔 미래에 대한 투자 측면에서 수업을 신청해 둔 곳이 있다. 정원이 있는 강의라 수강 여부는 다음 주에 결정 난다. 일주일 중 이틀을 할애해야 하지만 인생의 다음 수를 위한 기로가 될지 모른다.


내일은 이른 시간에 운동을 하고 카페에 앉아 사람들이 출근하는 것을 지켜볼 생각이다. 남들 일하는데 나는 논다는 사실은 작은 위안이 된다. 연차의 묘미는 거기 있는 게 아닐까.


여하튼 밀린 책도 읽고 공부도 해야 한다. 주마다 한 권은 읽으려던 목표가 지난해엔 절반 수준에 그쳤다. 돈을 써야 한다는 생각으로 영어책도 구입했다. 쉬는 날치곤 퍽퍽한 계획이지만 상상하는 일은 이렇게 즐겁다.


내일도 이런 날이 되었으면 좋겠다. 늘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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