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IM Mar 20. 2023

오늘도 작은 하루

그저 열심히?

치팅데이라고 시작한 먹부림이 그동안의 운동을 무위로 되돌렸다.

일전에 신청한 교육을 듣게 됐다. 전형이 여러 단계라 시간을 다소 빼야 했다. 과정이 번거로워 취소하려다가 갔다. 하고 후회하는 것이 반대급부보다 대부분 낫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면접에서 주관대로 답하다가 다른 지원자들이랑 결 다른 얘기를 자꾸만 하게 됐다. 사실상 체념하고 있었는데 합격 연락이 왔다. 2분기는 다소 빡빡한 날들이 될 것 같다. 여담이지만 경력직들은 평상복을, 신입은 정장을 입고 온 게 재미있던 현장이었다.


어제는 밀린 책을 한 권 읽고 글을 끄적였다. SNS에 흔적을 남기는데 친구 추천에 익숙한 얼굴이 떴다. 한참 전에 일했던 회사의 대선배였다. 얼추 20년은 넘게 차이가 나는 그는 바로 밑의 후배에게 괄시를 받았다. ‘홀대’라는 표현이 적확했는지 모른다. 이유인 즉 모범이 돼야 할 선배가 일을 기피하고 꼼수만 부린다고 했다. 사연이 어떠했든 잊었던 그 사람은 웃는 얼굴로 부인과 찍은 사진을 프로필에 걸어뒀고, 나는 사진을 보고 옛날이 생각나 만감이 교차했다. 똑같은 사람에 대한 일이었는데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무엇이 다르길래.


오늘은 남는 시간에 일에 대해 생각했다. 현장 취재하면서 기사로 풀어내지 못할 조각 정보들을 여럿 접하는데, 그런 정보들의 휘발되는 것이 요즘 좀 아쉽다. 코너를 만들어 ‘수첩’류로 소화할까 하다가 일이 될 것 같아 관뒀다. ‘할 수 있다’와 ‘해볼까’는 차이가 좀 있고, ‘해볼까’와 ‘해야 한다’는 아예 다른 이야기가 되어 버린다. 그러니 하고 후회하는 쪽이 낫다고 하더라도 책임지지 못할 일이 아닌가 하여 선뜻 손이 안 간다. 바이라인은 이럴 때 유독 무겁다.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오늘이 지나면 내일부턴 꾸준히 일이 쏟아진다. 굵직한 거리는 없는데 매일 무언가 기사거리가 있다. 산발적으로 쏟아지는 일정과 자료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계획적으로 쓸 필요가 있는데 좀처럼 그게 안 된다. 일이라는 생각과 게으름이 만나 희한하게 시너지가 생기는 까닭이다. 이런 관행을 깨부수고자 최근엔 책상을 주문했는데 열정이 식기 전에 도착하면 좋겠다. 금세 이사 갈 집이라 집기 사는 걸 망설였는데 ‘사람은 역시 장비빨’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다. 투자 대비 효율을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퇴근시간엔 책을 한 권 주문해야 한다. 서평 쓰기에 앞서 자료 좀 정리하고, 이번 주 일정에 대비해 사전 스터디도 필요하다. 그리고 미용실에 들러 머리를 깎고, 적당히 밥을 먹으면 헬스장에 가는 거다. 구체적인 시간과 행위를 정해두면 계획을 지킬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한다. 다이어리에 하나하나 적어뒀는데 과연 오늘은 어떨까나. 어제보다 조금 더 성실한 인간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방향이란 걸 딱히 정해두진 않았다만.

매거진의 이전글 '애매한 게 제일 나쁜 거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