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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IM Mar 18. 2024

먼땅에서

일요일 아침이다. 시간 감각이 뒤틀려서 멍하다. 나름 맞춰서 잤는데 기분이 이상하다. 토요일 밤 출국했고, 토요일 낮에 도착했다. 그러니 하룻밤을 자고 일어났는데 일요일 아침이다. 시간 축을 엿가락처럼 길게 늘어뜨린 것 같다.


일하러 왔다. 월요일부터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하니 하루가 남았다. 짬 내서 쓸 수 있는 것도 그런 타이밍이 맞아떨어진 덕분이다. 시차로 인해 하루가 생겼고, 같은 이유로 아침 일찍 눈을 떴다. 일요일 아침 8시면 한국에서는 꿈속을 헤맬 시간대다.


눈을 뜬 이유 중엔 아침 일찍부터 사이렌이 울려댄 것도 있다. 숙소 밖으로 오토바이 소리가 크게 울리기도 했다. 도로와 접해 있는 이곳은 영화 '존 윅'의 콘티넨탈 호텔을 연상시켰는데 창밖에서 오는 소리들이 현실감을 일깨웠다.


사실 현실감을 놓긴 쉽지 않았다. 로밍 서비스가 시작되자 치안을 주의하라는 문자가 도착했다. 총기 사고가 빈번하다는 메시지를 받으면 총기 소지 비허용 국가에서 온 사람은 긴장하기 마련이다. 뉴스에서 보고 들은 것도 한몫했다.


밤에 돌아다니지만 않으면 괜찮다는 이야길 들었다. 그러면서 어제 먹거리를 사러 마트로 향했다. 길목 곳곳에 약에 취한 듯한 사람들이 보였다. 담배와 다른 마리화나 향이 나기도 했다. 그 거리에 속해 한 블록씩 건너가고 있으니 새삼 미국이란 게 실감 났다.


자고 일어나서 글을 쓰고 있으니 어제의 생각들이 옛날처럼 느껴진다. 날씨는 화창하고 적당한 백색소음이 귓전을 울린다. 숙소에서 나가 발을 딛고 서면 기분이 또 다르겠지만 방 안에서 보는 풍경이란 으레 그렇다. 이곳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금은 샌프란시스코 어느 방에 앉아있다. 조만간 밖으로 나가 커피를 마실 예정이다. 미국에 왔으니 그래도 커피 한잔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선배의 제안도 있었으니 비교적 그리고 유일하게 여유로운 아침을 만끽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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