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CEO를 만날 일이 있었다. 인사를 건네는데 한마디 겨우 했다. 그마저 상황에 맞지 않았다. 쓰지 않으면 나오지 않는다더니 언어습관은 정직하다.
내달 미국 출장이 잡혔다. 과거를 떠올리며 마음이 붕 떠 있었다. 외신에 지원하고, 면접을 보던 시절이 있었다. 거기서 헤어 나오지 못한 거다. 그런 기억들이 바랬다.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생각만 했다. 선의든 의욕이든 행동이 없으면 위험하다. 제멋대로 과신한다. 또 착각한다. 결과는 어김없이 당황스럽다.
‘긴장했나’ 여유가 생기니까 이런 생각부터 했다. 아무 말도 못 해놓고 이유부터 찾는다. 간장을 엎지르면 닦아야지, 엎지를 수밖에 없었던 이유로 수긍이나 하고.
돌이켜보면 별일 아니다. 근데 조금 더 돌아보면 별일이다. 큰일이고. 어학연수에 석사, 해외 인턴도 했다. 이런 맥락의 인간이 ‘에?’ 했다.
영어를 안 쓴 지 십수 년이 지났다고 해도 이게 맞나. 시간이 지나면서 잊어간다는 이야기가 남 일인 줄 알았다. 수치스러움을 넘어 민망했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찾아온다는 이야길 전래동화처럼 듣고 자랐는데 기회도 아닌 것을 입에 넣자마자 뱉었다. 떠먹여 주는 걸 씹지도 못해서야 원.
그 와중에 고른 포춘쿠키에선 ‘곧 놀랄 만한 기회가 올 것입니다. 기회를 잡으세요’라는 문구가 나왔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재미있는 하루다.
덧) 기자 한 명이랑 자꾸 사진 앵글이 겹치길래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사진기자였다. ......왜 폰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