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범위 내에서 품어보는 의문, 정봉주와 프레시안
일기 정도로 쓴 글에 정봉주 전 의원 건으로 사람들이 들어왔다. 관련 정보를 기대했을 테다. 진실게임 국면에 본격적으로 접어들기 전에 쓴 단락이다. 의도치 않게 사람들을 유인한 꼴이 됐다. 그래서 간략히 쓴다.
프레시안과의 갈등은 진행 중이다. 정봉주 전 의원 말이다. '피해자' A의 폭로로 시작됐던 기사가 진실게임으로 흐른다. 반박에 반박을 반복하고 있다. 조만간 사실이 드러나겠지만 상황 자체는 흥미롭다.
진실 자체에 대한 판단은 보류한다. 몇 가지 정황으로 상황이 어느 쪽에 유리하게 흘러가는지는 모두가 느낄 수 있다. 다만 드러나지 않은 부분에서 반전을 꾀할 수 있기에 진짜 피해자가 누군지 기다려 볼 일이다.
지금 상황에서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보도행태' 정도다. 드러난 사실을 놓고 볼 때 프레시안과 보도한 기자의 행동에 의아한 점은 한둘이 아니다. 풀어보자.
1. 역할 교체
정봉주 전 의원이 기자회견을 했다. 혐의를 받고 있는 날의 행적을 시간대별로 해명했다. 해당 언론사에 의문스러운 부분 확인을 요청했다. 기사 등에서 제기된 지적에 대해 답변하고 있다. 비교적 자신을 잘 방어하는 모양새다.
서어리 기자는 폭로자의 말을 기사에 거의 그대로 인용했다. 그 외 검증 가능한 자료는 없으며 후속 기사에도 증인만 바뀌었다. 증인은 익명이거나 신뢰성을 의심받는 상황이다. 거의 '믿으라'라고 강조하는 입장이다.
보통은 정 전 의원이 한 일을 기자가 한다. 구체적으로 입증 자료를 준비해 의혹을 검증하고, 해소되지 않은 부분에 대한 답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런 걸 '합리적' 의심이라고 한다.
반대로 지인의 증언 등을 통해 행위의 진위 여부를 주장하는 일은 혐의를 받고 있는 이들이 주로 한다. '알리바이'다. 구체적인 자료를 준비할 시간이 없었거나 자료가 없을 경우가 그렇다.
2. 보도 시점
앞서 밝힌 의문을 역으로 짚어보면 이상한 점이 드러난다. 서 기자가 1차 기사를 구체적인 검증 자료 없이 혹은 일부러 드러내지 않고 쓴 게 된다. 이 정도면 '성급했다' 정도로 마무리될 수도 있다. 그러나 보도시점을 정 전 의원의 서울시장 출마 선언 약 1시간 전으로 잡은 것은 폭로에 대한 부실한 근거와 연관 지어 생각할 때 의도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정 전 의원도 지적한 바 있다. '의도성'이 엿보인다는 거다. 그의 의견에 어렵지 않게 동의할 수 있는 이유는 기자가 내어놓는 추가 보도 시점에 있다. 정 전 의원의 해명에 맞춰 기사를 추가 공개하고 있다. 마치 흥행을 노리는 대행사처럼 상황을 관망한다. 그러다가 상대의 해명에 맞춰서 '이것 봐, 너 자꾸 거짓말할래?'라는 식으로 상대를 압박한다. 우연에 우연이 겹친 게 아니라면 의도적이라고 말해도 무리가 없다.
3. 취재 행태
서 기자가 정 전 의원에게 보낸 카톡 내용을 봤다. 그 화면이 진실이라는 가정 아래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두 사람 간 생략된 콘텍스트가 있지 않을까 유추할 수 있다. 기자가 취재할 때 일반적으로 상대를 압박하는 자세를 취하지 않을뿐더러 그럴 이유도 없고, 권리도 없다. 특히 상대방의 입장이 기사에 꼭 필요한 경우라면 자세를 낮추거나 구슬리는 게 일반적이다.
이런 '일반적인 상황'을 고려해 짐작하면, 몇 가지 상황을 가정할 수 있다. 우선 서 기자의 지속적인 연락을 정 전 의원이 피한 경우다. 그럼에도 서 기자의 메시지가 무례한 것은 변함없다. 카톡 이전에 둘 사이에 어떤 대화나 갈등이 있었던 경우가 두 번째다. 공개된 카톡은 이의 연장선으로 해석될 수 있다. 세 번째는 서 기자가 정 전 의원을 확신범으로 두고 대뜸 질문을 던진 경우다. 가능성이 낮고, 아니었으면 하는 상황이다. 어떤 경우든 무례하긴 하다.
실제로 취재를 어떤 식으로 하는지 많은 기자들을 보진 못했지만, '기자'라는 포지션이나 '알 권리' 따위로 다소 무례한 취재를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대표적으로 상대방 전화번호를 알아내 대뜸 전화해서 입장을 묻는 일이 있다. 최소한 양해를 구하거나 연락처를 구한 경로 정도는 설명하는 게 예의 같은데 실제로 잘 안되고 안 지켜진다. 이번 사례가 이런 관행의 본보기가 아니길 바란다.
4. 부실 취재
기본적으로 기사를 낼 수 있는 상태가 아닌데 기사화했다. A의 증언을 보도하기 위한 객관적 근거를 찾지도 못했을뿐더러 A는 심지어 익명이다. 더불어 A는 기자의 지인이라는 소문이 도는 상황이니 기사의 신빙성을 의심할 근거가 모두 마련된 셈이다. 독자 입장에서 보면 매우 불성실한 기사이며, 혐의를 받고 있는 정 전 의원 입장에서 보면 '독소'에 가깝다. 또 A 씨의 증언이 사실이라 가정하면, 기자는 A 씨에게까지 실수한 셈이 된다.
후속 기사도 그렇다. 보도를 통한 쟁점이 생기고 사실 관계를 다투게 되면 후속 기사를 통해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거나 엇갈린 주장에 대한 근거를 입증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프레시안의 기사는 후속 기사마다 주장에 주장을 더하는 식으로 신뢰를 더하려 했다. 주장을 하는 주체는 지인에서 출발해 지인의 지인, 정 전 의원과 이해관계에 얽혀있던 인물이다. 뉴스 생산자 입장에서 본다면, 다른 선택지가 있을 때 피해야 할 인터뷰이들이다.
데스크는? 기사의 송고 여부를 결정짓는 최종 관문, 데스크는 기사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모든 언론사 공통이다. 기자 생활을 통한 관록으로 보완할 지점이나 치명적인 오류 등을 짚어준다. 기사를 '킬'할 수 있는 권한도 데스크에 있다. 그런 데스크가 서 기자의 기사를 승인한 것은 상황을 뒤엎을 '팩트'가 있지 않을까 기대하게 한다. 심지어 보도 시점까지 정해가며 굳이 비판의 여지를 남긴 것은 '결정적 한 방'이 있기 때문일까.
5. 보도 방식
현안을 길게 늘어뜨린다. 간단명료한 기사로 사안을 종결할 수 있는 일을 자꾸만 끌고 간다. 일전에 JTBC가 쓴 방법과 유사하다. 뉴스를 이슈화 시키는 일이다. 방식의 유사점을 제외하면 돌아가는 형국은 J와 사뭇 다르다. 그 근거가 자의인지 타의인지 알 수 없다. 답답한 점이다. 가령 부족한 취재로 인해 계속해서 제기되는 의혹을 추가 기사로 막을 수밖에 없는 것인지, 주목도를 높이기 위한 프레시안의 선택인지 모르겠다.
양쪽 가운데 어떤 쪽이든 독자 입장에선 의아하다. 현재 정 전 의원을 '기득권'으로 보기엔 논란의 여지가 있다. 계속해서 뒤바뀌는 날짜나 성추행 내용, 장소 등도 답답함을 가중한다. 성추행 내용에 따라서는 폭로의 당위도 잃어버릴 가능성이 크다. 정 전 의원이 입을 맞췄다면 성추행이다. 그 외엔 '맞추려고 한 의도'를 입증할 방법이 있을까. '얼굴을 가깝게 들이밀었다'든가 '입을 맞추려 했다'는 식은 주관성이 짙다.
'인정하지 않으면 추가 폭로를 공개한다'는 방식도 이해하기 힘들다. 굳이 붙일 필요 없는 사족이다. 기사로 말하거나 개인적으로 정 전 의원과 말할 일이다. 현재 시점에서 서 기자는 기사로도, 정 전 의원과도 전혀 소통이 안 되는 모습을 보인다. 독자 입장에서도 궁금증이 증폭된다. 기사를 볼수록 의문이 증가하는 보도가 좋은 뉴스일까 자문해보면 수긍할 수 없다. 다만 프레시안이 '급했다'는 인식을 계속해서 받고 있다. 왜일까.
프레시안이 공격하고 정 전 의원이 방어하는 상황에서 정 전 의원의 의혹을 프레시안은 답하지 않고 있다. 사실 그래야 할 의무는 없다. 그래서 사안은 법정으로 넘어가고, 법이나 도덕, 여론 등을 통해서 조만간 조금 더 많은 것이 드러날 테다. 따라서 지금은 그저 울타리 밖에서 지켜보는 정도로 품을 수 있는 의문을 공유해본다. 주관적 단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