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단상] 불운은 아이들의 몫이 아니다
연희미용고등학교라고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이 있다. 일반 학교보다 느슨한 규제를 적용하면서 개인에게 설립 허가를 내줬던 일종의 대안학교다. 이 시설을 졸업하면 말 그대로 '학력인정'이 되는 셈이라 여러 가지 사정으로 학교를 다니기 힘든 학생들이 이곳에 온다. 이런 학평은 서울에만 14개 있다. 이 학평에 대한 법이 개정되며 2007년부터 개인이 학평을 설립·운영할 수 없게 됐다. 따라서 개인이 설립할 수 있던 시기 학평을 세웠던 설립자(개인)가 죽으면 그 시설은 법인으로 전환해야 한다. 개인에게 허가를 내준 결과 교비 횡령 등의 부작용이 발생한 탓이다.
문제는 법인 전환 과정이다. 학평을 법인으로 전환하려면 학평을 승계하는 이(후계자)가 5억 원 상당을 출연하고 토지와 건물 등이 필요하다. 후계자가 이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거나 학평 운영을 포기하면 기존 시설은 폐쇄 절차를 밟는다. 애초에 개인에게 설립과 운영 자격을 부여한 데 따라 폐쇄 결정도 자율에 맡긴 당연한 수순이다. 다만 이런 과정을 거쳐 학평이 사라지면 학평을 다닐 수밖에 없는 학생이나 학평을 다니던 학생들은 피해를 보게 되는데, 이에 대한 구제안이 마련돼 있지 않다.
현재 서울시교육청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은 폐교를 앞둔 학평의 수명을 연장하는 정도다. 제도적 범위 내에서 지원할 수 있는 보조금을 제공하고 폐지를 막는 방안을 함께 고민하자는 권고 정도일까. 학평의 성격 자체가 공교육이나 제도권 내 교육시설의 범주 안에 있지 않아 교육부나 교육청에서 취할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다. 후계자의 사정이 여의치 않아 운영을 대신할 조직이나 단체도 알아봤지만 잘 안됐다는 말을 들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몇몇 학평들은 절차에 따라 신입생을 받지 않기 시작했다. 연희미용고도 마찬가지로 안다.
불과 어제까지만 해도 이 정도가 취재 내용의 전부였다. '안타깝지만 할 수 없다' 정도로 요약되는 불운한 상황이었다. 주목할 점은 그 불운을 왜 학생들이 짊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누구도 줄 수 없다는 부분이었다. 답답한 마음을 안고 있던 터에 오늘 타사에서 기사가 떴다. 서울시교육청이 협의체를 구성해 연희미용고 정상을 위한 회의를 이어가고 있다는 내용이다. 내용인즉 '인건비 보조금 지속 지원', '교사 해고 철회', '학생의 학습권 보호', '학교 존속을 위한 노력' 등이다. 결국 취재한 내용에서 나아가지 못했다는 확인 아닌 확인이다.
이번 문제는 '백년지대계'라는 교육문제를 소홀히 한 사회의 단면을 보여줬다. 학평 구성원이 일반 학교를 다니는 그들에 비해 확연히 적은 점에서 소수자의 문제로 귀결되기도 한다. 책임 없이 제도를 운영한 부작용이 드러나는 과정이며 해결 과정에서 기본권(교육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이들에 대한 인권 문제도 조명될 예정이다. 정치적으로든 경제적으로든 이슈 주목도가 높지 않지만 기저에 주요한 가치를 다루는 이 사안은 조금 더 사회적 존중 아래 다뤄져야 할 필요가 있다. '똥 묻은 속옷을 팔아서라도 공부는 시키겠다'는 부모세대의 정신을 잊기에 우리는 아직 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