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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몬지 Oct 27. 2024

지금만이 할 수 있는 것

금보다는 별의 반짝임을 먼저 보는 사람

과감한인생.


그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부터 뭔가 이상하면서도 매력적인 팀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들의 프로젝트 중 하나인 '최악의 여행'에서 처음 본 콧수염 대장의 첫인상은 남다른 기운이 느껴질 만큼 강렬하고 인상 깊었다.


처음에는 그 멋들어진 콧수염이 그 이유인 줄 알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존재감이 팀 전체에 어떻게 스며들고 있는지 점점 더 명확해졌다. 대장이 눈빛만 보내도 스텝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을 보고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대장이 군기를 엄청나게 잡는 편인가…?”


하지만 그건 무심결에 봐도 군기라고만 보기는 어려웠다. 그를 중심으로 팀이 자연스럽고 재빠르게 움직이는 걸 보며 ‘스텝들이 도대체 왜 이런 힘든 프로그램을 자발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원천이 뭘까?’라는 의문이 스멀스멀 들었다.


그 궁금증은 곧바로 과감한인생 팀 자체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어졌다.


그래서 스텝들에게 팀에 대해서 이것저것 꼬치꼬치 물어보고 다녔다. 이렇게 관심을 가지다 보니 만약 내가 이 팀에서 일을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점점 싹트였다.


며칠이 지나고, 평소처럼 하릴없이 무직 생활을 즐기고 있던 오후였다. 콧수염 대장이 갑자기 카톡을 보냈다.


"명찌 잠깐 전화할 수 있나?"라는 메시지에 얼떨결에 전화를 걸었더니, 그는 모녀 여행 프로젝트 '마이맘의 봄날'에 객원 스텝으로 참가해 볼 생각이 있냐고 물었다. 순간 당황했지만, 호기심을 해결할 기회가 생긴 게 선뜻 반가웠다.


그 후, 아지트에서 사전 준비를 하던 중 대장은 나에게 말했다.


"궁금한 게 있으면 스텝들에게 묻지 말고 나한테 직접 솔직하게 물어봐!"


나는 그 말을 듣고 궁금했던 것들을 서슴없이 물어보았다.


과감한인생은 회사라기보다는 팀에 가까운 구조였고, 회사를 만들어가는 과정 중에 있었다. 무급으로 일하면서 따로 생계비를 벌어야 했고, 팀원들은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팀 활동을 병행한다고 했다.


세상에는 절대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곳이 따로 없었다. 이거 완전 세상에 없는 회사잖아?


다행히 대기업 계약직 파트타이머로 일하고 있어 최소 생활비는 충당할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망설이게 되는 무언가가 쉽게 가시질 않았다.


그리고 대장에게 팀에서 필요한 역할이 무엇인지를 묻자, 대장은 오히려 나에게 되물었다.


“너는 어떤 포지션을 원해?”


예상치 못한 질문에 잠시 당황했지만, 마른침을 삼키며 말했다.


"기획, 마케팅, 디자인 쪽 일을 해보고 싶어."



“그럼 여기서 한번 시도해 봐”



그의 대답이 문득 나에게는 알 수 없는 무언가의 끌림으로 다가왔다. 원하는 걸 시도해 볼 수 있다는 설렘, 설령 실패하더라도 의미 없는 경험이 되지 않을 거라는 확신.


그 후로 나는 이상적이고 가끔은 뜬구름을 잡는 나보다 훨씬 현실적인 가치관으로 삶을 영위하고 있는 친구와 이야기를 나눴다. 이 팀에 합류하는 게 과연 나에게 좋은 선택일지 친구의 냉정한 의견을 들어보고 싶었다.


나는 친구에게 내 고민을 털어놓으며 과거 홍보대사 활동부터 시작된 기획에 대한 즐거움과 마케터로서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했다.


“과감한인생에서는 기획 하나를 할 때에도 제약을 주기보다는 팀원들의 시도와 경험을 우선시하는 팀 분위기가 느껴졌거든. 그 팀에서 일하면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의미 있는 경험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그런 환경에서 일한다면 조금은 더 즐겁게 몰입하며 일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지만 순전히 내가 하고 싶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 팀에 합류하는 게 과연 후회하지 않을 최선의 선택인지는 잘 모르겠어”


그러자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책에서 본 말인데, 선택에 기로에 놓인 순간에 갈팡질팡할 때, 이것만 생각하래. “


'지금만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라'


“하고 싶은 게 많아도 그걸 다 하다 보면, 그 순간에만 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칠 때가 있잖아. 우리 나이 때는 전문성을 쌓고 돈을 버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나이를 먹고 시간이 흐를수록 무언가 시도할 수 있는 용기는 점점 사라지는 것 같아. 무언갈 용기 내서 하기에는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은 걸 알아버리고 있으니까. “


“사람들은 금이 아름답다는 걸 알게 되면 별이 아름답다는 사실은 잊어버린대. “


금이 당장은 빛나지만, 그 빛을 좇다 보면 별처럼 빛나는 다른 기회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뜻 같았다.


“지금이야말로 너 스스로를 온전하고 자유롭게 시도해 볼 수 있는 때야. 네가 과감한인생에서 얻는 경험들이 단지 당장의 보상이 없는 일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봤을 때 훨씬 더 값진 기회로 돌아올 수 있지 않을까?


돈을 벌고 안정적인 길을 택하는 게 더 현실적이고 안전해 보일 수 있다. 누구나 당장의 안정감을 원하고, 그게 어쩌면 더 '성공적인' 선택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친구의 말은 그런 현실적인 선택이 오히려 나를 한정 지을 수 있다는 것을 무심결에 알려주는 듯했다.


“지금 당장은 눈에 보이지 않을지 몰라도, 별을 바라보는 이 순간이 나중에 금처럼 빛날 때가 올 거야. “


친구의 조언을 듣고, 나는 마음을 굳혔다. 지금이야말로 무언가 새로운 것을 시도할 수 있는 시기라는 생각이 강렬하게 들었다.


눈앞의 안정적인 길 대신, 과감하게 도전할 기회를 선택하는 것이 나에게 더 큰 경험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그렇게 나는 ‘명찌’라는 닉네임으로 과감한인생 팀에 합류하기로 결심했다.


눈에 훤히 보이는 고생길에 제 발로 걸어갔다. 내 앞에 무슨 일이 펼쳐질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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