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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KK Aug 23. 2019

1. 서른둘 여자, 스물여섯 남자 - 첫 만남

"괜찮으면 같이 밥 먹을래요?"

"괜찮으면 같이 밥 먹을래요?"


 2019년 겨울의 끝자락 그에게 처음으로 연락이 왔다. 서른둘 첫 백수에 집에서 굴러만 다니던 나는 '백수'라는 현실에 한참을 고민했지만 봄이 다가오고 있어서였을까. 몽글몽글 내 마음에서 피어났던 봄은 'STOP'이 아는 'GO'를 외쳤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그의 나이를 알지 못했다. 나이도 모른 채 연락을 이어갔고 처음 통화하던 날 알게 된 그의 나이.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스물여섯. 정확히는 스물다섯이었고 나는 곧 결혼을 바라볼 나이 서른둘이었다. 나이가 부담스러울 법도 하지만 고민은 없었다. 나름 트렌드를 따른다고 요즘 트렌드에 맞게 비혼 주의를 꿈꾸던 나였기에 나를 걱정해 주던 그와 연락을 이어나갔다. (그 역시 나이에 대한 부담은 없었다고 했다)



 사실 그와는 수영장에서 만났다. 나는 회원이었고 그는 강사였다. 그저 나에게 그는 수영 강사였고 그에게 나는 회원이었다. 설 연휴 오지랖이 넓은 나는 설 선물을 준비했고 모든 강사들이 다 같이 나누어 먹을 수 있게 마카롱 여러 개를 준비했지만 결과적으로 그는 먹지 못했고 안타까운 마음에 다시 준비해 그에게만 마카롱을 선물했다. 한 번도 회원에게 연락을 해본 적 없었다는 그는 내 마음이 너무 고마워 고마움을 전달하고자 문자를 보냈다고 했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그와 나는 여전히 회원과 강사였다.



 나에게 있던 고질병. 성격이 못돼서일까 미련해서 일까 스트레스를 받거나, 힘들면 더 힘들어야 직성이 풀리고 힘들면 오기로 버티는 성격 덕분에 발목 인대가 끊어져 걸음도 제대로 못 걷던 상황에서도 수영을 했고, 결국 나는 절뚝거리며 수영장을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그런 나를 본 그는 너무 걱정돼 연락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와 며칠 연락을 이어나갔고, 그는 나에게 "주말에 괜찮으면 같이 밥 먹을래요?"라고 물었다. 사실 밥이 아니라 "영화 볼래요?" 혹은 "주말에 만날래요?"라고 물었다면 나는 만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먹는 걸 너무너무너무 좋아하는 나는 밥에 넘어가 그와 밥을 먹기로 했다.



 물 밖에서는 처음 만나는 그를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까, 혹시나 수모에 수경 쓴 모습만 본 나를 못 알아보면 어떻게 하지 하는 마음에 긴장된 마음으로 그를 만나기 위해 종로로 향했다. 40분이나 먼저 도착했다는 그를 찾아 출구를 찾아 나갔고, 드디어 그를 만났다. 이게 물 밖에서의 우리의 첫 만남이었다.



나를 처음 설레게 한 한 마디. 그리고 매일 아침 이제는 일상이 된 한마디. "잘 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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