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진지하게 한 번 만나 볼래요?"
"우리 진지하게 한 번 만나 볼래요?"
그와 물밖에서 처음 만난 뒤 대략 일주일 정도가 지났다. 아니 정확히 5일째 되는 날이었다. 금요일 밤 나는 수영이 끝나고 바로 집에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었고 나는 혼자 심야영화를 봐야겠다 생각했다. 그리고 그에게 심야영화를 볼 거라고 통보를 했다.
"나 심야영화 볼 거예요"
"왜요?"
"블라블라 블라" (이유 설명)
이 곳에 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내 얘기가 아니기 때문에) 그는 밤늦게 혼자 영화를 봐야 하는 나를 위해 금요일 밤 나와 함께해 주기로 했다.
그와의 두 번째 데이트는 2월 22일. 아직은 겨울이었기에 수영이 끝났지만 날씨가 추워 밖에 나갈 수 없었고, 안에서 그를 기다렸다. 그의 수영 강습이 모두 끝나고 우리는 첩보 작전처럼 다른 회원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저만치 멀리 떨어진 곳에서 만나 버스를 타고 우리 동네로 향했다.
그리고 들어선 곳은 치킨집. 치킨 한 마리에 맥주 두 잔. 그와 나는 늦은 금요일 밤 치킨집에서 두 사람만의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는 나에게 말했다. '나는 바쁜 사람이에요. 낮에도 저녁에도 일을 하고, 주말에도 시간을 뺄 수 없을지도 몰라요. 당장 주말에 놀러 가자 약속해도 주말이 되면 나는 그 약속을 취소하고 일을 하러 가야 됩니다.' 그의 얘기를 듣고 있자니 눈물이 날 뻔했다. 또 혼자만의 생각으로 내 마음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아, 나와 지속해서 연락을 이어나가고 싶지 않아 바쁘다 변명을 하는구나'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한 참을 나를 괴롭히고 있던 중 그가 물었다.
"이렇게 바쁜 사람 괜찮아요?"
"괜찮으면 우리 진지하게 한 번 만나 볼래요?"
고개를 떨구어 그의 얘기를 듣던 나는 그 질문을 듣고서야 그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좋아요"
그렇게 우리의 연애는 시작되었다.
진지한 만남을 시작하기로 한 그와 나는 산책을 하기 위해 치킨집 밖으로 나갔다. 우리 동네에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개천이 있다. 걷는걸 유난히 좋아하는 날 위해 걷는걸 유난히 싫어하는 그가 밤 산책을 제안했다. 우리는 손을 잡고 개천을 걸었다.
사실 그는 첫 만남부터 내가 좋다고 했다. 밖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날 위해 선물을 준비했고, 뽀뽀가 소원이라고 말하던 그였다. 나는 그의 소원을 들어주겠노라 했지만 뽀뽀가 소원이라는 그의 말에 그의 소원을 들어주지 못했다.
그리고 2월 23일 새벽. 날은 추웠지만 그의 손이 따듯해 한참이라도 걸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따듯하게 손을 맞잡고 개천을 걷던 그 날 나는 그와 걷다 주저앉고 말았다.
그에게 한참을 얘기하던 나는 '들어봐' 대신 '봐봐'라는 단어를 선택했고 그는 내 앞에서 내 얼굴을 보며 '봤어요'하고 대답했다. 내 앞에서 내 얼굴을 보는 그의 얼굴을 마주 봤을 때 그는 이미 내 가까이 다가와 나에게 뽀뽀를 하던 중이었다. 순식간에 지나간 뽀뽀. 나는 그 날 뽀뽀에 너무 놀라 그의 앞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그렇게 그 날 연애의 시작과 함께 그와 첫 뽀뽀까지 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