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2차 검열이 가장 자주 일어나는 곳은 문자와 메신저 앱이다. 나는 답장을 보내기 전에 맞춤법 검사기를 돌려본다. 모든 답장마다 이러는 건 아니고, 두 줄 짜리 답장부터 띄어쓰기나 맞춤법이 틀렸을 까봐 꼭 돌려본다. 뭐라 하는 사람 아무도 없는데. 이러다 보니 자연히 답장 속도가 느려진다. 어떤 날은 ‘네’ 와 ‘예’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다 ‘왜 읽고 씹냐’ 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분명 카톡의 1이 사라졌는데 한동안 답이 오지 않는다면 내가 검사기를 돌리고 있는 중이니 부디 너그러이 여겨 주시길.
다섯 줄이 넘어가는 장문의 경우 하나가 더 추가된다. 국어 사전. 문맥과 어울리지 않는 단어가 있거나 내가 알고 있는 뜻이 정확하지 않을 까봐 국어 사전을 찾아본다. 단어가 고쳐지면 문장 앞뒤로 엔터를 친다. 여기서 뚝 끊기면 말투가 싸가지 없어 보이려나. 주욱 늘어지면 괜히 변명하는 것처럼 보이려나. 온점을 찍으면 딱딱해 보이려나. 별별 쓸데없는 첨삭을 한다. (업로드 할 글이나 꼼꼼히 볼 것이지) 웃음이 난다. 메시지 하나 보내는 게 이렇게 복잡할 일이었나?
정말 웃긴 점은 타인의 오류는 크게 상관 없다는 점이다. ‘않 되’ 와 같은 수준이 아니라면 틀려도 괜찮다. 거슬리지 않다. 애초에 다른 사람의 문법을 들여다보지도 않는다. 바로 이 지점에서 나는 피곤해진다. 타인의 오자(誤字)엔 “그럴 수 있지 뭐, 어떻게 사람이 모든 맞춤법을 다 지켜” 라고 수긍하면서 내 문자는 “얘는 이런 것도 틀리네” 라고 지적당할 까봐 엄격해진다. 지켜야 할 규칙이 많아지니 피곤할 수 밖에.
스스로에게 걸어둔 규칙은 나름 도움이 됐다. 국어 문법 지식을 상당히 얻을 수 있었고 자소서나 보고서 쓸 때 편했다. 문제는 하고 싶지 않은데도 습관적, 반복적으로 하게 되는 상태다. 글로 풀어내며 나를 객관적인 시점으로 바라보니 더 확실해졌다. 답장이 조금 길어질 때마다 매번 검사기를 돌리는 건 시간 버리는, 강박적이고 비효율적인 행위다.
집착이나 강박을 버리기 위한 첫 단계는 인정. 맞춤법이란 주제로 글을 쓰게 된 이유다. 문장을 조탁하고 머릿속에 그 때에 상황을 떠올리고 입에 단어를 굴려보며 스스로 부닥쳐볼 기회가 되길 바랐다. 다음 단계에선 무엇에 불안감을 느껴 반복적으로 행동하는지, 그런 행위가 진짜로 안정감을 주긴 하는지 등을 물으며 근본 원인 파악에 들어간다고 한다.
아 인정부터 어렵다. 나는 조금 꼼꼼할 뿐이야! 도리질을 해본다. 그래 나 이런 애였는데 몰랐어? 어이가 없다. 이제라도 알았으니 됐지 뭐~ 뻔뻔해서 혼내지도 못하겠다. 어르고 달래며 앞으로 잘 해봅시다 악수를 건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