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문득
아침에 눈을 뜨자 왜인지 모르게 문득 너의 생각이 났다.
나의 3번의 연애 중에서 제일 처음 만났던 사람도 아니고, 제일 최근에 만났던 사람도 아닌, 3번 중 2번째인 가운데에 있는 너의 생각이 났다. 너와 헤어진 지 어느덧 2년이 넘게 흘렀고, 너에 대한 생각이 더 이상은 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아니, 생각하기도 싫다고 여기고 있었다. 그런 게 그게 아니었나 보다. 나는 여전히 너를 잊지 못했던 건지 아침에 눈을 뜨자 문득 너의 생각이 나면서 네가 보고 싶어 졌다.
그래서 나는 혹시라도 너의 사진을 지우지 않은 게 있을까 컴퓨터 이곳저곳을 혼자 뒤적거렸다. 그러다가 N드라이브에 저장되어 있어서 지우지 못했던 너의 사진 여러 장을 발견했다. 외장하드에 따로 저장해두었던 사진을 너와 헤어진 지 1년이 넘어서야 지울 수 있었고, 너의 사진은 더 이상 없다고 생각했었다. N드라이브에 있는 너의 사진을 발견하고, 나는 내심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너의 사진이 모두 남아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꽤나 많이 남아있었기에.
너의 사진을 보면서 혼자 생각을 해보았다. 왜 하필 네가 생각났던 걸까. 3년을 넘게 만나다가 헤어진 사람도 아닌, 제일 최근에 헤어진 사람도 아닌, 1년 조금 넘게 만난 네가 생각난 이유를.
아마 나의 3번의 연애 중 너와 함께 했던 연애가, 너와 함께 했던 시간들이 내가 이때까지 보냈던 시간 중에서 가장 행복했던 1년이란 시간이라서 그랬던 것 같다.
나는 여전히 너와 만날 당시에 그 감정과 느낌이 여전히 기억이 난다. 2년이란 시간이 넘게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너에게 처음 반했던 순간, 새벽에 너의 감정을 나에게 털어놓았던 3시간이 넘었던 전화, 너와 처음 만나기 시작한 그 날, 너와 처음 손 잡은 날, 너를 처음 안았던 날, 너와 처음 키스했던 날. 그 모든 날의 감정이 아직도 나에게 남아있다.
그만큼 너는 나에게 크나 큰 존재였던 것 같다.
예전에 너는 나에게 이런 말을 했었다. 만약 우리가 좀 더 늦게 만났으면 더 좋았을 거라는 말. 우리가 더 성숙해져서 만났으면 더 좋았을 거라는 말. 그 당시에는 그 말에 별로 공감을 할 수가 없었다. 근데 지금은 그 말이 너무나도 생각이 난다. 그 당시에 우리는 너무 어렸었고, 서로에 대한 이해심이 부족했었다. 만약 지금 만났더라면 그 당시처럼 싸우더라도 너에게 상처를 주는 말 따위는 하지 않았을 테고, 너를 더 아껴주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너와 찍었던 사진을 보다가 네가 나에게 준 편지들도 생각이 나서, 방 여기저기를 뒤적이며 편지를 찾았다. 편지는 아직까지 버리지 않았었기에 여전히 가지고 있었다. 편지 하나하나를 다시 읽어보다 보니 네가 더욱 보고 싶어 졌다.
그냥 우연히라도 길을 가다가 마주쳤으면 하는 생각도 들고, 예전처럼 모두가 함께 만날 때 네가 나왔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 너에게 연락을 해보고 싶기도 하지만, 그건 막상 겁이 나서 못하겠다. 왜 겁이 나는지, 무엇 때문에 겁이나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너에게 연락을 했다가 혹시라도 너의 대답이 차가울까 봐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그냥 생각이 많이 복잡해진다.
이건 정말 만약이지만... 만약에 너와 내가 다시 만나게 된다면, 정말 그렇게 된다면, 그땐 과거의 너와 만났을 때 보다 더 잘해줄 수 있을 거 같다.
그냥 문득 오늘따라 너의 생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