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인풋이 많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회사를 다니면서도, 퇴사를 하고 나서도 ‘나는 충분히 인풋이 많은데 이제 아웃풋만 내면 돼!’라고 '착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계속해서 성급하고 조급하게 생각했다.
몇몇 사람들의 책과 영상을 보며 ‘저 정도는 나도 할 수 있겠다.’고 혀를 찼고 그들을 부러워만 했다. 그리고 브런치에 에세이를 써보자고 결심했다. ‘내가 그래도 수십 년은 살았고, 스펙은 이 정도고, 자기 계발서 책이랑 영상에 투자한 시간이 얼마고.’ 이러면서 내가 가진 주관들에 자부심을 느끼며 그걸 그냥 빨리 사람들에게 오픈하기만 하면 다 잘될 것처럼 ‘착각’했다.
그런데 좋아하는 유튜버가 그랬다. 처음에는 인풋이 9, 아웃풋이 1이어야 한다고. 그러면서 점점 아웃풋의 비중이 늘어나야 한다고. 나는 내가 인풋이 9였다고 ‘착각’했다. 에세이와 자기 계발서를 많이 읽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집에 있는 서재를 봐도, <밀리의 서재>를 봐도 대부분 ‘읽다 만 책’, ‘펴보지도 않은 책’이다. 냉정하게 기록해보기로 결심했다. 사실 작가가 꿈이라고 하면서 정작 ‘책’은 많이 읽지 않았다. 지난 일주일 간 내가 가장 시간을 많이 쓴 곳은 스마트폰의 '인터넷' 어플이다.
스마트폰 기록앱을 이용해 확인해 봤다.
12/22 (목) 인터넷 3시간 7분, 유튜브 15분, 밀리의 서재 6분, 카카오톡 3분
12/21 (수) 인터넷 4시간 22분, 트위터 1시간 36분, 밀리의 서재 20분, 카카오톡 15분
12/20 (화) 인터넷 4시간 16분, 트위터 2시간 37분, 유튜브 37분, 카카오톡 11분, 밀리의 서재 10분
12/19 (월) 인터넷 4시간 59분, 유튜브 1시간 20분, 카카오톡 43분, 밀리의 서재 15분
12/18 (일) 인터넷 3시간 12분, 유튜브 59분, 카카오톡 11분, 밀리의 서재 3분
12/17 (토) 인터넷 4시간 29분, 유튜브 1시간, 밀리의 서재 28분, 카카오톡 11분
12/16 (금) 인터넷 3시간 32분, 카카오톡 27분, 유튜브 23분, 밀리의 서재 11분
12/15 (목) 인터넷 4시간 49분, 유튜브 1시간 11분, 카카오톡 36분, 밀리의 서재 17분
→ 대충 통계를 내보니, 평균 4시간 정도는 인터넷을 했다. 그리고 유튜브는 1시간 정도 봤고, 카카오톡은 30분 정도, <밀리의 서재>가 평균 15분으로 턱없이 적어서 놀랐다. ‘작가가 꿈’이라고 말하면서 내 시간을 ‘책’이 아닌 ‘인터넷’에 다 쓰고 있었다.
이제 더 이상 조급해하지 말고 인풋을 9로 늘려야지. 인터넷은 자제하고, 책에 머무는 시간을 늘려야지. 다음에 브런치에 글을 쓸 때는 조금 인풋이 늘어나 있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