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역행자 <자의식 해체> 성공 후기
퇴사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처음 생각의 궤적은 ‘너무 행복해서 이대로만 살 수 있으면 좋겠다!’였다. 그러면서 관심을 가진 게 ‘프리랜서, 사업가가 되는 것’ 즉 ‘회사로 돌아가지 않는 것’이 되었다. ‘어떻게 하면 회사로 돌아가지 않을 수 있을까?’ 그게 최대 관심사가 되었다. ‘프리랜서가 되자!’, ‘꿈꾸어 왔던 작가가 되는 거야!’ ‘그동안 나는 수집한 자료도 많으니까 꺼내면 금방 작가가 될 수 있을 거야.’ 이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하려 하니 정말 쉽지 않았다. 현실이 눈에 보였다. ‘수집’을 많이 했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관심사가 다양한 편이다 보니 파편적으로 정보가 모여 있었다. 브런치에 글을 썼다. 내가 인풋이 많다고 착각했다고.
책 <역행자>에서 읽은 자의식 해체였던 거라고 생각한다. 역행자에서 저자 자청은 “자의식은 본인보다 잘난 사람에 대한 거부감을 느끼고 그의 정보를 밀어낸다.”라고 말한다. 나도 자의식에 똘똘 뭉쳐 있었다. 예전의 나는 에세이 작가들을 보면서 ‘저 정도는 나도 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쟤들보다 더 잘났는데, 나는 회사 다니느라 시간이 없어서 글을 못 쓰고 있는 거야.’라고 생각했다. 아니었다. 에세이 작가들은 적어도 나보다는 책을 많이 읽었었다. 나보다는 많이 경험했었다.
자청은 “자의식을 해체해야 비로소 심리적으로 안정될 수 있으며, 반복하는 실패를 성공으로 전환할 수 있다. 스스로 멍청하다는 걸 인정하자. 스스로 못났다는 걸 인정하자. 질투하는 대상보다 못하다는 걸 인정하자. 그다음에 발전이 있다. 자의식으로부터 자아의 상처를 피해서는 절대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라고 말한다. 지난 브런치의 글에서 비로소 내 자의식을 해체했다고 생각한다. 자의식을 해체하자 읽고 싶은 책이 더 많아졌다. 더 많이 배우고 싶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웃풋을 빨리 내놔야겠다는 조급함과 욕심을 내려놨다.
무엇을 적어야 할까. 책 <게으르지만 콘텐츠로 돈은 잘 법니다>에서 저자는 콘텐츠 주제를 찾는 것에 대해 “바로 지도 위에서 나의 위치를 찾는 것입니다. 내가 지금 어디에 와 있는지 어떻게 가는 중인지 알기 위해서 일단 내 인생을 기록해야 합니다. 내가 과거에 무엇을 하면서 헤맸고, 지금은 무엇을 하면서 헤매고 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런 것들을 기록하는 게 바로 나의 위치를 찾아가는 일입니다.”라고 말한다. 즉,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것을 기록하라고 이야기한다.
내가 아웃풋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고 한 건 평소에 읽고 싶었던 에세이를 읽으면서 독서노트를 기록하는 거였다. 그게 생산성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돈을 버는 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냥 읽고 기록해 보자. 그게 내가 도달한 현재까지의 결론이다.
또 하나, 브런치가 좋은 점이 있다. 지난 포스팅에 내가 인터넷 하는 시간을 기록해둔 적이 있다. 이건 글을 올리고 지난 3일 간 기록의 변화이다.
12/23 (금) 인터넷 2시간 37분, 밀리의 서재 2시간, 노션 50분, 유튜브 31분
12/24 (토) 인터넷 2시간 28분, 카카오톡 56분, 노션 52분, 밀리의 서재 6분, 유튜브 21분
12/25 (일) 인터넷 2시간 51분, 카카오톡 48분, 밀리의 서재 45분, 유튜브 3분
→ 다시 통계를 내보니, 평균 2시간 30분 정도 인터넷을 했다. 그리고 유튜브는 30분을 봤고, 카카오톡은 40분, <밀리의 서재>는 1시간 정도로 늘었다. 내가 바라던 대로 <밀리의 서재>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어났고, 인터넷은 줄어들었다.
정말로 다행스럽게도, 유튜브와 인터넷에 머무는 시간도 매우 많이 줄어들고 있다. 내가 바라왔던 내 모습이 되고 있는 것. 또 브런치에 어떤 걸 기록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저 내가 하고 있는 행동에 몰입하고 머무르고 즐기고 싶다.
참고한 책
자청, <역행자>, 웅진지식하우스, 2022.06.03. 출간
신태순, <게으르지만 콘텐츠로 돈은 잘 법니다>, 나비의활주로, 2020.06.08. 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