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삼년차 직장인>
어느 더운 여름날. 약속 시간에 늦은 친구를 기다리기 위해 근처 가게에 들어간 적이 있다. 언 듯 보기에 아기자기한 소품이 있는 편집숍이었는데, 구석진 곳에 이 책이 있었다. 삼년차 직장인.
마침 나는 삼년차 직장인이었고 주저 없이 책을 집어 들었다. 딱히 살 생각은 없었는데, 표지를 본 후 구매하기로 마음먹었다. 표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이렇게 다닐 수도 없고, 이렇게 관둘 수도 없을 때. 삼년차는 온다.”
첫 직장의 선배가 종종 의문스러운 이야기를 했다.
그중에 삼년 위기설도 있었다. “원래 직장인의 위기는 삼년마다 오는 거야”
나는 어리둥절했다. “삼년? 나에게도 삼년차가 올까?”
생각이 무섭게 어느새 지극히 평범한 삼년차 직장인이 되어 있었다. 뻔하고 더딘 반복적인 시간. 삼년을 다녀도 내가 뭘 잘하는지 모르겠고, 삼년을 다녀봤는데도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질풍노도의 시기. 주위를 둘러보니 다 잘 살고 있는 것 같은데, 난 잘 살고 있는 걸까?
머릿속에 물음표만 한가득 채워져 있던 그런 시기.
이 책의 저자 오월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본인의 첫 직장생활 3년, 그 안에서 만난 감동, 부조리함과 무력함의 이야기.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엮었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출퇴근길에 스마트폰으로 톡톡 타자를 치는 작가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리고 그 모습이 나의 모습으로 겹쳐진다. 작가의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개인적이지 않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 때문인 것 같다.
상처 하나쯤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직장인들의 이야기. 우리 모두의 이야기. 그렇기에 이 잔잔하고 소소한 이야기 하나하나에 위로받는다.
또 작가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책을 다 읽고 나면 누군가는 "이대로 다닐 수 없다" 또 누군가는 "이대로 관둘 수 없다" 그리고 대부분은 "이대로 다닐 수도 없고 관둘 수도 없다”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나는 어느새 삼년차 직장인을 지나 칠년차 직장인이 되었다. 삼년 위기를 두 번이나 보낸 셈이다.
칠년차 직장인쯤 되면 머릿속 물음표가 모두 사라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다만 느낌표도 한가득 추가되고 있다. 더 이상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잘 살고 있는 것인지 확인하지 않는다.
나의 기준으로, 어떤 의미로 내 인생을 채우며 살아가는 것이 좋을지 고민한다. 최선을 다해 구년차의 나를 맞이할 준비를 한다.
당신은 어떠한가? 우리가 일에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대로 다닐 것인가? 관둘 것인가?
하지만 그 무엇이든, 뭐 그리 중요하지 않다. 우리 모두 다 잘 살고 있다.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이 땅의 직장인은 모두 삼년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