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닮고 싶은 상사는 누구인가?
지난 출장에 이어 두번째로 해외출장을 다녀왔다. 네덜란드와 영국에 다녀왔다. 남들은 근무하면서 단 한 번의 해외출장을 가기도 힘든데, 나는 올해 두번씩이나 나랏돈으로 해외출장을 다녀오다보니 부럽다는 목소리도 들리지만 이제 다시는 해외출장은 안 갔으면 좋겠다. 같이 나갔던 직장 상사가 공항에서 코로나에 걸려 귀국하지 못해 영국에 10일간 더 체류했으며, 나는 그 사람으로부터 옮았는지 아니면 해외를 돌아다니다 그 누구에게 옮았는지 귀국하고 증상이 나타났으며 결국 나로인해 30개월 아들도 코로나에 걸렸다. 여지껏 안 걸리려고 노력했던 이유는 어린 애기가 있어서 극도로 주의를 했었는데, 이 모든 노력이 해외출장에서 코로나에 걸린 나의 상사와 해외출장으로 인해 물거품이 되었다.
해외출장에서 무슨 성과를 내는게 중요하겠는가? 나때문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내 새끼가 병에 걸렸는데. 경찰에 근무한 이후, 단 한번도 이 조직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는데, 떠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들게만든 소중한 경험이었다. 더 준비하면서 살아야 된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오늘 한동훈 장관이 미국 출장을 갔다가 코로나에 확진됐다는 뉴스를 들었다. 아니, 왜 지금같은 시국에 관리자들이 왜이리 해외출장을 나가는 것인지 모르겠다. 한동훈 장관이 1등석을 안타고 비지니스석을 타고 해외출장을 나가서 국고를 절약한다는 뉴스를 보고 기가 막혔던 적이있다. 이코노미석이면 모를까...
두 번의 해외출장 경험을 통해 내가 느낀바는 실무자가 아닌 높은 사람의 해외출장은 크게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일단 그 사람은 실무자만큼 해당사안을 모르고, 의전에 집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일을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라는게 경험에서 우러나온 내 판단이다. 한동훈 장관이 출장을 가면 정말 법무부가 fbi의 인사검증 시스템을 제대로 알게되나? 실무자 여럿이 가서 직접 경험해보고 오는게 제일 좋은 방법이다. 관리자가 해외출장을 가는게 아니라.
나는 훌륭한 부하직원이 아니기 때문에 높이 올라갈 수 있는 직원이 아님을 이번 출장에서 확실히 알게 되었다. 그렇지만 혹시나 관리자 계급으로 승진한다면,
1. 부하직원 앞에서 아는 체하지 않는 상사, 2. 부하직원이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뒤에 빠져주는 상사, 3. 의전은 필요없다고 이야기해주는 상사, 4. 돈을 잘 쓰는 상사, 5. 해외에서는 그 해외 문화를 즐길 줄 아는 상사, 6. 부하직원을 이용해서 의도적으로 존재를 드러내는 상사가 아니라 부하직원을 통해서 알게 모르게 존재를 드러내는 상사, 7. 혼자 놀 줄 아는 상사, 8. 미안해할 줄 아는 상사가 되고 싶다.
결국에 내 인생은 내가 사는 것이고, 내 인생을 걱정해주는 사람은 조직이 아니라 내 가족이다라는 것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준 출장이었다. 일도 조직을 위해서 하는게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서 하는 것이고, 내 가족을 위해서 하는 것임을 알게 해 준 출장이었다. "이렇게 생각하면 승진을 못하지 않아?"라고 물으면 그럼 안하고 말지라고 자신있게 대답할 것이다. 어짜피 퇴직하고 몇 달만 지나면 다 아저씨고 아줌마니까. 적당한 수준의 돈을 갖고, 사랑하는 와이프와 나랑 대화를 계속 해주는 아들이 있다면 인생에 부러울건 아무것도 없을 것 같다.
나한테 코로나를 옮겨 내 아들한테 코로나를 옮겼을 가능성이 있는 상사를 원망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