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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kyoung Oct 14. 2018

가로수길에서 발견한 건축과 사람  

유현준 건축가님과 함께 걸으며 알게 된 사람의 심리.

"가을 하늘 공활한데 높고 구름 없이"


애국가 3절의 첫 가사가 절로 나오는 날씨를 가졌던 지난 10월 10일, 가로수길에서 유현준 건축가님과 함께 가로수길을 걸으며 이야기도 듣고, 대화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알쓸신잡> 시리즈를 좋아하는 이모와 사촌동생 덕에 겉보기로 몇 번을 본 게 전부였는데, 그때 우연찮게 유현준 건축가님(혹은 교수님이시다. 홍익대학교 건축대학 교수님이라고.)의 이야기를 듣고 그분의 책을 읽었다. 관심 있는 분야가 확고히 정해져 있는 나에게 다른 학문의 접근은 다소 어려운 편인데, 건축의 이야기는 꽤나 흥미롭게 들렸다.


건축에 서서히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어떤 공간에 사람들이 모이는지, 매력적인 곳은 어떠한 곳인지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었다. 단순히 소프트웨어적인 요소, 즉 콘텐츠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콘텐츠는 하드웨어적인 부분이 잘 자리해야만 성공할 수 있는 부분인 것 같았달까?! 이번 가로수길의 방문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유현준 건축가님의 설명과 함께 하니 내가 알던 길이 아닌 새로운 서울의 여행지로 재발견할 수 있었다.


여러 가지 이야기 중, 가로수길에서 들었던 인상적인 그곳의 이야기와 가로수길에서 발견한 사람의 심리를 기록해보려고 한다. 가로수길이라고 명명해두긴 하였지만 비단 이곳의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니, 사람들이 몰리는 곳에 대입해서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1. 가로수길 커피스미스


가로수길에 가 본 사람이라면 초입에 있는 커피스미스를 한번쯤 보았을 것이다. 이 곳 커피스미스는 높은 천장과 홀딩 도어가 있는 건물이다. 보통 아파트, 학교의 천장은 낮은 편인데, 미네소타대 경영학과 조운 메이어스-레비 교수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3미터 이상 높이의 천장이 있는 공간에서 창의적인 생각이 나온다고 한다. 항상 똑같은 실내 공간이 아닌, 이렇게 트인 공간은 생각뿐만 아니라 사람 간 교류도 가능하게 해 준다. 실제로 이곳 커피스미스는 홀딩 도어가 있어, 건물 내에서도 지나가는 사람을 쉽게 볼 수 있고 하늘도 바라볼 수 있다.



밖인 듯 안인 듯 한 이 공간에 앉아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찰나, 이 곳은 데크 높이가 인도보다 높아서 앉아 있으면 살짝 올라가 있는 느낌이 든다고 한다. 사실 앉게 되면 사람들이 나를 내려다보는 느낌이 들어 위압감이 느껴질 수 있는데, 동일한 눈높이 이기 때문에 부담이 없다는 것이다. 그것뿐 아니라, 앉아서 사람들을 구경하기도 최고인 공간이 아닌가? 다시금 생각해보니 주말에 가로수길에 오면 커피스미스는 늘 사람으로 가득했던 공간이었던 것 같다. 그들은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고, 여유를 즐기는 동시에 지나가는 사람을 보며 흥미로운 하나의 무료 콘텐츠를 즐겼던 것이다. (!!!)


나도 조만간 이 곳 커피스미스에 꼭 앉아 보리라 다짐하며... (씨익)


2. 좁아서 매력적인 길



가로수길의 길은 상당히 좁다. 여러 명이 함께 걷기 힘들 정도다. 그래서 오히려 많은 사람들(특히 커플)이 가로수길에 오는지도 모르겠다. 연애 초기에는 서로 함께 보고, 경험하는 공간에 주로 간다고 한다. 예를 들어 영화관 같은 곳들! 서로가 컨텐츠를 보며 조금 더 가까워지면, 점점 좁은 길로 가게 된다는 것이다. 가로수길뿐만 아니라, 덕수궁 돌담길, 익선동과 같은 골목길들이 그래서 커플이 많은 걸까....?



3. 팝업스토어 + 골목골목 작은 상가들


가로수길에는 팝업스토어와 골목 사이사이마다 상가가 많다. 이 또한 사람들에게 구경거리 즉 선택할 기회를 주었다. 이를 유현준 건축가님의 말을 빌리자면 '이벤트 밀도'라고 하는데,  우리를 걸으며 우리는 특정 가게에 들어갈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다음 가게에서도 이는 마찬가지라는 것. 예를 들자면 명동의 경우에는 이벤트 밀도가 36이라면, 강남의 대로변은 14에 불과하다.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떤 분께서 자신은 이제 명동을 안 간다고 하셨다. 선택권이 많기는 하지만 '너무' 많아서 피로하다는 것. 이 생각에 많은 분들이 공감하셨다. 세상만사 마찬가지겠지만 모든 것은 적절해야 한다. 너무 많으면 많은 대로 힘들고 (걷지도 못할 수준이니까 말이다), 적으면 적은 대로 발전이 없을 테니 힘들다.




4. 가로수길 끝에 자리한 잠원 한강공원

사람들이 어디에서 살고 싶은지는 제각각 다르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집 주변에 걷기 좋은 '공원' 하나 정도 있었으면 하는 소망을 가지고 있다. 나는 늘 가로수길만 보고 가서 몰랐었는데, 알고 보니 잠원 한강공원으로 향하는 토끼굴이 가로수길 근처에 있었다. (서울 사람들은 다 알고 있나요..? 따흑)


공원은 내가 좋아하는 공간 중 하나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 속에 있다 보니 나는 관찰대상이 안된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공원은 사람을 관찰하는 재미가 있는 곳이다. 이렇게 반대인 상황을 나열해보니, 나는 숨고 싶어 하면서도 다른 사람들을 관찰하려는 본능이 있는 것 같다. 이를 유현준 건축가는 관음증으로 표현했다.




이 도시에는 관음증을 해소하기 위한 공간이 생활 곳곳에 자리 잡혀 있다. 특히 스타벅스의 창가에 위치한 자리는 내부에 있는 테이블보다 그 높이가 훨씬 높다. 그래서 그곳에 앉아 있으면서도 위에서 사람들을 내려다보는, 즉 관찰하는 느낌이 든다. 걸어 다니는 사람 입장에서는 창가에 있지만 올려다보아야 하기 때문에 쉽게 볼 수 있는 곳이 아닌 것이다. 또한, 이를 잘 이용한 다른 공간으로는 높은 위치에 있는 전망대가 아닐까 싶다. 나를 들어내지 않으면서도 아래를 쉽게 내다볼 수 있으니 말이다. (예전엔 내가 전망대를 좋아하는 이유는, 아무 생각을 하지 않아서 좋다고 밝히기도 했었다. 그 말은 즉슨 나를 방해하고 신경 쓰이게 하는 존재가 적기에 멍 때릴 수 있어서가 아닐까..) 



가로수길을 걸으며 참 많은 이야기를 들었지만 그 모든 내용이 내겐 <어디서 살 것인가>에 대한 해답 문처럼 들렸다. 무조건 값이 저렴하고 주변 치안이 좋으며, 교통이 좋은 '그러한' 기준이 아니었다. 비록 방이 좁더라도, 주변에 즐길 수 있는 무료 콘텐츠가 있는지와 이 넓은 도시 속에서도 나만의 공간을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점이 큰 기준으로 다가왔다. 아직 서울에는 집이 없고, 언제 생길지도 모르는 현재이지만 (ㅠㅠ) 그전까지는 나만의 공간을 만들고 지켜낼 수 있도록 할 것 같다. 텐트를 치면 한강공원이 나의 앞마당이고, 후드티를 둘러쓰고 이어폰을 끼면 나만의 새로운 공간이 만들어지니까.


어쨌든! 햇빛이 들어오는 큰 창문을 가진 집을 가질 수 있도록 부단히 큰 노력을 해야지! 




해당 컨텐츠는 2018 가을여행주간, 명사와 함께하는 서울건축여행인 '유현준과 함께하는 가로수길 산책'을 한 후 작성하였습니다. 올해 가을여행주간은 2018년 10월 20일부터 11월 4일까지입니다. 멀리 떠나는 것만이 꼭 여행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도심 속 '뜨는'거리를 걸으며 가을여행의 즐거움을 느껴보시길 바래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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