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통령이 윤석렬 당선인의 취임 이후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최초의 해외 정상이라는 점은 의미심장합니다. 세계 최강 미국의 정상이 제일 먼저 방문하여 새로 취임하는 대통령을 축하하고 한미관계를 더욱 공고하게 다지려는 의미가 있을 것이므로 새 정부는 크게 기뻐할만 합니다. 우리가 흥분하는 만큼이나 백악관에서 일본 기자가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에게 왜 한국을 먼저 방문하는가를 질문할 정도로 지금 이 사건은 일본에게는 꽤 큰 충격인 모양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60여년간 미국 정상이 아시아를 방문하면서 일본보다 우리나라를 먼저 방문한 경우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국제 관계는 절대로 공짜가 없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관리와 인플레로 시름하는 국내 경제 등 눈코뜰 새 없는 미국 대통령이 그 바쁜 일정을 쪼개고 쪼개서 아시아 순방에 나섰고, 그 첫 행선지가 우리나라라 일본이 충격을 받을 정도라면 분명히 그에 상응하는 요구가 있을 텐데, 그 청구서는 새 정부가 기뻐하는 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곤혹스러운 것일 수 있습니다.
군사력 측면에서 언제라도 전투가 가능한 우리나라 군대와 총만 주면 바로 전투병으로 변신하는 천만의 예비군,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각종 재래식 무기 체계 등은 미국에게 매우 군침도는 협력 자산입니다. 또한 그런 군사체계를 뒷받침할 수 있는 경제력도 매력적입니다. 만약 동북아에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경우 이에 대응하여 미국의 입장에서 가장 강력하게 움직을 수 있는 군대는 사실상 우리 군대가 유일합니다. 미국의 한국 중시 외교는 우리 이 군사력이 탐나기 때문이 아닐까 추정해 봅니다.
새 정부의 외교 기틀이 잡히기 전에 기선을 제압하려는 의도도 없지 않을 듯 합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하려는 시도 자체를 아예 봉쇄해버리겠다는 것입니다. 윤 당선인과 그 주변인물들의 친미 성향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외교가 어느 한쪽 방향으로 급속하게 기울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관찰한 우리 정부의 외교, 국방의 엘리트 관료들은 사실 그 어느누구보다 애국심이 투철합니다. 그들은 국익이 무엇인지, 국익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 지를 매우 정확하게 알고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미국은 이번 방문을 통해 새 정부를 강하게 압박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생각한 것은 좀 특별한 것입니다. 어쩌면 이것이 진짜 방문 이유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윤 당선인과 새 정부에게 정치보복, 특히 물러나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정치보복을 하지 말라는 경고가 그것입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바이든 대통령과 문 대통령은 비슷한 정치 성향과 종교적 배경을 가져 서로 겹치는 재임기간이 비교적 짧았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습니다. 그런 바이든 대통령이 윤 당선인에게 내가 당신 면을 세워줬으니 당신도 내 면을 세워줘야 한다는 것 같지 않습니까. 백악관이 먼저 이미 퇴임한 문대통령과의 회견을 추진한다는 뉴스를 보고 저는 바로 그 생각이 떠 올랐습니다.
어쨋거나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방한은 새 정부에게 여러 숙제를 던져줄 것이 틀림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