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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hyun Hwang Oct 27. 2023

Gag Order(함구령)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금 4가지의 범죄 혐의와 한개의 사기 혐의에 대한 수사를 받고 있다. 4가지 범죄협의는 첫째, 정부 기밀 문서를 자신의 사저로 빼돌린 혐의, 둘째, 2021년 1월 6일 반란을 획책 선동한 혐의, 셋째, 성추행을 감추기 위해 비밀 유지 조건으로 돈을 지불한 혐의, 넷째 죠지아주의 선거 결과를 뒤집기 위해 압력을 행사한 혐의 등이다. 이 각각의 혐의들은 모두 독립된 것들로 수사 주체도 다르지만 그 내용을 보면 또 연결되어 있는 것들이 많다. 그가 받고 있는 사기 혐의는 대출을 더 많이 받거나 투자자들로부터 더 많은 투자를 받기 위해 자신의 자산을 실제보다 부풀린 혐의다. 


뉴욕주 검찰은 트럼프의 사기혐의에 대해 2억 5천만불이 벌금, Trump Organization의 뉴욕주 내 부동산 관련 사업 5년 정지, 트럼프와 세 자녀(트럼프 2세, 에릭 트럼프, 이방카 트럼프)의 뉴욕주 사업 영구 금지를 법원에 요청했고, 법원은 이 요구를 수용하였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지금 더 많은 사기혐의를 두고 검찰측과 트럼프 측이 치열하게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는데 검찰의 요구가 법원에 의해 받아들여질 경우 트럼프는 그야말로 알거지가 될 수도 있다. 


이 결과는 어느날 갑자기 툭 튀어나온 것이 아니다. 검찰의 본격적인 수사는 뉴욕주 검찰 총장에 러티샤 제임스(Letitia James)가 당선되면서부터다. 1958년생인 제임스는 뉴욕 브루클린 출신으로 시의원과 뉴욕시의회 의장을 거쳤다. 죠지아주의 선거 개입 사건을 수사중인 파니 윌리스 검사장과 마찬가지로 제임스도 흑인 여성이다. 2018년 뉴욕 주 선거에서 주 검찰총장(Attorney Genereal, AG)에 출마한 그녀는 공화당 후보를 누르고 무난하게 당산되었는데, 제임스는 흑인으로 뉴욕주 검찰총장에 선출된 최초의 인물이다. 2022년 재선에 성공했다.


민주당이라는 당적, 흑인이하는 배경이 트럼프가 제임스를 공격하는 주요 소재다. 정치적 목적이 개입되 있으며 인종적 동기도 작용하고 있다고 끊임없이 언론플레이를 하는 것이다. 여론 조작에 능숙한 트럼프는 이런 주장을 거듭함으로써 그를 절대적으로 지지하는 35%의 미국인들을 더욱 더 골수 트럼프 지지파가 되게 만들고 있으며, 트럼프의 그런 주장은 트럼프 지지자들에게는 매우 강력한 호소력을 가지고 있어서 그들로부터 수많은 정치 자금을 끌어모으고 있는 중이다. 그에게는 정치 활동도 비즈니스의 연장선인 것이다. 


10월 25일, 마침내 트럼프가 법정의 증인석에 불려나갔다. 4가지 범죄와 1개의 사기 혐의에 대해 법정공방을 벌이는 그가 증인석에 불려나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른 이유가 아니라 판사의 Gag Order, 즉 함구령을 어겼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법정을 나오면서 항상 그를 기다리고 있는 기자들을 향해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해댄다. 법정 안에서는 순한 양이지만 밖에서는 픽박받는 외로운 늑대로 변신하는 것이다. 판사를 향한 독설도 마다하지 않는다. 수많은 트럼프 지지자들은 트럼프의 법정밖 발언을 기대하고, 그 말에 따라 행동한다. 


경우에 따라 트럼프가 지칭한 사람들은 협박에 시달리기도 하는데, 판사의 함구령은 바로 그것 때문이다. 담당 판사는 트럼프에게 자기 자신에 대해 뭐라고 하는 것은 용납하겠으나 자기의 스태프(Law Clerk, 재판연구관)에 대해 뭐라 하는 것은 용납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트럼프답게 판사의 그 경고를 간단하게 무시하고 하고싶은 말을 시원하게 해버렸는데, 그냥 넘어갈 판사 아니다. 그게 법정 증언대에 세워진 이유다. 판사는 트럼프에게 벌금 1만불을 선고했다. 트럼프의 말 값인 셈이다. 트럼프와 판사의 기싸움, 두고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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