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의 관문, 죠지아주의 수도 아틀란타는 늘 가보고 싶은 도시다. 남부의 낭만이 넘칠 것만 같은 도시. 아틀란타를 중심으로 한 죠지아주는 지난 대선 이전까지만 해도 공화당의 아성이 견고한 곳이었다. 그것이 죠지아주의 발전과 더불어 수많은 외지인들의 이주함으로써 정치 지형도 어느듯 바뀌어 이제는 공화당과 민주당이 경합하는 대표적인 경합주가 되었다. 2020년 대통령 선거결과, 2022년 중간선거 결과만 놓고 보면 오히려 공화당 열세, 민주당 우세로도 볼 수 있을 정도로 바뀌었다. 그 변화의 중심에 풀턴 카운티가 있다. 풀턴 카운티는 아틀란타 시를 포함하여 인구가 매우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아틀란타 인근 지역을 포괄하는 카운티이다.
2020년, 대통령 선거 결과를 수용할 수 없었던 트럼프는 선거 결과를 뒤집기 위해 집요하게 각 주의 선거 관리 책임자들에게 압력을 행사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압력이 가해진 곳이 바로 죠지아주 였고, 죠지아 중에서도 유권자가 가장 많았던 풀턴 카운티였다. 주와 카운티의 선거 종사자들은 자신의 당적과 상관없이 백악관의 그런 압력을 끝까지 버티면서 객관적인 선거 결과를 잘 지킨 덕분에 바이든은 죠지아주, 나아가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던 것이다. 트럼프는 아직도 죠지아주의 선거가 부정선거라는 주장을 되풀이 하고 있다.
풀턴 카운티 검사장 파니 윌리스(Fani Willis)는 2020년 카운티 검사장 선거에서 자신의 전 보스이자 무려 6번이나 검사장 선거에서 당선된 폴 하워드 2세를 물리치고 검사장에 당선된 당찬 여성이다. 당선 이후 그녀는 트럼프와 그 주변 인물들에 의해 제기된 선거 개입에 대해 치밀하게 조사를 시작했고, 마침내 지난 8월 14일 트럼프 전 대통령을 포함한 19명을 기소한다. 이 19명은 풀턴 카운티 구치소에 출석하여 머그샷을 찍어야했고 지문도 날인해야만 했다. 트럼프는 이 기소에 대해 정치적 목적이 개입된 잘못된 기소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로서는 부정선거와 그 결과를 용인한 사람들을 수사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자신을 수사하는 검사가 더 문제로 보일 것이다. 더구나 파니는 흑인이다.
트럼프의 정치적 탄압 주장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그의 바람과는 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파니 윌리스 검사장의 추상같은 수사앞에 이미 핵심 피의자들이 항복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손을 든 사람은 시드니 파월이다. 플리 바게닝을 통해 경미한 범죄만 기소하는 조건으로 선거결과를 뒤집기 위해 웨스트 윙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역사앞에 증언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트럼프는 기다렸다는 듯이 파월은 자신의 변호사가 아니었다고 트윗에 글을 올렸다. 파월은 트럼프를 궁지에 몰아넣는 시작에 불과했다.
파월이 시작하자 바로 두번째 증언자가 나타났다. 케네스 체스브로(Kenneth Chesebro)다. 체스브로 역시 파월과 마찬가지로 변호사다. 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트럼프를 위해 감옥을 선택할 리가 만무하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세번째 주자가 나타났다. 제나 엘리스(Jenna Ellis)다. 19명의 피의자 중 3명이 검사에 협조하겠다고 합의한 것이다. 파니 검사장의 작은 승리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플리 바게닝이 합의한 사람들은 제한적인 증언을 할 수 없다.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진실을 증언해야 한다. 이미 그런 내용들은 수사과정을 통해 녹음, 녹화되고 그것을 그대로 증언하는 것이 플리 딜의 조건이다. 합의한 대로 증언을 하지 않을 경우 검사는 기소하지 않기로 한 범죄에 대해서 기소하게 될 것이고, 그들은 감옥에 가야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플리 딜에 응한 사람들이 법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이미 그들은 스스로의 범죄가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인지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공화당의 가장 강력한 대선 후보 트럼프는 파니 윌리스의 칼을 피할 수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