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미국 산책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yohyun Hwang Jun 08. 2018

맨하탄 건물의 우체통

맨하탄의 사무실 빌딩에는 승객용 엘리베이터와 화물용이 따로 있다. 사무실을 드나드는 사람들은 물론 화물용 엘리베이터를 사용하지 않는다. 대개 화물용은 구석진 곳에 숨어 있고 관리도 부실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화물은 승객용 엘리베이터에 싣지 못한다. 경비가 항상 지키고 있어서 몰래 들어가는 것도 불가능하다.


아직도 수동으로 작동되는 화물 엘리베이터가 꽤 많다. 마치 택시기사에게 어디로 가자고 하는 것처럼 엘리베이터에 타고 몇층 가자 그러면 운전수가 핸들을 돌려 엘리베이터를 작동시킨 다음 숫자를 봐 가며 원하는 층에 멈추는 식이다. 출입문도 수동인 경우가 허다하다. 시대가 변하면서 계속 진화한 승객용 엘리베이터와는 달리 화물용에서는 이런 시대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근무시간에는 누구나 이 화물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 있다. 그런데 근무 시간외에는 그러니까 건물마다 정해 놓은 퇴근 시간 이후에는 화물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 없다. 화물이 드나드는 건물 입구 자체가 봉쇄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화물 반입이 안되는가 하면 그건 또 그렇지 않다. 해법은 돈이다. 근무외 시간에 운행하는 것이라 별도 운임을 지불하면 된다.


맨하탄 건물에서 발견되는 또다른 재미거리는 우체통이다. 굳이 길거리에서 우체통을 찾기 위해 애쓸 필요가 없다. 왠만한 건물 로비에는 우체통이 설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건물에 들어가 로비 경비원에게 우체통 어디있냐고 물어보면 친절하게 가르쳐 준다. 이 우체통은 우체국에서 설치한 길거리 우체통과는 달리 건물을 지을때 아예 붙박이로 1층에 설치한 것이다. 그래서 색깔도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블루 계통이 아니라 건물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칠해져 있다.


높은 층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이 우체통에 편지를 넣기 위해서 굳이 1층으로 내려갈 필요가 없다. 각 층에 마련된 편지함에 넣으면 내부 통로를 통해 자동으로 1층 로비의 우체통에 떨어지게 만들어져 있다. 고층 건물을 지으면서 나온 나름대로의 지혜라 하겠다. 매일 아침 이 흔적기관 같은 우체통을 보면 손편지 쓰던 시절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Sweet Home Alabama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