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서 May 12. 2017

과도경쟁 시대, 청년들은 죄가 없다.

취업난이 말해주는 청춘의 아픔

'삼포세대', '88만원 세대' 라는 단어가 있다. 언제 잃을지 모르는 불안정한 일자리, 기약없는 경제난 끝에 '연애, 결혼,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 20-30대들을 지칭하는 용어이다. 그런데 왠지 낯설지가 않다. 왜일까. 


'포기'라는 단어는 어느새 우리들 곁에 익숙해졌고, 우리의 삶에 깊숙히 침범해 하나의 사회풍토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고생 끝에 낙이 올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싶지만, 현실이 찬물을 끼얹으니, 스스로를 보듬고 위로할 시간마저 상실하고 말았다.




수능시험에 좋은 성적을 거둬 원하는 대학에 지망하기 위해 학교-집을 오가며 자유를 바친 끝에 대학을 간다. 입학만 성공하면, 하고싶은 건 뭐든 다 이룰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러나 청춘을 만끽하며, 대학생활의 낭만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던 환상과 달리, 눈앞에 주어진 것은 경쟁, 또 경쟁. 12년의 학창시절 내내 해왔던 무한경쟁의 루프에 빠진다.

대학에 오면 술도 마시고, 밤늦게까지 놀고, 애인도 사귀며 즐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현실이 찬물을 끼얹어 정신을 차려보면, 졸업을 위해 또다시 도서관에서 밤을 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내 동기들은 저마다 공모전, 어학연수라는 것들로 스펙을 채운다. 나도 해야 하는데, 남들은 열심히 결승점을 향해 달려가는 동안, 나는 거북이걸음을 한 것만 같다. 



나의 대학생활을 증명하는 것은 가족, 친구들과의 행복한 추억이나 내가 그동안 써놨던 삶의 목표, 필기노트가 아닌, 졸업증명서와 학점, 학적 뿐이다. 나는 어느새 개성없는 A가 되어간다. 지원서를 접수하고, 면접을 본다. 면접관들에게 내가 어떤 인간이고, 좋아하는 음식은 뭐고, 취향은 어떤것인지와 같은 기호 따위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서울 어느 대학을 나왔고, 전공분야는 뭐고, 경력이 있는지만을 물어본다. 나라는 인간을 구성하는 요소는 동시에 다른 인간에게도 적용된다.


인간을 파레트의 물감으로 비교하자면, 분홍색도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고, 고유한 컬러코드를 지니는데, 나는 흔하디 흔한 색깔로 규정되는 것이다. 그들의 기준에 따라야 하며, 나의 창의력이나 유쾌한 아이디어는 그들의 흥미를 이끌어내지 못한다.

나는 그렇게 어린 날의 포부와 열망으로부터 점점 멀어져 간다.



왜 상황이 이렇게 되어버렸는지를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시스템의 부재 탓으로 전환해 생각해보자.

우리만 죄인이 되기에는 우리가 해온 것들이 너무 아깝다. 우리가 과소평가될 만한 인간이 아니라면, 우리를 평가하는 이들에게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찾아 보니 너무 많다. 사회는 자신들의 잘못을 우리에게 뒤집어씌우기 위해,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청년들을 내몰았다.


요목조목 짚어보면, 첫째, 공급에 비해 수요가 너무 적다.

사람은 많이 몰리는데, 문을 열어 통과시켜주는 건 소수 뿐이다. 

대기업 '삼성'과 아트박스의 예를 들어 보자.


아트박스는 '무인 시스템'을 적용하려고 움직이는 추세다.

'무인 시스템'이란 '상품에 대한 고객의 접근성을 높여 점차로 소수의 직원들로만, 매장을 운영할 계획을 뜻한다. 언뜻 좋게 들리는 이 말의 진실은, 인건비를 줄여 회사의 이익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트박스는 1986년 삼성출판사에서 독립해 독자적인 사업을 시작한 이후, 84명이던 기존의 직원을 21명으로 축소했다. 무려 4/1이나 줄어든 것이다. 

이는 점차로, 눈에 띄지 않게 진행됬으며, 앞으로도 고용인원을 감축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정책은 경영진과 간부의 이익만을 고려한 결정이고, 반대로 기존 근로자들에겐 매우 비효율이다. 현재 전국 70여개가 넘는 가맹점을 두고 있는 아트박스는 추가로 30개의 점포를 더 신설해 100개의 가맹점을 계획하고 있다. 아주 작은 지점이 50평, 가장 넓은 강남점이 100평이 넘는 것을 감안하면, 공간은 넓고, 해야할일은 많은데, 사람은 더 줄인다니, 기존 사원들 등골이 휠 수 밖에 없다.



대기업 삼성과 현대도 마찬가지로 채용인원을 줄일 예정이며, 임금동결을 실시했다고 한다. 물가는 오르고, 취업희망자는 많아지는데, 오히려 수요는 줄어들고 있다. 


때문에 또다른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좁은 문'을 통과하기 위해 취준생들은 건강과 삶의 여유를 포기하며 매일 채용공고를 확인하고 수십개의 지원서를 접수한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는 하도 많이 만들어서 탑처럼 쌓일 정도다. 이런데도 사회는 청년들의 일자리를 보장해주지 않는다.


국가가 말하는 구직의 어려움은 단 하나, 청년들이 노력을 게을리 해서, 학점관리와 스펙이 부족해서 등등 전부 다 그렇게 만든 구조는 탓하지 않고 개인이 문제로 치부한다.


이미 취업실패로 자존감이 낮아졌는데, 국가의 질책까지 들으니 내가 못나서 취업하지 못한 것만 같아 부모님께 죄스럽고 나 자신한테도 자괴감이 몰려온다. 너도나도 대학을 나오니까 나도 남들처럼 대학에 오고, 남들이 공부할 때 나도 열심히 공부한 죄밖에 없는 청년들의 부서진 꿈과 구멍난 마음은, 무엇으로 달래야 하는가.


사진출처: 뉴시스, 잡코리아




작가의 이전글 대한민국에서 '엄마'로 산다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