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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OLA Aug 23. 2022

N.T-Cliveden

영국 왕이 부럽지 않았을 듯...

 왕이 부럽지 않다.



 드디어 아이들은 여름 방학을 마치고 9월 첫째 주 아이들은 학교로 돌아갔다. 남편 회사도 9월 1일 자로 모든 직원들이 사무실로 돌아왔고... 3월 23일 록다운 이후 처음으로 전원 출근한 상태이니 거의 6개월 가까이 재택근무였던 거다. 물론 남편과 한국 본사 직원은 재택근무 기간에도 사무실 출근을 했지만... 참 어두운 터널을 지나 이제 록다운이 끝나고 안전한 상태로 모두 사무실로 돌아온 것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오늘도 아이들은 등교하고 남편은 출근하는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이곳 영국은 일일 확진자 4000명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상황이 나아져서 록다운이 풀렸다기보다는 그냥 시간이 지났으니, 이렇게 계속 살 수 없으니 록다운도 일단은 풀고 경제가 무너져가는 꼴을 이대로 볼 수 없어서 코로나와 상관없이 일단 일상으로 돌아가 보는 느낌이랄까?


 누구도 알 수 없는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듯하다. 일일 확진자 100명이 안 되는 한국은 야외에서도 모두 마스크를 하고 하지 않는 사람들은 눈치가 보여 안 쓸 수 없는 상황이라고 들었다. 남편과 나는 너무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곳은 늘어가는 확진자에 정부는 나름의 대책을 세우고 있다. 6명 이상 모이면 안 되고 마트 같은 실내와 대중교통 이용 시에는 마스크 착용. 하지만 야외에서는 쓰는 사람이 거의 없고 아이들 학교에서도 사실상 마스크 착용을 안 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학교마다 방침이 다 다르다. 우리 아이들만 해도 큰아이는 수업 시간 외 학교에서 마스크 착용이 필수 지만 작은 아이네는 아. 무. 도 마스크 착용을 하지 않는다 선생님은 물론이고 픽업하러 오는 부모들도 아무도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다. 뭐 나도 안 쓰니 말해 뭐할까?? =.=


입구에 있는 중국식(아시안식이라고 해야하나?) 정원이라는데 예전 영국의 백작들에게 저 멀리 동방은 신비한 존재였으리라... 크고 유명한 마너에 중국식 정원이나 일본식 가구등이 보임

 암튼 그렇게 살얼음판 밟듯 사느라 여름휴가는 다 취소하고 그리스, 한국은 커녕 영국 국내 여행도 못하고 조심조심 여름을 보냈다. 날씨는 왜 이리 좋은 건지 5월부터 9월까지 그냥 집에서 앉아있기엔 정말 눈 부시게 아름다운 영국 날씨가 너무 아까웠다. 그래서 주말마다 산책 삼아 멀지 않은 내셔널 트러스트를 돌아보고 있다. 사실 갈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어디 멀리 바닷가로 휴가를 가는 것보다 너른 잔디에 앉아 그냥 피크닉 하는 즐거움이 참 크고 그 만족도가 대단하다.


한때 왕위를 이를 왕자의 집이었다고 하는데... 이런 집에서 살면 왕이 안부러울 것같다. 왕관의 무게를 견뎌야하는 왕 보다는 이집에서 내 삶을 즐기는 한=.=낫 백작이 되고싶다.ㅋ

 9월 첫째 주 토요일에는 집에서 50분 정도 거리의 Cliveden에 다녀왔다. 현재는 호텔로 쓰이고 있는 말하자면 그 옛날 어느 백작의 집이었던 곳이다. Buckinghamshire에 있는 내셔널 트러스트 관리 지역으로 이탈리안식 건물과 아름다운 정원으로 유명하다. 주변에 탬즈 강줄기가 흐르고 있어 경관이 더욱 아름답다. 한때 Prince of Wales(왕의 후계자/왕자)의 집이기도 했고 공작, 백작들의 집이기도 했던 곳이었고 마지막엔 Viscount Astor 가문이 소유했던 곳이다 1970년대까지만 거주했고 그 이후로 스탠퍼드 대학의 해외 캠퍼스로 쓰이기도 했다고 한다.  현재는 아까 말했듯 건물은 5성급 호텔로 쓰이고 있고 주변 정원들과 미로 등은 내셔널 트러스트에서 관리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현재는 예약을 해야 입장이 가능하고 미로는 들어갈 수 없는 상태다.

호텔로 향하는 길과 호텔 전경/ 스텐포드 대학 해외캠퍼스가 영국에 있었다는 사실도 이제 알았지만 저 건물에서 공부하고 주변 정원을 즐길수 있었다면 참 공부할 맛 났었을듯... ^^


 원래 나무 사이의 공간에 알록달록 색깔이 화려한 꽃들이 피는 건데 지금이 성수기가 아닌가 꽃이 다 진 것 같다. 하지만 따사로운 햇살 덕분에 그저 아름다운 정원. 피크닉 하기에 너무 좋다!!! 여기 살았던 백작들은 왕이 안 부러웠을 것 같다고 왕이 오히려 부러워하지 않았겠냐고... 왕은 책임만 무겁고... 백작이 장땡이라며...ㅎㅎ난 권력욕이 아예 없는가 보다. ㅎㅎㅎ 근데 이런 말이 참 안 맞는 것이... 불로 소실됐던 건물을 1851년 찰스 바리(Charles Barry)의 디자인으로 다시 지었다고 하니 어쩌면 왕보다 더한 권력가의 집이었을 수 있다는 뜻이다. 찰스 경(Sir Charles Barry)은 지금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빅벤이 있는) 국회의사당으로 알려진 웨스트 민스터 궁(Place of Westminster)을 지은 유명한 건축가이다.


 조심조심 다녀온 먼길 산책은 오늘도 즐거웠다. 자연은 언제나 우리에게 주어진 엄청난 선물이다. 이렇게 잘 관리하면 나도 행복하고 우리의 후손들도 두고두고 행복할 수 있는 선물. 코로나라는 대재앙이 신이 내린 형벌은 아니다. 하지만 이 상황을 통해 우리를 돌아보고 깨달아야 할 것이 있을 것이다. 우리가 곱게 누리고 우리의 자녀들에게 그대로 물려줘야 할 것들... 맘껏 여행 다니던 시간들이 정말 감사한 일이었다. 그것을 깨닫게 된 지금도 물론 감사하다. 이 팬데믹이 빨리 지나서 그래 그런 일이 있었지라고 회상할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지만 우리가 어렵게 깨달은 교훈은 영원이 마음에 남기면 좋겠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바로 템스강, 172계단이라 했던가? 올라오기 싫어 인내력임/ 호텔 입구에 있는 분수대, 예쁜 배경에 웨딩촬영이 빠질지 없지!! :D


 21. 9.2021 \ 기억의 저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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