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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OLA Jul 21. 2022

바다 한가운데서 보는 석양

Santorini platinum private cruise(선셋 크루즈

남편의 취미 생활

 남편은 취미로 사진을 찍는다. 결혼 전 동호회 활동도 열심히 했고 생각해 보면 우리가 만난 것도 이 취미 덕분이다. 남편은 결혼 후 아이들 찍는 재미에 빠졌고 첫 아이 성장 앨범도 손수 만들 정도의 정성이 있었다. 물론 둘째의 앨범은 업체에 맡겼지만... 한국에서 40대 가장이 얼마나 바쁜지 떠올려보면 뭐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이곳으로 온 이후 한국에서보다는 시간이 여유롭지만 따로 시간을 내서 출사를 나가는 일은 거의 없어졌다. 다만 휴가 기간이 남편의 취미를 한껏 누릴 수 있는 시간들일 것이다. 여행 짐에 카메라, 렌즈, 삼각대, 고프로, 드론까지 이고 지고 가는 걸 보면 저렇게 힘들게 가져가야 하나 싶기도 하지만 남편의 취미이기도 하고 여행 이후 남는 여행 앨범들을 보면 그 수고가 헛되지 않았구나 싶다. 아이들 없을 때 '렌즈 바꾼다, 카메라 바꾼다'하는 내 눈에 돈 XX로 보이는 행동을 많이 했으나 이제 아이들이 크면서 나름 자제하며 사는 모습에 이제 우리 남편도 어른이 됐구나 싶다. (근데 이때 갑자기 떠오르는... 갈 때부터 고프로가 너무 오래됐다며 해상도가 낮아 다시 사야겠다고 계속 혼잣말을 했다. 근데 밀로스, 크루즈에서 바다 수영을 하고 나오더니 고프로를 떨어뜨렸다고... 뭐 어쩔 수 없지 했는데 그 순간 아이들이 스노클 물안경을 쓰고 들어가서 찾아왔다. ㅋㅋㅋㅋㅋ 지금 생각해보니 잃어버리고도 다행히 메모리 카드에 별로 많이 안 들어있다며 하나도 아쉬워하지 않았던 것 같은 게... 일부러 떨어뜨린 게 아닌지라는 합리적인 의심이 든다. 아! 지금에 와서 이런 생각이 들다니...=.=) 암튼 가끔 엽서나 잡지에서 볼만한 사진을 찍기도 하고 우리 가족의 추억을 잘 보관할 수 있게 해 주니 나이 들어가면서 계속 유지해도 좋을 취미임은 확실한 것 같다. 

 보통 섬들을 여행할 때 해변에서도 많이 놀지만 크루즈 투어가 꼭 있다. 크루즈도 참 다양한데 몰타에서 했던 경우는 바다 위에 정박하고 수영을 하기도 했지만 특정 포인트에 내려주고 일정 시간 동안 놀고 근처에서 먹기도 하고 다시 배로 돌아왔고 호주에서는 배를 해변가에 정박하고 배에서 준비된 음식을 먹고 자유롭게 해변 사이를 오가며 놀았다. 이번 크루즈는 후자에 가까운, 해변은 아니지만 절벽 옆에 배를 세우고 점심을 먹었다. 먹고 나서 자유롭게 수영하며 놀고... 그리스에 오기 전에 날씨를 검색하면 해가 아니라 바람 부는 흐린 날씨가 표시되어 약간 걱정이 됐었다. 와보니 해는 기본이고 바람이 엄청나긴 하다. 영국도 바람이라면 뭐 만만치 않은 곳이라 첫날은 이 정도쯤이야 했는데 바다 한가운데서 그 바람을 맞으니 그 느낌이 엄청났다. 한편 이 햇살과 더위에 이 바람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하니 또 이 바람이 신의 한수구나 싶기도 했고... 암튼 크루즈 여행은 바다 수영을 좋아하면 그 즐거움이 배가된다. 즉 아이들이 너무 어렸을 때는 그 진가를 다 누리기가 어렵다. 아이들이 점점 커갈수록 아깝지 않게 놀게 되었다. 그리고 함께 승선한 사람들에 따라 분위기도 약간 달라진다. 배의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우리가 이용한 카타마란의 경우 15명 정도에서 18명 정도가 탔는데 산토리니에서 함께한 미국인 아주머니 두 분 덕분에 분위기가 아주 시끌벅적했다. 아들은 쉬려고 일부러(?) 책을 펴 들었는데 그 책 우리 딸도 좋아했다며 책의 대략의 느낌까지 말씀하시고 딸과 내 페디 색깔이 본인과 같다고 취향이 같은 거 아니냐며 본인 네일 아트를 자랑해 주셨다. 아주머니 옆에 앉았던 우리 딸은 아주 학을 뗐지만 그런 게 여행의 또 다른 재미 아닌가 싶다. 남편은 좀 위험한 거 아니냐고 말했다. 처음 만난 사람한테 묻지도 않은 자기 얘기를 너무 많이 해주는 거...ㅋㅋㅋㅋ 그런가 싶다. 그 아주머니 어디 사시고 딸이 몇 살이고 어느 학교 다니는지 순식간에 알아버렸으니까...ㅋㅋㅋㅋㅋㅋ

 한참을 달리던 배는 해가 기울기 시작하자 잠시 멈춰 섰다. 스태프들은 샴페인을 따서 한잔씩 따라줬다. 동승한 승객 중 미국에서 온 4인 가족이 한 팀 더 있었는데 부모님은 웨싱턴에 살고 남매는 조지아에서 대학을 다닌다고 했다. 대학생이면 성인인데도 샴페인을 받지 않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부모님과 같이 있을 땐 그저 아직 아이 같아서일까?(이건 순전히 내 생각이다) 사실 그 가족을 보면서 남편과 많은 얘기를 나눴다. 우리가 얼마 후면 저렇게 아이들 학교로 보내 독립시키게 되는 건가, 휴가 때 만나서 이렇게 함께 휴가 오고... 뭐 그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 제각기 석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해가 지는걸 한동안 바라봤다. 어느새 출발지로 다시 돌아왔고 승선할 때 한 명씩 손을 잡아주고 신발 정리를 했던 친절한 스태프들은 다시 한번 한 명씩 손을 잡아 배에서 내려주며 작별인사를 건넸다. 친절하고 바지런한 그들의 서비스에 기분이 좋았지만 관광업이라는 게 참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각자 적성에 따라 다르겠지? 아, 나에겐 힘들겠지만 그들에겐 맞을 수도 있겠구나! 적성에 맞아 즐기면서 일할 수도 있으니까... 매우 즐거운 모습의 그들, 적성에 맞는 직업을 잘 찾으셨군요!! 그런 의미에서 vista yachting 강추!! www.vistayacht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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