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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OLA Feb 27. 2023

피한

1년 내내 온화한 테네리페 섬

 내가 어렸을 때 여름휴가를 가면서 어른들이 피서 간다라는 말을 많이 했다. 아마도 요즘은 그런 말은 아무도 쓰지 않는 것 같은데… 그도 그럴 것이 아무리 더워도 집이나 사무실 어디든 에어컨이 잘 나오니 더위를 피해 어디로 갈 필요까지는 없는 게 맞겠지!!


 근데 요즘 영국은 정말 추위를 피해 어디든 가야 할 정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한국에 한파에 비할바가 아니고, 겨울 방학 여행이야 진즉에 예약해 논 터지만 겨울 휴가 떠나면서 따뜻한 곳으로 빨리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은 처음 했던 것 같다. 영국이 여름이 지나면 비가 많고 으슬으슬 추운 것도 사실이지만 한국의 살을 에는 듯한 추위가 아니라 나는 지난 5년간 나름 견딜만했다. 한국의 온돌에 비할 수는 없지만 추우면 난방 좀 더 많이 하고 뭐 그렇게 겨울을 지내기가 어렵지 않았다. 근데 이번 겨울은 확실히 더 추웠고 전기, 가스비가 갑자기 오르는 통에 사람들의 마음까지 싸늘해졌나 싶을 정도다. 하지만 대부분의 한국 커뮤니티의 이야기는 아무리 난방비가 올랐어도 따뜻하기만 하다면 한겨울 얼마든지 감내할 수 있다는 거다. 다만 엄청난 난방비를 쓰면서도 전혀 만족스럽지 못하게 춥다는 사실에 모두가 분노 그 직전까지 다다른 듯하다. 이쯤 되니 빨리 여행을 가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난방, 온수 온도와 타이머를 맞춰놓고 그렇게 테네리페로 날아왔다.

Iberostar Selection Anthelia 호텔 : 전체적으로 만족스럽고 아름답다


 내가 여행 작가도 아닌데 기록에 집착하지 말고 눈에 많이 담자라는 생각으로 나의 전업에 집중했더니 지난 이태리 여행 사진은 아직도 정리되지 못하고 서랍 속에 묵혀져 있다. 나의 전업은 주부이고 주부의 일을 가볍게 여기는 것이 아니라 그냥 현실을 말하자면 매일을 가사와 아이들 챙기는 일만 하면서 살고 있다는 것이니 내 입장에서는 어떤 모양이든 내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하고 여행이나 일상을 글로 정리하는 것은 그런 면에서 나에게 꽤 도움이 된다. 그래서 좀 꾸준히, 열심히 해볼까 생각 중인데 생각해보니 여행 중이 나에게는 가장 한가로운 시간이다. 호텔 조식으로 아침 준비할 필요 없고 아이들 픽드롭할 필요도 청소, 설거지도 할 일이 없으니 말 그대로 휴가인 거다. 하지만 다들 알다시피 노는 게 제일 힘들다고 놀다 보면 하루하루가 금방 가게 마련이다. 또 아이들이 크면서 아이들을 씻기고 챙 길일이 없어지고 휴가 중에도 할 일을 챙겨 오니 노는 시간외에 중간중간 나름의 개인 시간을 주게 된다. 뭐 그 시간은 남편과 나에게는 오롯이 자유시간이고 나는 이 자유시간을 요긴하게 쓰기로 했다. ㅎㅎㅎ

호텔 근처 풍경 저녁 먹으러 가는 길…


 암튼 우리는 어제 테네리페 아데헤로 피한을 왔고 이곳에서 일주일을 쉬고 먹고 놀다가 예정이다. 현재 최고기온 24도 최저기온 17도 정도로 모두 여름옷차림으로 다니고 바다수영도 하는데 내 체감으로는 바람이 많이 불어서 바다 수영은 좀 추운 것 같고 호텔 온수풀에서는 선탠 하면서 놀기에 좋다. 오늘은 풍경이 좋은 해수풀에서 분위기 보며 선탠만 했는데 다음부터는 그냥 온수풀 쪽에서 노는 게 좋겠다고 딸아이와 합의를 봤다. 1년 내내 수영을 할 수 있고 여름 날씨인 곳이 테네리페라고 하는데 맞는 말이지만 또 정말 그렇다고 볼 수 없는 게 섬의 북쪽은 살짝 온도가 낮다. 물론 여름 날씨인 건 맞지만 바다 바람이 강해서 겨울에 여름처럼 수영하고 놀고 싶다면 아데헤(Adeje) 쪽을 추천하고 싶다.

    

원래 여행에서 워낙 많이 먹어서 웬만해서는 음식 사진 안 올리는데 여기는 가성비가 너무 뛰어나서 올려본다. 원래 타파스가 1인 혹은 2인 맛보기용으로 양이 적은데 여기는 거의 1인분 메인 정도의 양이 나온다. 15개 시키려다가 메뉴 분위기 보자고 10개 시키고 먹으면서 다시 시키자고 했는데 결국엔 시키 10개 먹고 다들 너무 배불렀다. 직원분도 넷이 먹기 많은 양이었다며… ^^ 암튼 다시 갈 의향이 있는 가성비 뛰어나고 맛있는 집!! 숙소에서 걸어서 20분 정도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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