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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 Stress Big Money Aug 20. 2024

청담동 이면도로에 장인의 작업실을 만들다.

서비스와 음식, 공간이 한 곳을 바라보는 [오리지널넘버스] 프로세스

히든아워[Hidden Hour]

- 주소 : 서울 종로구 종로 32길 21, 4F

- 면적 : 284.00㎡

- 착공/준공 : 2021년 05월 착공 / 2021년 10월 준공

- 설계 : (주)엔에스비엠컴퍼니

- 시공 : (주)엔에스비엠컴퍼니

[서비스와 음식, 공간이 한 곳을 바라보다.]


 코스 요리를 선보이는 파인 다이닝의 공간은 일반적인 F&B의 공간 구성과 많이 다르다. 홀의 경우 밀도 있는 테이블 보다는 각각의 고객들에게 동일한 서비스 품질을 제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주방 역시 합리적인 동선은 물론, 홀과의 관계(동선/소음/시선)를 더욱 고려하고, 주방 내부는 영역별로 세부적인 동선 체계를 고려해야 한다.

 24년 5월. 청담동에 새롭게 오픈한 오리지널넘버스(ORIGINAL NUMBERS)는 오리지널리티와 스토리가 녹아 있는 테이스팅 메뉴를 제공한다. NSBM company는 익숙하지만 늘 새롭게 느껴지는 오리지널리티의 의미를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장인의 작업실을 차용해 편안한 무드로 디자인했다. 정성스러운 서비스와 섬세함이 느껴지는 요리, 그리고 같은 곳을 바라보는 공간디자인이 만났을때, 고객들에게 더욱 큰 만족을 준다.

[청담동의 이면 도로에 장인의 작업실을 만들다.]


청담동을 머릿속에 떠올리면 명품거리 혹은 인근에 위치한 도산공원 등을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 메인도로 뒤쪽에는 다양한 업종들이 존재한다. F&B는 물론, 수많은 오피스들과 거리에는 발렛주차를 위한 주차요원들이 넘쳐난다. 그 거리는 차를 타고 스쳐 지나가는 무채색의 거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며, 무언가에 집중한 채 한 곳을 바라보며 걷는다. 처음 site를 접했을 때, 이 곳에 만들어지는 파인다이닝은 주변의 템포를 한 박자 느리게 만들만큼 따뜻한 공간이 되길 바랬다. 그럼에도 그 거리와 어울리길 바랬고, 너무 돋보이지 않길 바랬다. 다행히 오리지널리티를 중요시하는 다이닝의 컨셉과 공간의 방향성은 같은 곳을 바라봤다.

 누구나 한번쯤은 수작업으로 공들여서 만드는 제품을 구매한적이 있을 것이다. 주문을 하고, 오랜 기간 기대감을 갖고 기다리게 된다. 마침내 제품을 찾으러 가서 매장의 문을 여는 순간, 긴장과 설레임이 밀려드는 그 시퀀스를 이번 파인다이닝의 공간 무드로 선택했다.

[바라보는 것과 보여지는 것의 차이.]


 오리지널넘버스는 중앙 출입구 좌/우로 큰 유리창이 설치되어 있다. 가까이 가지 않으면 내부가 자세히 보이진 않지만, 멀리서 봤을 때는 오래된 아틀리에의 모습으로 보여지게 디자인했다. 월넛의 우드톤과 다크그린의 천연대리석의 클래식한 조합은 앤틱한 모습을 만들어내기에 충분하다. 출입을 위해 매장 가까이 다가서면, 내부의 밝은 모습에 기대감을 갖도록 무드를 만들었다. 앤틱한 손잡이를 당겨서 내부로 들어가면 외부와 다르게 단정하고, 밝은 느낌으로 표현했다. 들어서면서 느끼는 부담감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싶었고, 처음 응대하는 매니저의 모습이 조금이나마 기분 좋게 느껴지길 바랬다. 그렇게 좌석으로 안내 받으면, 또 한번 시퀀스가 바뀐다. 외부의 모습과는 비슷하지만 훨씬 더 장식적인 배경을 만들어 고객의 입장에서 배경(보여지는 것)이 되기도 하고, 바라보는 뷰가 되기도 한다. 앤틱한 배경에서 즐기는 코스 요리와 와인이 더욱 특별해지길 바랬다.

 내부의 화이트톤의 콜렉트월은 자연스러운 유럽 미장의 느낌을 가지고 있다. 코팅되어 있는 면은 유지관리마저 좋다. 우드톤과 어울리는 금속 몰딩은 스테인레스 금속을 절곡해서 별도 발색 작업을 거쳐 설치됐고, 심플한 벽면에 차분함을 더했다. 홀과 접해 있는 룸은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해 내부에 깊이감이 있는 장식장을 더했다. 그리고 붙박이 의자의 재질은 작은 손스침 마저도 고려해 스웨이드 재질로 선택했다. 화장실로 가는 복도는 화이트 톤에서 우드톤으로 바뀌면서 조명이 어두워진다. 조금이라도 프라이버시를 고려한 의도이다.

[효율성이 극대화 된 주방설계.]


 오리지널넘버스의 주방은 바닥부터 다르다. 동선에 해당하는 복도공간에 트렌치를 없애고, 주요 부분에 관경이 넓은 배수 유가를 설치해 그리스트랩(GT)과 연결했다. 작은 움직임에도 걸림이 없도록 하기위한 의도이다. 동선 부분과 기물이 배치되는 곳의 바닥 높이도 다르게 적용했다. 50mm~80mm 정도 바닥 단을 높여 그 위에 냉장고 등의 기물을 올려 놓으면 발에 걸리지 않게 안정적으로 움직일 수 있으며, 청소시에 위생적으로 정리가 가능하다. 그리고 대부분의 매장에서 자연스러운 배수를 위해 바닥 구배를 준 상태에서 기물들을 올려 놓을텐데, 바닥 단을 조금 높여서 일률적으로 수평을 맞추면 주방 기물들 간의 견고함이 더욱 올라간다.

 홀 직원이 보조 주방을 지나 퇴식 라인에 그릇을 올려놓고, 90도로 몸을 틀면 바로 다음 요리를 서빙할 수 있는 배식대가 위치한다. 효율적인 홀 직원 동선을 만들어서 서비스 품질을 더욱 높이려고 했다. 그리고 주방과 보조 주방은 각각 순환형 동선으로 복도를 계획해 되돌아가는 동선을 없애고 막힘없이 순환하게 계획했다.

[고객 관점에서의 디테일.]


 오리지널넘버스의 출입구를 열고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뷰가 중앙 콘솔테이블과 와인잔을 올려놓는 선반이다. 인조대리석과 우레탄도장가구, 월넛의 우드톤으로 조합된 콘솔 테이블은 홀 좌석의 모든 와인 서비스를 담당하기 때문에 규모가 꽤 크다. 그런만큼 4면에서 활용 가능하게 수납장과 오픈장을 적절히 배치했다.

 콘솔 뒤쪽으로 보이는 와인잔 선반은 판재를 패브릭으로 감싸서 제작했고, 금속 판재와 환봉 디테일을 섞어 활용도 높은 디자인 오브제로 디자인 했다. 여기에 쓰인 패브릭은 외부에서 매칭한 다크그린 톤이며, 홀 좌석에 배치된 의자에도 적용해서 통일성을 높였다.

 시선의 위계에서 낮은 부분에 해당하는 바닥 마감은 벽체의 우드톤과 가장 비슷한 타일로 선택했고, 자칫 어두워 보일 수 있어서 좌석이 배치되는 중앙 바닥은 베이지 톤으로 배치했다. 테이블 역시 마찬가지이다. 베이지 톤의 인조대리석과 엣지 부분의 어두운 인조대리석을 접합 가공해서 디테일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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