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도 가장 먼저 봄이 지나는 남원읍의 작은 마을 위미. 위미동백군락지에 빠알간 동백꽃이 떨어지면 본격적으로 제주에 봄이 찾아온 것이라고. 작은 마을이지만 아기자기한 공방들과 카페 그리고 용천수가 솟아나는 태우개까지. 볼 곳도 쉬어 갈 곳도 많은 여유로운 위미의 봄날을 XM3와 함께 누볐다.
코로나 19 이후 제주 여행은 처음이었다. 익숙한 제주이지만, 이전과는 분명 달라야 했다. 사람이 북적이는 곳은 피하고, 그러면서도 제주 본연의 매력은 품고 있는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 필요했다. 이럴 땐 제주에 사는 이들에게 묻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서울에서 10여 년간 패션 포토그래퍼로 일하다 3년 전 제주에 내려가 정착한 서귀포댁 길소라. 질문을 받은 그녀가 주저 없이 대답한 곳이 바로 위미였다. 수도 없이 찾았던 제주였지만, 위미라는 이름은 너무나 생소했다. 위미는 검은 해벽과 남녘의 푸른 바다가 어우러진 서귀포시 남원읍 소제의 8개 리 중에 하나다. 옛 이름은 뛔미, 쉐미 등으로 불렸다. 한자로는 우미촌(又尾村), 우미라는 명칭은 마을 북쪽에 큰 동산의 모양이 마치 소가 누워있는 모습 같아서 그렇게 불려왔단다.
위미의 일일가이드를 자청한 포토그래퍼 길소라가 몰고 온 차는 바로 르노삼성 XM3였다. 서울 빌딩 숲 사이에서 봤을 때는 세단의 느낌이 더 강하게 다가와 모던하고 세련된 디자인이 ‘딱 도심형이다’라는 확신이 있었는데, 제주에서 만난 XM3는 반대로 여유롭고 넉넉한 SUV와 같은 카멜레온 같은 매력을 뽐냈다. 특히, 루프부터 트렁크까지 이어지는 매끈하고 다이내믹한 라인은 개성 있는 디자인을 바탕으로 강렬한 존재감을 뽐냈다. 컬러도 한몫했다. 순백의 XM3는 파란 바다, 검은 현무암, 초록 들판, 노란 유채꽃 등 색깔스러운 제주 어느 풍경 안에서도 멋스러웠다. 평소 세단을 선호하는 그녀였지만 실어야 할 짐도, 손님도 많은 제주 생활이기에 실용성에 초점을 두고 구입했다고. 더욱이 요즘은 날이 점점 따뜻해져 간단한 캠핑과 스노클링 등 액티비티를 자주 즐기고 있기에, 세단의 편안함과 넉넉한 짐 공간을 가진 SUV의 장점을 더한 XM3가 더욱 마음에 든다고 엄지를 치켜세운다.
만석인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을 때의 걱정은 위미에 도착하니, 기우였음을 알게 되었다. 동백군락지에 동백도 모두 떨어졌고, 사진을 찍기 위해 잠시 들르는 이들의 발길도 거의 없었다. 일일 가이드가 여름이면 매일 와서 스노클링을 하며 지낸다는 태웃개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위미 스팟 소개가 이어진다. 그녀의 ‘최애’ 스팟인 태웃개 이곳 위미 사람들에게는 신구물로 더욱 유명하다. 신구물은 용천수를 뜻하는 말로 이곳만의 특징이라 예로부터 명칭으로 거의 통용되었다고. 바닷물과 용천수가 만나는 신비한 천연수영장은 작은 방파제가 파도를 막아줘 잔잔한 물살에 남녀노소 수영하기 좋다. 이곳은 딱히 관광지가 아니니, 주차공간이 정해져 있지도, 누가 뭐라 하는 사람도 없었다. 아무렇게나 길가 한쪽에 차를 세우고 구경하는 남쪽 바다의 풍경은 자유로움과 한적함이 더해져 그 감흥이 배가 된다.
야자수와 함께 하는 이국적인 피크닉은 제주에서만 가능한 일 일거다. 봄 햇살을 만끽하며 초록 잔디밭에 테이블과 캠핑의자를 펼치고, 513리터의 광활한 트렁크에 기대 앉아 여유도 부려본다. 해가 뉘엇뉘엇 넘어가도 서두를 필요가 없다. 위미에는 ‘빨리빨리’라는 단어 자체가 어울리지 않기 때문. 기본 세시간 반은 필요한 스테인드글라스 공방 체험부터, 앉아서 책을 읽으며 쉬어 갈 수 있는 제주 전통 가옥을 개조한 책방, 소소한 쇼핑부터 식사까지 모두 가능한 멀티샵까지. 위미는 한 번 발길을 옮기면 쉽게 뗄 수 없는 편안함과 여유가 느껴지는 매력적인 스폿들로 가득했다.
위미에서 나고 자란 주인장이 어릴 적 살던 집을 손수 리모델링한 서점. 오랫동안 서귀포 시내에서 책방을 해왔지만, 점점 디지털화되어가는 시대에 유지가 어려워 고향으로 돌아오게 되었다고. 서점 한쪽에 붙여 놓은 옛 책방의 모습을 기록한 사진을 보며 수다쟁이 주인아저씨의 어릴 적 이야기를 듣는 것도 이곳의 매력 중 하나다. 책방은 총 3개의 크고 작은 건물로 되어있는데, 가운데 위치한 돌담 집은 옛날에 소가 살던 외양간이었다고. 가장 쉽게 발길이 닿는 곳답게 아이들을 위한 장난감과 동화책들이 가득하다. 책방의 메인인 안거리는 방 세 개를 모두 터 한쪽은 제주도 관련 책들을 모아 놓았고, 나머지 공간은 갤러리로 사용 중이다. 지금은 <나비 연 그림 동시집> 출간 기념 원화전이 열리고 있다. 나머지 건물은 일반 책방처럼 신간과 스테디 셀러들이 자리한다. 책방 곳곳에는 쿠션 등을 두어 책을 읽다가 갈 수 있도록 했고, 오가는 이들을 위해 손수 돌을 쌓아 화장실도 만들었다. 이야기 몇 마디를 나누다 보니 양손에 들려 있는 한라봉과 봄동은 주인아저씨의 넉넉한 인심을 실감케 한다.
ⓘ 10am~9pm(월요일 휴무), 064-763-5511, 제주 서귀포시 위미중앙로 160
“열흘 만에 문을 열어서 보여드릴 물건이 많이 없는데…” 수줍게 공방을 소개하는 작가이자 주인장은 새로운 스테인드글라스 작품들을 만드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위미항 사거리에 위치한 위미상회는 스테인드글라스 공예를 체험할 수 있는 공방으로 의미 있고 여유로운 제주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이라면 꼭 한 번 들러봐야 할 곳이다. 3년 전 문을 연 이곳은 이전에 자리하던 상회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했다고. 레트로한 외관과 빈티지한 소품들로 채워진 공방의 편안한 분위기가 기억에 오래 남는다. 원데이 클래스는 창가나 조명에 걸어 두는 썬 캐처(모빌)와 미니 유리 조명 등을 진행한다. 시간은 기본 3시간 30분 정도. 작품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여유로운 마음가짐은 필수다. 예약은 인스타그램과 에어비앤비를 통해서 받고 있다.
ⓘ 11am~5pm(임시 휴무 인스타그램 @jjjunggg_에서 공지), 0507-1311-4103,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태위로 90
출판사에서 북디자인 일과 일러스트 작가로 활동했던 주인장이 지난해 오픈한 카페 겸 소품 숍. 특히, 주인장의 취향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다양한 공간이 매력적인 곳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하얀 커튼을 포인트로 하는 나란히 창밖을 보고 앉는 독특한 좌석부터 신발을 벗고 편하게 앉을 수 있는 좌식으로 된 작은방. 그리고 제주 돌담 뒤로 푸른 나무가 마치 액자 안 사진처럼 자리하고 있는 메인 룸까지. 온통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공간들이 눈을 유혹한다. 매장 곳곳에는 주인장이 직접 그린 제주 풍경을 담은 그림과 엽서 그리고 화산 송이 동백 팔찌 등 동백을 주제로 한 소소한 위미의 기념품이 아기자기하게 전시되어 있다. 또한 이곳은 커피뿐 아니라 배를 채울 수 있는 음식들도 함께 맛볼 수 있는데, 특히 베트남 현지보다 더 맛이 좋다는 반미는 이곳의 대표 메뉴다.
ⓘ 10:30am~6pm(월, 화요일 휴무), 010-2931-4797,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태위로398번길 7
“제주가 전국에서 메밀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지역이에요.” 인심 좋은 주인아저씨가 직접 구운 메밀 마들렌을 내어주며 이야기를 시작하신다. 지난 10월 말 문을 연 메밀꽃 이야기는 카페 앞마당에서 직접 재배한 메밀로 메밀차와 메밀 커피, 메밀 빵, 와플 등을 만들어 판매하는 유기농 메밀 카페다. 메밀은 2모작 농사라 지금은 메밀꽃 대신 유채를 심어 노란 유채꽃이 카페 앞마당에 그득하다. 꽃밭 곳곳에는 벤치와 대나무로 만든 원두막 등 더욱 가까이에서 꽃을 감상하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도 마련했다. 카페 루프탑에서 커피를 마시며 내려다보는 유채꽃밭의 풍경이란. 육지에서 가져온 온갖 상념들을 날려버리기에 충분하다.
ⓘ 8am~6pm, 064-764-7003,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남원리 2431-3 태위로510번길 63
요즘은 어딜가나 사람이 적고 방역이 철저한 여행지가 인기다. 숙소 또한 마찬가지. 그래서 단독으로 사용하는 독채를 기본으로 이용자들의 평가로 선정된 슈퍼호스트의 숙소 중에서 한적한 곳에 위치한 숙소를 찾았다. 협제 바닷가에서 차로 약 7분거리에 위치한 협재 바닷가 그리고 숲속. 제주에 정착한지 9년차인 인심 좋은 노부부가 운영하는 독채 펜션으로, 한가로운 숲 속에 위치해 조용하고 아름다운 제주의 자연을 벗삼기 좋은 곳이다. 아침이면 닭 울음 소리에 잠에서 깨고, 주인아저씨가 직접 키운 산양에서 짠 우유도 맛볼 수 있다. 드넓은 마당에 있는 해먹에 누워 하늘도 감상하고, 집 앞 귤 밭과 잔디밭을 거닐며 여행의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곳. 제주 숙소는 꼭 바다가 보여야 한다는 고집을 버린다면, 한적한 숲에서 새로운 매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제주시 한림읍 명월성로 258-13(에어비앤비 앱에서 예약 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