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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선 곳에서 Jan 25. 2024

[콜롬비아] 바스라지고 있던 나의 서른살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콜롬비아에 부임한지 어느덧 3개월이 막 지났을 때였다.

전체 부임 기간이 36개월이었으니, 어느덧 12분의 1이 지나간 것이었다.


그동안 나는 무얼 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무것도 한게 없었다.


조금 변명을 해보자면, 낯선 콜롬비아 생활에 적응하느라 바빴고

해외 사무소의 새로운 업무를 배우다보니 시간이 훌쩍 날아가버렸다.


콜롬비아에 두발을 딛기 전, 한국에서는 매 주말이 바빴다.

여자친구와의 데이트, 가족 모임, 친구들과의 만남, 조카랑 놀기, 운동 등

2일의 주말이 짧게 느껴질 만큼 숨가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이 곳 지구 반대편에서 나는 주말마다 완전한 고독과 여유를 느꼈다.

처음에는 주말에 일어나서 아무 일정이 없다는게 낯설고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이 무렵 나는 '아까운'시간을 '낭비'하는데 최적인 온갖 영상의 늪에 빠져들었다.

나르코스, 하우스오브카드, 종이의집, 왕좌의 게임, 브레이킹베드, 기묘한 이야기 등등 

세상에 너무 재밌는 드라마들이 너무나 많았다.


지금 떠올려보면, 이렇게 컨텐츠의 소비자로서 지내는 삶이 썩 나쁘지는 않았다.

골방에 박혀 드라마와 영화만 주구장창 보던 시절 덕분에, 추후 만나게 되는 많은 사람들에게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줄 수도 있었고, 외국인과도 아이스브레이킹 소재로 자주 활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의 청춘은 모니터 앞에서 천천히 바스라지고 있었고, 청춘 활용법을 모른 채 그냥저냥 살고 있었다.

이런 내가 정신을 차리게 된 계기는 바로, 나르코스 콜롬비아 편을 다 볼 무렵이었다.


"내가 콜롬비아에 있는데, 직접 영화 속 방문지를 방문하면 어떨까?, 일단 나가보자!"


이런 단순한 생각이, 5년 뒤 중남미와 유럽 수십개국을 방문한 현재의 나로 만들지는 전혀 생각치도 못했다.


그렇게, 내가 첫 여행을 떠난 도시는 다시는 가고 싶지는 않지만,

그래도 가장 많은 추억이 담긴 나의 첫 해외근무지, 콜롬비아 보고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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