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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rallax Feb 14. 2020

흑백사진노트 7

마음에 드는 사진을 만들기 위해 좋은 렌즈를 쓰고 싶은 건 누구에게나 같은 욕심일 겁니다. 좋은 렌즈로 촬영하면 왠지 더 나은 사진을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제 생각의 밑바탕엔 아직 '미천한 실력'이 숨어 있었습니다. 항상 선망하고 있는 좋은 렌즈를 빌려 촬영해보곤 '이 렌즈.. 내가 쓰기엔 어렵구나..'를 마음속 깊이 웅얼거려본 적이 있었습니다.




아는 분의 선배께서 '이 렌즈 한 번 써볼래?'라며 보여줬던 렌즈, 칼자이스 85mm F1.4. 처음으로 직접 만져본 렌즈는 묵직하고 견고함을 온몸으로 전달받을 수 있을 정도로 신뢰감 그 자체였습니다. 게다가 디자인도 멋지고 왠지 남성미까지 느껴졌습니다. 거두절미, 빌리자마자 밖으로 나가 촬영을 했었습니다. 평소에 눈독을 들였던 만큼 신나게 촬영을 하면서 좋은 렌즈의 감성을 느껴보려고 애를 썼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85mm 화각이 제겐 매우 어색했습니다. 좁은 것도 넓은 것도 아닌, 어쩌면 인물을 촬영했다면 느낌이 달랐을지도 모르지만 일상을 기록하는 것에는 뭔가 어렵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어쨌든 이 골목 저 골목을 다니며 눈에 띄는 것들을 기록하다가 35mm 카메라에 F2.8, 1/160, ISO 100으로 촬영을 했습니다. 그런데 후에 PC에서 보니 초점이 잘 맞지 않아 '역시나.. 이 렌즈 적응하기가 참 어렵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수동 초점 렌즈를 좀 더 적극적으로 써봐야겠다는 생각을 갖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수동 초점 렌즈는 자동 초점 렌즈보다 초점을 맞추는 렌즈 거리계의 범위가 좀 더 넓어 빠르게 초점을 맞추기엔 어렵지만 섬세한 초점 조절이 가능하여 천천히 생각하며 초점을 신중히 맞출 수 있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ACR에서 기본적인 흑백 전환을 하면서 초점이 살짝 안 맞은 것을 보완하기 위해 Clarity 양을 좀 더 늘리고 선명도 조절을 추가했습니다. 이후 포토샵에서는 명암대비, 레벨, 입자 등의 레이어를 추가하여 되도록 초점면이 선명하도록 조절을 했습니다. 렌즈 성능이 출중해서인지 후반 작업에서의 변화가 잘 반영되는 느낌입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다시 써보고 싶은 렌즈가 바로 85mm입니다. 조리개 밝기보다는 그 화각을 잘 활용하여 인물이나 정물 촬영을 더 섬세하게 기록할 수 있을 날을 꿈 꿔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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