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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rallax Feb 20. 2020

흑백사진노트 13

때로 흐르는 물처럼 살고 싶단 생각이 듭니다. 생각조차 없이 그저 바람 따라 흘러가는 물처럼 살고 싶습니다. 바위에 부딪히면 옆으로 돌아가고 느리면 느린 대로 빠르면 빠른대로 아무 말 없이 불평 없이 흐르는 물처럼 살고 싶습니다.



살면서 나도 모르게 이것저것 욕심내어 갖게 되어 살림이 늘어갑니다. 뭔가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은 살아남아야 한다는 깊은 속 마음의 자기표현인 듯합니다. 문득문득 이런 생각으로부터 빠져나오면 또 욕심을 부렸다는 자각에 놀랄 때도 있습니다. 가지지 않는다면, 가지려는 마음을 없앤다면 난 살아남지 못하는 걸까.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잘살고 싶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어 어떤 게 잘 사는 삶인지 고민하게 됩니다. 어느 날 우연히 청계천을 혼자 걷다 흐르는 물을 물끄러미 바라봤습니다. 아마 그 순간엔 정말 무념무상 자체였는지 어떤 생각도 없이 그저 편안했습니다. 좀 더 그 시간을 즐기고자 아예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흐르는 물을 보고 있자니 시간 가는 줄도 어디에 있는지도 모를 만큼 마음의 평화를 느끼더군요. 그러다 어느 순간 '이렇게 평화롭게만 산다면 정말 좋을까'라는 의문이 뜨면서 다시 현실로 돌아왔습니다. 카메라를 꺼내 어떤 생각도 없이 그저 담담히 지켜보듯 기록을 했습니다. 무념무상의 흐르는 물에 대한 약간의 부러움을 담아.



셔터 속도를 조절하면서 점점 느리게 1/8초까지로 낮춰 흐르는 물을 느낄 수 있도록 담았습니다. 역시나 전 색상이 많은 장면보다는 다양한 흑과 백, 회색조의 분위기를 머릿속에 떠올리며 또다시 생각에 빠지더군요. 생각을 끝내면서 촬영도 마쳤습니다.



생각 없이 사는, 흐르는 물과 같이 그저 순리에 맡겨 삶을 살 수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욕심을 부리지 않아도, 만족스럽다는 생각조차 없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삶이 뭘까라는 생각이 드는 아침입니다. 어제와 오늘 대구에서의 코로나 19 바이러스 급속 전파로 어수선한 이 아침에 잠시나마 묵묵히 흐르기만 하던 물 생각이 떠오릅니다. 건강해서 행복한 하루에 감사하며 오늘도 살아야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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