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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클랑 Jan 09. 2023

겨울에 듣는 클래식

겨울바람 & 겨울나그네


 지난 12월은 유독 추웠던 것 같다.

이렇게 얘기하면 올 겨울이 나에게는 10년 만에 경험하는 한국의 겨울이라는 것을 아무도 모를 것이다.

흔히 말하는 "칼바람"

칼바람이 뭐였었는 지 어렴풋이 기억이 날 것도 같았는데, 10년 전 느꼈던 그 바람을 다시 떠올리려 하니, ‚그때 그 바람이 맞았었나.‘ 가물가물 하였다.


 겨울 하면 뭐니 뭐니 해도 00.

각자 나름 겨울의 추억이 있겠지만, 요즘 음악대학 성악 입시 생 반주를 하고 있다 보니, 입시철이 생각나지 않을 수 없다. 바야흐로 한국의 겨울은 입시철이다. 음대생이라면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본인의 입시 곡은 잊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나에겐 내 입시 곡보다 추억이 서려 있는 곡이 있다.


 

바로 쇼팽의 겨울바람.  (Frédéric Chopin – Étude op. 25 no. 11 )


https://youtu.be/jUbd6ADaE7w

10년 넘은 연주라 안 좋은 화질이지만, 옥구슬 굴러가는 소리  




 쇼팽 스스로는 이름을 붙인 적이 없지만, 마치 겨울바람처럼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음형과 분위기 탓에 붙여진 이름 같다. 이 곡은 나의 입시 곡은 아니었지만, 연습을 같이 했던 친구의 입시 곡으로 당시 내가 무척이나 좋아했던 곡이다.

 고등학생 시절, 매일 같이 연습하러 갔던 학원에서 당시 피아노과를 준비하는 다른  친구들과  저녁을 같이 먹고 밤늦게까지 연습을 했었다. 때로는 냄비에 짜파게티를 끓여 먹고 가위바위보로 설거지 내기도 하곤 했다. 사소한  하나에도 뭐가 그리 재밌었는지, 고된 연습도  것이 아니었다. 분명 밖에선 칼바람이 불고 있는데, 이 곡을 연습하는 공간은 그 어디보다 온기가 가득했다.

요즘 가끔  곡을 치고 있을 때면, 누가 지었는지 제목을   지었다고 생각하곤 한다. 쇼팽의 나라, 폴란드에도 칼바람이 있는 걸까. 몰아치는 음형들은 마치 한국의 칼바람 같다.






또 하나, 독일의 겨울을 돌이켜보면 생각나는 노래가 있다.


https://youtu.be/l0Rry-ahcHM

Fischer-Dieskau 와 Alfred Brendel  



바로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 (Winterreise). 독일어를 직역해 보자면 ‘겨울여행’ 또는 ‘겨울의 여정’ 쯤이 되겠다. 일조량이 부족한 유럽의 겨울. 지난겨울에도 독일은 정말 해가 나는 날이 드물었다. 작년 2월에 해가 나는 날이 한 달 중 5일밖에 없었다고 했던 것 같다. 해가 나지 않는 날이 계속되면 정말 음울하고, 우울하기가 그지없다. 축축 쳐지는 몸과 마음을 달랠 길이 없어 독일인들은 그렇게 차 마시기를 좋아하나 보다.   


빌헬름 뮐러 (Wilhelm Müller)의 시가 가사로 쓰인 이 슈베르트의 연가 곡은 추운 겨울 연인의 집 앞에서 이별을 고하고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들판 헤매는 청년의 고통과 절망, 죽음에 대한 상념 등을 내용으로 한다. 사랑에 대한 이별이 아니더라도 인생 중에 방향을 못 찾고 방황하는 나그네.

옷깃 사이 어디에서부턴가 파고드는 습한 추위 속에 해도 잘 나지 않는 독일의 겨울 속을 거닐었던 10년 전 나의 입시 생 시절을 떠올리며 들으면 그렇게 와닿을 수가 없다.  


2023년. 해는 바뀌었지만, 어려운 인생.

변한 거 없이 여전한 거 같다면, 이 노래는 분명 위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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