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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클랑 Mar 10. 2023

비 오는 날의 클래식

비 오는 날의 쇼팽과 드뷔시 


 클래식 애호가들에게 ‚비‘ 하면 어떤 클래식 곡이 떠오르는 지 물어보면 단연 많은 이들이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을 꼽을 것이다. 

 이 곡은 1838년 즈음, 쇼팽이 그의 연인 조르드 상드와 마요르카 섬에 머무르는 동안 작곡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빗방울 전주곡이라 이름 붙게 된 건 조르드 상드와의 에피소드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당시 폐결핵을 앓고 있던 쇼팽은 따뜻한 남쪽의 섬 마요르카에서 요양하고자 했으나 이상하게도 안 좋은 날씨가 이어졌다. 이 곡을 작곡한 날은 조르드 상드가 그녀의 아들 모리스와 함께 폭풍우를 뚫고 마요르카로 돌아오고 있었다. 상드가 집에 돌아와 쇼팽을 다시 만났을 때, 쇼팽은 „아! 나는 그대가 죽었는 줄 알았소.“ 라고 소리 쳤다고 한다. 

 이 에피소드는 당시 쇼팽이 얼마나 심신이 고단했는 지 보여준다. 폴란드 혁명으로 인해 망명을 떠나 서유럽에서 이방인으로 지내는 동안 고향과 가족을 늘 그리워했던 쇼팽을 생각해보면 이 ‚빗방울 전주곡‘은 더욱 구슬프게 들린다. 촉촉함을 머금고 있는 멜로디들은 오히려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주지만, 이내 이어지는 비통함과 슬픔이 가득한 단조 선율은 앞 부분과 무척 대비 된다.  



 https://youtu.be/pCx5g4FnAXU










클로드 모네, 비 내리는 센강의 아침 (1989, 캔버스에 유채) 





 비와 관련된 또 다른 음악을 꼽자면 드뷔시의 판화 중 „비오는 날의 정원“을 얘기할 수 있다. 

 드뷔시는 프랑스 인상주의 작곡가 중에 한 명인데, 인상주의 음악은 인상주의 회화에서 영감을 받아 생겨난 장르라고 알려져 있다. 빛과 함께 시시각각으로 움직이는 색채를 객관적으로 표현하려고 했던 인상주의 회화는 형체의 선이 불명확하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와 비슷하게 인상주의 음악 역시 멜로디와 화성, 프레이징의 구조가 전통적이지 않고, 흐릿하다는 특징을 가진다.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은 마치 비 오는 날의 마음, 그 날의 정서를 표현했다고 한다면, 드뷔시의 비 오는 날의 정원은 풍경을 묘사한 음악이라고 볼 수 있다. 초록 빛의 나뭇잎을 선명하게 해주는 촉촉한 빗줄기, 나뭇잎 끝에 맺혀진 빗방울들과 땅 위에 비가 가득 고인 웅덩이, 그 웅덩이로 떨어지는 비의 모습, 호수는 아니지만 주변 풍경들을 소소하게 비쳐주는 여러 개의 물 웅덩이들. 음악을 들으며 가만히 상상해보면 그려지는 풍경들이다.  




https://youtu.be/7j4Sbnjbsf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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