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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정애 Sep 24. 2019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동명의 연극 데이트 신청을 받았다.

장강명 작가의 원작 소설의 연극이란 걸 알곤 서둘러 책을 주문했다.

며칠 전 대중교통으로 일정을 소화하며 읽으려고 이 책을 집어 든 이유는 단순히 작고 가볍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내용은 결코 작지도 가볍지도 않았다.

몇 장을 넘기다 가슴이 먹먹하고 답답해서 그냥 덮어버리고 가져간 다른 책을 꺼내 읽었다.


그리고 다시 꺼내어 든 지난밤, 이 소설을 읽으며 몇 번이나 울었다.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인간들이 부딪치고 어울리며 살아가는 이야기.

그 속에서 우리의 어린 시절과 학창 시절, 그리고 현재의 모습들이 보였다.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억들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왜곡되고 재편성되어 있단 걸 소설 속 주인공들을 통해 다시 확인한다.

그런 의미에서 죄와 속죄, 반성과 용서의 관계의 의미를 되물으며 진정한 속죄란 있을까?... 생각해본다.


너를 만나기 위해 이 모든 일을 다시 겪으라면, 나는 그렇게 할 거야 (p. 148)


진실보다 자신의 죽음 뒤 여전히 현재를 살아가야 할 사람들을 위해 거짓을 만들어 내고, 그 거짓을 통해 아들의 죽음으로 발작적인 고통을 감당하며 살아가는 아주머니에게 새 삶을 선물하는 남자.

이것이 정의라고 생각하지도 말하지도 않겠다.

다만, 그 선택의 문학적인 힘과 문학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보여주는 이 소설이 참으로 아프면서도 그 설득력에 뭉클하게 전해지는 감동이 크다.


내 생각에는 너희 가족들도 그렇게 너 냉대하지 않았어. 따뜻한 말도 여러 번 했을 거야. 네가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해서 그렇지. (p. 159)


책을 읽고 자정이 넘어 잠든 나는 꿈속에서 엉엉~~ 큰 소리로 울었다.

꿈에서 내가 소리 내어 울고 있다는 걸 인지한 순간에도 꼼짝도 못 하고 울던 나는, 옆에서 흔들어 깨우고서야 몸을 일으켰다.


지난날의 내가 아팠던 걸까?

소설이 그토록 아팠던 걸까?


무엇이든 이 소설은 읽는 내내, 그리고 읽은 후에도 내내 마음이 아팠다.

울면서 잠에서 깨어 바라본 새벽하늘에 보일 듯 말 듯 그믐달이 떠 있었다.

아... 그믐 즈음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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