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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앙큼대마왕 Feb 21. 2024

베트남에서 식당 운영  쉽게 생각하지 마세요

 최근 베트남에 진출하고자 하는 한국 외식업체들이 늘고 있다. 개인 자영업자부터 유명 기업형 프랜차이즈 식당까지 치열한 한국 시장에서 벗어나 베트남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려는 모습들이 보인다. 외식업계 경험은 미천한 필자이자만 베트남에 진출하려는 분들에게 성공적인 진출을 위한 작은 의견을 드리고자 한다.


베트남으로 외식 업계 시장 조사를 나온 분들은 당연하게도 베트남에서 인기 있다고 알려진 한국 식당들을 먼저 찾아간다. 손님들이 북적이는 몇몇 식당들에서 음식을 먹어 보고는 한껏 고무되어 자신감 넘치게 ‘이 정도 수준의 맛이라면 우리가 성공할 수 있다’라고 외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러한 반응은 그간 십 수년간 베트남을 찾은 수많은 외식업계 관계자들의 반응과 같다. 베트남에 진출할 때 쉽게 빠지는 함정 중에 하나가 문제점은 쉽게 파악되고 나름의 해결책을 제시하지만 외국인으로 그 해결책을 수행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누구나 하는 쉬운 생각 실패의 지름길]


보통 베트남에 진출하는 외식업계 관계자들은 베트남 거주 한국인들이나 한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다가 사업이 안정화되면 점차 베트남 현지인 고객으로 확대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미 베트남 주요 관광지와 한국인 밀집 거주 지역에는 수많은 한국 식당들이 진출해 치열한 경쟁 속에 속절없이 폐업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폐업하는 주요 원인 중에는 신규로 진출한 식당들이 고객 확보를 위해 무리하게 가격 인하 경쟁을 벌여서인 경우가 많다. 탄탄한 자본력으로 시장을 장악할 때까지 쏟아내는 장기적인 전략이 아닌 일시적인 할인 행사이다 보니 가격이 정상화되면 고객들은 곧바로 떠난다. 탄탄하게 자리를 잡았음에도 새로운 식당이 들어설 때마다 가격 경쟁에 시달리는 기존 식당들 역시 못 견디고 문을 닫는 경우도 많다.



가격이 아닌 맛으로 승부하고자 하는 업체의 경우에도 고민해야 할 것이 있다. 물과 식자재가 한국과 다른 베트남에서 한국에서의 맛 그대로 구현해 내는 것이 어렵다는 점이다. 또한 한국인 주인이 직접 조리를 하는 것이 아니면 한국인 조리사를 고용해야 하는데 한국에서 베트남으로 파견을 보내면 주거비에 해외 체류비 및 비자를 비롯한 각종 인허가 비용까지 한국에서의 인건비에 2~3배가 소요된다.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한국 주방에서 근무 경력이 있는 베트남인 조리사를 찾거나 새롭게 가르쳐서 인재를 양성하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인 주방장에게서 잘 배웠던 베트남인 조리사는 몇 개월 만에 이직해 버린다. 분명 잘 가르쳤는데 한국 주방장이 가르치던 방식을 베트남 조리사 자신만의 방식으로 변형해 경영주가 원하는 맛일 구현하지 못하기도 한다. 게다가 모든 물가가 한국보다 저렴할 것 같은 베트남이지만 한국에서는 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자재가 베트남에서는 구하기가 쉽지 않은 경우도 많다. 한국에서도 식자재 도매상에 따라 공급되는 식재료의 신선도와 가격이 천차만별이듯 베트남에서도 좋은 식자재 도매상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한국어를 할 수 있는 통역을 고용해서 전화 몇 통으로 신뢰할 수 있는 식자재 공급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한국의 맛을 재정의 하라]


과감한 투자로 실력 있는 한국인 조리사에 신선하고 가성비 넘치는 식자재 공급망까지 확보했더라도 베트남 고객을 대상으로 한다면 한국의 맛을 과감하게 잊어야 한다. 베트남이 아세안 한류의 원조이고 베트남 사람들이 직접 김치를 담가 먹을 정도로 한국 음식을 좋아한다지만 한국에서 생각하는 한국의 맛과 베트남 사람이 선호하는 맛은 다르다. 베트남인 경영주가 운영하는 한국 음식점에서 음식 맛을 본 예비 창업자들은 ‘이것은 한국 음식이 아니다. 내가 진정한 한국의 맛으로 베트남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겠다’며 의욕을 불사른다. 하지만 ‘진정한 한국의 맛’을 선호하는 베트남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래도 ‘한국 음식의 맛’이라는 것이 있는데 변형된 맛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분들이 많다. 그렇다면 혹한의 날씨도 한국인들이 사랑한다는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유럽에서는 커피로 인정조차 못 받아 카페 메뉴조차도 오르지 못한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한국에서 당연한 것이 해외에서도 당연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외식업계에서 수십년을 일한 전문가들조차도 막상 베트남에 진출하면 가장 기본적인 것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바로 ‘신뢰할 수 있는 베트남 직원 확보’이다. 한국에서도 직원 구하기 어려워 힘들어하는데 베트남에서 한국인 경영주 마음에 드는 직원 구하기는 더더욱이나 어렵다. 당장 의사소통이 문제다. 한국어 통역을 구하면 되지 않겠냐지만 자신이 원하는 말의 50% 수준을 통역하는 사람의 한 달 급여가 우리 돈 100만 원 내외이다. 또한 사업 초창기 직원들의 근태를 철저하게 관리하고 기강을 잡기 위해 강한 톤으로 말해야지만 마음 약한 통역 직원이 전달한 말의 뉘앙스는 전혀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운 좋게 성실하고 정직한 직원을 채용해도 인근 경쟁 한국 식당에서 급여를 조금 더 주고 빼가는 일도 다반사이다.


또한 높디높은 베트남 상가 임대료도 힘들게 하는 요소이다. 호치민과 하노이의 중심 상권의 임대료는 서울 여느 지역 못지않게 비싸다. 글로벌 종합 부동산 서비스 업체 세빌스 (Savills) 호치민 지사의 23년 10월 리포트에 따르면 호치민 중심부 임대료는 1평방 미터당 80만 동 ~ 330만 베트남 동 (한화 약 4.4만 원 ~ 18만 원)이었다. 최저치 임대료를 적용해도 30평형 식당의 한 달 임대료가 우리 돈으로 435만 원이다. 이마저도 베트남 건물 특성상 가로 넓이가 4.8m라 좁고 깊숙한 구조인 데다 2~3층 건물을 통째로 빌려야 하는 제약 조건도 많다. 그래서 트인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건물 2~3개를 동시에 임대해 넓이를 넓히려고 하는데 건물주가 각기 다르다 보니 식당 운영 중에 갑자기 인테리어 구조가 달라지거나 건물 한쪽이 아예 없어지는 여러 우여곡절을 겪는 경우도 많다. 해외에서 외식업을 처음 하는 사람들이 겪는 일이라 생각하지만 한국에서 매장을 여러 개 운영하며 나름 성공적인 사업을 하는 분들이 겪는 일이다.


사업이라는 것 자체가 언제나 힘든 일이지만 해외에서 사업은 더욱이나 힘든 일이다. 막연하게 소득 수준이 낮고 K-Food 열풍이라는 말만 듣고 베트남에서 사업을 벌였다가는 아무리 한국에서 전문가라 할지라도 낭패보기 쉽다.



* 필자 소개


1. 언론 / 방송 출연

경향신문 가깝고도 먼 아세안>, <우리가 모르는 베트남> 칼럼 연재

삼프로TV_ 경제의 신과함께 <압권>

SBS <경제자유살롱>, 미드나잇 초대석

KBS <성공예감 이대호입니다>, <박종훈의 경제한방>

•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

연합뉴스 이동우의 비즈니스 인터뷰>, <인포맥스D>, < 생존특강>


2.강연

삼성전자/LG LG디스플레이 롯데그룹/CJ CJ올리브영 현대경제연구원, KOTRA/KITA무역협회 각 지자체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동남아시아센터 강연

민주당 국회의원 국회 경제세미나 강연

한국투자신탁운용 베트남 영상 콘텐츠 전담


3.자문

• 산업통상자원부 동남아 시장 무역 투자 확대 민간 자문위원

• 한국투자신탁운용 베트남 경제 컨텐츠 제작

• 현대자동차/LG LG전자 아모레퍼시픽 농심 코웨이 깨끗한나라 등


4.저서

• <베트남 라이징_Vietnam Rising>, 2023

• <왜 베트남 시장인가>, 2020

• 영문판, <Why The Vietnamese Market>,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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