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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앙큼대마왕 Jun 20. 2024

베트남 주재원의 과로사

요즘 베트남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주재원이 돌연사'했다는 이야기가 자주 들려온다. 잠자다가.. 운동하다가.. 갑작스럽게 사망한 안타까운 일들이 들려오는데 공공 기관 쪽에서 들어 보니 요즘 한 달에 1~2명씩 안타까운 일이 벌어진다고 한다

 최근에 만난 모 대기업 주재원은 베트남 발령 6개월 만에 스트레스 때문에 몸무게가 10kg나 빠져서 힘들어 하고 있었다. 몇년 전 베트남에 진출한 모 굴지 그룹에서는 몇 달 사이에 베트남 주재원이 2명, 중국 주재원이 1명이 연달아 돌연사하자 전세계 모든 주재원을 한국으로 불러 들여 뇌혈관 검사를 진행하고 주재원 업무 개선을 진행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 때 뿐이다. 아무래도 해외 사업장에서 수익과 매출은 나오기 어렵고 해외에서 근무하는 한국 직원은 적다보니 사업 운영이 한국 본사 만큼의 시스템를 갖추기는 어렵다. 

게다가 해외 경험이 전무한 한국 본사 임원들은 해외 사업이 엉망진창이라고 하고 신흥국에서 벌어질 수 밖에 없는 비공식적인 일들에 대해 주재원들이 일을 똑바로 못해서 벌어진 일이라고 책망하기 일쑤이고.. 


나는 베트남 주재원이면서 '본인은 별로 할 일이 없다', '현지 직원이나 다 알아서 '한다 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가장 한심하게 생각한다. 본인이 베트남에서 일을 거의 안하고 있다는 고백이기 때문이다. 본인의 고백이 얼마나 한심한지도 모르고 다른 주재원들이 왜 이렇게 시간 내기 어려워하고 힘들어하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참.. 씁쓸하다.. 

매일 수 없이 쌓이는 이메일과 본사의 요구 사항과 처리해야 할 현안들, 본사에서 찾아오는 출장자들과의 끝없는 술자리, 임원 아는 사람들의 개인 여행 뒷치닥거리까지... 잠자리에 들면 처리하지 못해 쌓여만 가는 일에 불면증에 시달리고 공황장애와 우울증에 걸린 주재원들이 너무도 많다...

주재원 뿐만 아니라 본인의 의지와 상관 없이 갑작스레 베트남에서 살게되어 경력이 단절된 배우자들, 말도 통하지 않는 외국 학교를 다니며 힘든 삶을 살아가는 자녀들의 고통도 크다.

오늘 아침에도 본사 임원에게 온갖 자료 작성을 요구 받으며 며칠 째 시달리며 고생하는 한 주재원의 하소연을 들으며 주저리 주저리 끄적여 본다...

주재원들이여
이럴 땐 마이동풍 하고...
본인이 모든 것을 다 짊어지려 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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