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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회자정리 Jan 31. 2024

운동만 할 수는 없잖아!

디짐의 정체

반전이 있는 영화는 기본적으로 성실하다. 전혀 아닐 것 같고 평범해 보이던 인물이 범인으로 밝혀지는 순간.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듯 충격에 사로잡힌다. 특히, 의심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나 예상과 완전하게 반대되는 결과라면 그 여파가 더 크기 마련이다.


드라마틱한 반전을 위해서는 시작부터 차곡차곡 성실하게 서사를 하나둘씩 쌓아가고 보는 이의 의심을 완벽하게 차단시켜야 한다.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 예상을 단숨에 부숴버려야 하는 법.


요즘은 장르영화에 반전이 없으면 그것 또한 심심하고 오히려 주목받지 못하는 작품으로 낮은 평가를 받는 시대가 아닌가? 모름지기 매일 똑같은 삶에도 크고 작은 변화나 뒤틀림이 있어야 삶의 자극이나 활력이 생기는 것이라 믿는다.


그러면에서 디짐의 정체는 운동 모임이기는 한데, 꽤나 충격적인 반전이 있다. 특별한 사정이나 행사가 없다면 운동은 매월 네번째 목요일에 한다. 디짐 공간에 모여서 같이 상체나 하체 운동을 하는 것이 보통인데, 그날 참가 인원이나 날씨에 따라 다양한 운동을 했었다.


디짐의 첫 모임 이후, 매월 자신이 이루고 싶은 한 달 운동량을 정해 다음 달 모임까지 달성하도록 노력했다. 가장 쉽게는 체중을 2kg을 줄이겠다는 목표나 체지방율도 있고, 주 3일 푸쉬업/스쿼트/크런치 OOO회, 골프연습 OO분 등 다양한 운동을 구체적 수치를 정하는 회원도 있다.


더하여, 헬스를 꾸준히 해왔던 그룹들은 보다 정량적인 목표를 세웠는데, 체지방율 14%대 유지 또는 19%대 진입, 골격근량 35kg 달성 등으로 본인의 현재 상태에 맞는 자율적인 목표를 세웠다.


아무래도 목표의 높이는 다 다르고 강압적인 부분이 없어서인지 한 달이 지나 다시 모이면 목표를 달성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다 나름의 이유도 있고 개인의 사정도 있지만 적어도 지나온 한 달은 개인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투쟁심만큼은 그 누구 못지않았다 자부할 수 있다.


적어도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다부진 긍지를 갖고 있는 디짐 반전은 바로 회식이다. 함께 모여 운동을 했으니 당연히 친목의 시간이 필요하지 않은가? 디짐의 관장 D는 항상 우린 운동모임이지 술 모임이 아니라고 항변하지만, 한 달 동안 목표달성을 위해 달려왔으니 그에 대한 보상이 필요한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회식 시그니쳐 샷


보상이면서 동시에 즐거운 모임을 위해 한 달을 달려왔을지 모른다. 일종의 슈퍼 울트라 치팅 데이다. 대부분이 덩치도 작지 않아 많이들 먹는다. 보기에 따라서 먹기 위해서 운동을 하는 것이라는 자괴감이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꽤 당당하다.




"요새 술 먹고 집에 가면 자꾸 뭘 먹어..."


"아... 저도요. 어제도 혼자 위스키에 파스타 해 먹고 과자 한 봉지 클리어 TT"

"술이 원수네요."


"막 먹게 되네 TT"


"진짜 술이 원수... 나도 주말에 술병 나서 하루 종일 굴러다녔네, 먹는 거 줄이다가도 폭식하면 걷잡을 수가 없어~"

"나도~ 짜파게티 먹었나 봐요. 다음날 애들이 이야기해 주네요."


짜파게티 먹은 게 기억이 안 나는 거야? ㅋㅋ


"예. 필름 끊긴 거죠 ㅋㅋ"


지난번에 나도 집에 와서 냉장고에 있는 못 보던 치즈케이크를 먹었는데, 우리 와이프가 그거 비싼 거 사 온 거라고 술 깨고 먹으라고 그랬다는데...

다음날 치즈 케이크 먹은 것이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어. 하하*



이런 말이 있지 않은가 다 사람 사는 곳이야. 운동에 진심이지만 결국 다 똑같은 사람들이다.


디짐은 운동모임이자 궁극적으로 근육을 키우는 것이 목표다. 동시에 아주 가끔은 술 먹고 폭식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는 아주 정감 있는 곳이다. 매월 디짐 운동모임과 술자리가 즐겁다.



* 얼마 전 디짐회원들 카톡에서 나눈 대화. 필자는 큰 따옴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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