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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회자정리 Jan 05. 2024

제 지인들이 운동하러 오는데요!

지인기반 회원제

D가 일궈 낸 디짐은 내실 있는 운동시설인 것은 분명하지만, 세무 법인 사무실 공간을 활용해 만든 곳이라 세무 관련 서류가 꼽혀 있는 책장이 양 벽에 위치해 기묘한 동거를 하고 있다.


처음 가보면 그리 크지 않지만 촘촘하게 가득 찬 각 종 아령, 헬스기구, 심지어 골프 연습을 위한 스윙 머신도 있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N 포탈 지도에서 검색을 해 보면 공식적인 운동시설이자 헬스장으로 검색이 가능하다. 검색이 가능하다는 것은 정식 절차를 거쳐 등록이 된 시설이라는 의미다.  


디짐의 운동기구 일부


이를 위해서는 가장 먼저 사업장 등록을 해야만 했는데, 등록을 하면서 겪었던 에피소드가 있다.  


내부 공간을 정리한 후, 운동기구를 하나하나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 등에서 구매하고 동시에 실어 나르면서 어느 정도 모양새를 갖춰갈 무렵, 업종 등록 서류를 제출하고 이를 확인하고자 구청 직원분들이 찾아왔었다고 한다.


구청직원인지 세무서직원인지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나라의 녹을 먹는 공무원들이 직접 방문했었다니. 기본적으로 상업 시설에 따라 허가제, 신고제 등으로 나뉘어 있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리 꼼꼼하게 업종에 따라 실사까지 나온다니, 우리나라 행정이 꽤 꼼꼼하고 시스템화되어 있다는 점이 새삼 놀랍다.


어쨌든, 디짐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OO 세무법인 사무실에 들어서야 한다. 디짐 회원들도 처음 방문 했을 때는 체육관 입구가 별도로 따로 있는 것을 상상하고 건물 한 두 바퀴를 도는 것이 예삿일이었다. 나도 처음 초대를 받아 디짐을 갔을 때, 퇴근 후 시간이라 사무실에 사람이 있다고 생각지 못했다. 별도의 공간이 사무실 안에 있으리라 생각지 못하고 'D-GYM'이라는 간판을 찾아 서성이다 결국에는 D에게 전화를 걸었었다. 


디짐 입성을 위해 가장 먼저 OO 세무법인 입구로 들어와 D의 개인 사무실 안쪽 내실에 도달해야 한다. 실사를 위해 구청 직원분들이 처음 왔을 때도 비슷한 경험을 했을 터. 안쪽으로 안내받아 실제로 시설을 쓰윽 둘러보고 의문에 찬 뉘앙스로 질문을 했다 한다.


"음... 이곳이 체육시설이고 지금 업종 등록을 하시려는 거죠? 그런데, 사무실을 가로질러 이 안쪽의 공간까지 운동을 하러 온다는 것이 납득하기 어렵네요."


"어떤 점이 그러신 걸까요?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이 어떤 건가요?"


"실제 운동하러 이렇게 안쪽까지 들어오시는 분들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 걸까요? 제 지인들이 운동하러 오는데요!"


사실 양쪽 이야기가 모두 맞긴 했다. 구청 직원의 입장에서는 사무실 한복판을 홍해 가르듯 갈라, 사무실 내실 공간으로 들어온다는 것이 이상했으리라. 하지만, D의 대답처럼 지인들이 저녁에 운동을 하러 오는 것도 가능하니 틀린 것은 하나 없다.


"체육관에는 응급상황에서 처치가 가능하도록 구급약품이 들어있는 구급상자가 상비되어 있어야 하는데 어디 있나요?"


아뿔싸. 하나를 억지로 넘겼는데, 공무원의 허를 찌르는 질문이었다. (누가 우리나라 공무원들이 성실하지 않다고 했던가?)


안타깝게도 그때 디짐에는 구급상자가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이 순간을 전지적 작가시점에서 보면 D는 두 가지 생각이 떠올렸으리라. 첫째, 체육관에 구급상자가 없지만 보유 여부를 확인한다는 것은 등록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 아닐까? 즉, 이 위기만 잘 돌파하면 무사히 등록이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다. 둘째, 이 상황을 타파하기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은 무엇인가?


그랬다. 구급상자만 있으면 해결될 수 있다는 가능성. 그가 이 위기를 넘기기 위해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올린 사람 C였다. 디짐의 특별회원이기도 한 C의 직업은 약사다. 디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약국을 직접 운영하고 있기에 그에게 구급상자를 공수해 온 발빠른 타개책으로 디짐의 탄생을 가로막던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디짐은 일종의 지정학적 특성에 따라 디짐은 철저하게 지인기반의 회원제다. 모세가 지팡이를 들어 홍해를 반으로 갈랐던 기적처럼 회원이 되어야만 사무실을 가르듯 출입이 가능하다. 


23년 모임의 첫출발은 5명으로 시작했지만, 어느새 10여 명이 넘는 회원으로 성장했다. 대부분이 D군의 지인이고 몇 명은 회원 들간의 지인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24년 새롭게 변모를 고민하고 있는 디짐은 여전히 대부분의 회원이 열심히 운동 중이다.


정식 시설로 검색이 되는 만큼, 지금도 가끔 전화로 한 달 이용료가 얼마인지 문의하는 전화가 한두 번씩 온다고 한다. 등록비가 얼마인지 시설은 어떤지 말이다. D가 전화 상담을 하는 이들에게 어떤 답을 하는지까지는 듣지 못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디짐의 회원이 되길 원한다면 가장 먼저 기존 회원들과 인맥을 쌓는 것이 필요하다. 지인찬스가 필요한 곳이랄까? 행여 사회적 병폐를 떠올리는 사람은 없으리라. 내가 아는 사람들과 무언가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더군다나 건강을 위한 운동이라니 즐거움을 넘어 개개인에게 의미 있고 가치가 있는 시간이 아닐 수 없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운동의 즐거움이 있는 곳이 바로 이곳, 디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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