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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회자정리 Sep 11. 2024

베스트 프렌즈

아프지 않은 곳이 없다.

고등학교 친구 중에 술만 먹으면 우리가 진정한 친구냐?라는 질문을 불쑥불쑥 던지던 H가 있었다. 처음이야 우리가 벌써 몇 해 동안 알고 지냈는데 그런 친구에 가깝지 않냐?라는 반문을 하기도 하고 진정한의 의미에 대해 서로 진지하게 토론했던 적도 꽤나 많았다.


H는 어릴 적부터 미국에서 살다가 고등학교 때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었는데, 그런 덕분에 LA라는 별명으로 불리곤 했다. 그 녀석이 말하던 진정한 친구, 영어로 베스트 프렌즈의 명확한 정의는 끝내 알 수 없었다. 물론, 틈만 나면 예시를 들어 설명하긴 했었다. 일례로 우리 중 한 명이 큰일을 당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큰 일의 종류가 가지각색이고, 설명을 위한 예이자 가정이었는데 자세하게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술 마시며 즐겁게 잡다한 수다나 떠들고 싶었던 마음이 앞섰고, 명확하게 설명하기도 이해하기도 어려웠다, 또 몇 가지 예를 들어 이야기하면 그게 무슨 의미냐며 괜스레 더 따지고 들 때가 많았던 거 같다. 어릴 때였고 그저 정말 친해라고 말하기에는 무언가 부족해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던 것이겠거니 치부했다. 


어쨌든 H는 친구에 대한 집착이 있었는지, 노래방에서 조차 조용필의 '친구여'를 부르고 했었다. 노래는 음치 수준이었지만 늘 진지했다. 그런 녀석이 어느 날 갑자기 연락을 끊고 사라졌다. 그러니까 그때가 벌써 10년 가까이 되었으니 30대 후반쯤이었던 것 같다.


소리 소문 없이 잠적하기 보름 전, 늘 투닥거리던 친구들과 같이 술을 마셨다. 나를 포함해 4명.(H, J, K)


여느 때와 같이 적당한 시간에 헤어져 나는 이미 집에 막 도착했을 때, 문자가 날아들었다.


"지금 J랑 같이 경찰서에 왔어..."


술 잘 마시고 헤어졌는데, 경찰서라니? 무슨 일이 생길 걸까 불안한 마음으로 전화를 걸었다.

전화는 신호만 울릴 뿐. 정말 큰 일이라도 난 것이 아닐까 안절부절 한 사이... 먼저 집으로 향했던 K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그 녀석도 아느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게 30분이 지나서야 H와 통화가 되었는데...

장난이었다고 한다. 허탈하면서도 화가 치밀어 수화기 너머로 세찬 욕을 퍼부었다. 마치 뜬금없이 진정한 친구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마지막 테스트와 같던 그 일을 끝으로 H는 사라졌다.




지난 몇 달 동 허리가 조금 좋지 않더니, 등 통증까지 시작되었다.

상체 근육이 조금 붙는 것 같아, 딴에 신이 나 조금 무리를 했는지 허리를 시작으로 목디스크가 다시 재발했다. 1년에 한 번씩은 꼭 여지없이 찾아오는 통증.


사실, 원인이 운동 때문인지 잘못된 자세인지. 혹은 일과 스트레스 때문이지는 명확하지는 않다. 원인이 어쨌든 간에 일단 통증이 시작되면 다시금 자세를 고쳐 잡고 스트레칭을 열심히 한다. 그리고 병원 투어 시작이다.


유명하다는 한방병원의 약침을 시작으로 통증의학과나 정형외과에 가서 신경차단술, 도수치료, 견인치료 등 모든 수단을 망라한다. 빠른 효과를 위한 전방위적 투망인 셈이다. 그렇게 한 달 정도 치료에 전념하면 어느덧 통증이 사라지긴 한다. 부가적으로 필요한 건 시간과 돈.


출처: pixabay


솔직히, 운동을 꾸준히 하다 보면 통증은 떼려야 뗄 수 없다. 운동과 베스트 프렌즈가 통증이라는 것이 올바른 것이라 하기에는 다소 아이러니하지만, 그 통증을 넘어서야 더 성장할 수 있다고 느끼곤 한다.


긍정적인 통증은 근육운동을 한 다음 하루 이틀 유지되는 근육통이고, 부정적인 통증은 운동할 때 방해가 되는 어깨나 팔꿈치 등의 통증이다.


어쨌든 부정과 긍정의 통증 사이에서 치료에 전념하다 보면 모순투성이인 진정한 친구는 사라져 가고 다시 운동에 집중할 수 있다. 그러다 또 불현듯 그 친구가 진정한 친구가 맞냐라 물으며, 찾아오리라는 것을 알지만, 언제인지는 알 수 없다.


어쩌면, 시간이 더 지나고 갑작스레 H도 다시 돌아오려나?


좋은 친구 또는 진정한 친구는 자주 만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오랜만에 만나더라도 어색하지 않은 것이라 했는데, 아직까지 통증은 거북스럽다. 운동을 하는데 아픈 곳이 있어 병원을 다니는 아이러니. 진정함을 외치던 오래된 친구가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는 모순.


뭐, 인생이 그렇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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