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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WK단편선 59> 의무시청 중입니다

by 김동은WhtDrgon

"의무시청 중입니다"

화면에 떠오른 단어들을 바라보며 이지수는 눈을 깜빡였다. 한 번, 두 번. 그리고 세 번째, 그녀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좌측으로 움직였다.

딸깍.

스마트렌즈가 동공 움직임을 감지했다. 경고음이 그녀의 고막을 파고들었다. 화면 상단에 작은 글씨가 떠올랐다.

[시청 집중도: 76% - 주의 요망]

"젠장."

한숨을 내쉬며 이지수는 광고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다시 한 번 눈을 깜빡였을 때, 그녀의 망막에 반짝이는 신상품 러닝화가 직접 투사되었다. 감각적인 이미지, 마음을 설레게 하는 음악, 그리고 경쾌한 내레이션—신경과학적으로 최적화된 광고. 그녀의 홍채는 반사적으로 확장되었고, 뇌파는 잠시 상승했다가 안정되었다. 스마트렌즈는 이 모든 생체 신호를 기록했다.


"달리기가 지루하다고? #에어맥스제타 신고 10km 완주한 내 모습에 친구들 충격! '진짜 달라 보인다' 구름 쿠셔닝으로 발이 날아다니는 느낌✨ 한정판 컬러웨이 놓치면 후회각... 오늘 자정까지만 20%+추가 5% 시크릿 할인코드! 지금 바로 스와이프업!

화면에는 어설프게 달리다가 자빠지는 웃기는 장면들이 줄지어 나왔다. 하지만 이건 광고다.


이지수는 한때 달리기를 좋아했다. 대학생 시절, 새벽 공기를 가르며 달릴 때면 온전히 자신만의 시간이 되었다. 그때는 스마트렌즈 없이도 살 수 있었다. 그때는 도시의 모든 공공 서비스가 '무료'라는 이름으로 광고에 종속되기 전이었다.


구매 의사가 없어도 30초간 집중해서 봐야 했다. 그래야만 지하철을 탈 수 있었다. 지하철을 타고도 광고는 계속 봐야했다. '무료 대중교통'은 결코 무료가 아니었다. 모든 시민은 광고를 시청함으로써 '지불'하고 있었다.

이지수는 27세, 신경인식 소프트웨어 개발자였다. 인간의 뇌가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을 연구하는 그녀에게 매일 밀려드는 광고 물결은 연구 대상이자, 고문이었다. 특히 아버지가 광고 중독으로 가정을 파탄 낸 후, 그녀에게 광고는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선 트라우마였다.


"넌 너무 민감해." 상사 김민혁이 말했었다. "광고는 그저 정보일 뿐이야. 네가 원하는 것과 원하지 않는 것을 더 잘 알게 해주는."

하지만 이지수는 달랐다. 그녀의 아버지는 광고에 현혹되어 가족의 모든 저축을 탕진했다. "한정판", "특별 할인", "지금 놓치면 영원히"—이런 문구들은 그에게 마약과 같았다. 결국 빚더미에 올라 집을 떠나야 했던 그는 마지막 메시지를 남겼다.

"미안하다. 나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구나."


6개월 전, 이지수는 우연이 아닌 필연적 발견을 했다. 렌즈가 투사하는 광고 패턴에 특정 코드를 삽입하면, 대뇌가 그것을 인식하지 않도록 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에는 그저 가설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 자신을 실험 대상으로 삼았다.

코드는 단순했다. 복잡한 알고리즘이 아니라, 뇌의 시각 피질이 특정 패턴을 무시하도록 하는 신경학적 트릭이었다. 광고가 시작되면, 그녀의 뇌는 자동으로 그것을 필터링했고, 대신 그녀가 선택한 이미지를 떠올렸다. 시스템은 속았다. 이지수의 동공은 광고를 '보고 있다'고 기록되었지만, 그녀는 실제로 아무것도 보지 않았다.

그날 밤, 그녀는 오랜만에 꿈을 꾸지 않고 잠들었다. 꿈에서조차 광고가 나타나지 않는 첫 밤이었다.


"이게 가능하다고?"

그녀의 룸메이트 진우의 눈이 커졌다. 미술교사인 그는 최근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광고 감상 교육'을 의무적으로 가르쳐야 한다는 지침에 고통받고 있었다. 특히 출근 시간대 '집중 노출' 광고들은 그를 두통으로 몰아넣었다.

"가능해. 다만 불법이야. 완전히." 이지수는 창밖을 내다보며 말했다. 붉은 네온사인이 도시의 습한 공기를 물들이고 있었다. 초고층 빌딩 외벽은 하나같이 거대한 광고판으로 변해 있었다.

"불법? 내 머릿속에서 무슨 생각을 하건 그게 왜 불법이야?"

"광고유통법 제14조. '시청각 광고 콘텐츠를 의도적으로 회피하거나 조작하는 모든 행위는 영업방해죄에 해당한다.' 벌금은 최소 500만 크레딧이야."

진우는 코웃음을 쳤다.

"이야, 그런 법이 있었어? 말도 안 돼. 광고는 양심적으로 봐주는거지."

이지수는 그저 어깨를 으쓱했다. 바깥 세계의 네온 불빛이 그녀의 얼굴 반쪽을 붉게 물들였다. 그녀도 동의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현실이었다.


"광고를 차단하면... 넌 어떻게 느껴?" 진우가 물었다.

이지수는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천천히 대답했다.

"자유롭게. 마치... 내 머릿속이 다시 내 것이 된 것 같아."

진우의 부탁으로 이지수는 그의 렌즈에도 프로그램을 설치했다. 그리고 그의 여자친구 수아, 수아의 동생 민준, 그리고 이내 친구 서클 전체로 확산됐다. 모두가 "광고 없는 세상"을 경험하고 싶어 했다.

처음에는 괜찮았다. 모두가 조용히 프로그램을 사용했고, 아무도 모르는 것 같았다. 이지수는 야근 후 집에 돌아와 밤마다 프로그램을 업데이트했다. 더 효율적으로, 더 안전하게. 그녀의 작은 아파트는 점차 코드와 커피 잔으로 가득 찼다. 때로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그녀를 덮쳤다. 그를 구할 수 있었을까? 만약 이 프로그램이 더 일찍 있었다면?


"이지수, 괜찮아?" 진우가 어느 날 물었다. "넌 마치... 이 프로그램에 사로잡힌 것 같아."

"괜찮아." 그녀는 짧게 대답했다. 피곤한 눈으로 모니터를 바라보며. "난 그냥... 이걸 완벽하게 만들고 싶어."

"왜?"

이지수는 키보드를 내려놓았다. 창밖으로 끊임없이 흐르는 네온 광고들이 그녀의 얼굴에 파도처럼 밀려들었다가 사라졌다.

"어렸을 때... 아버지가 하루에 8시간씩 광고만 보고있던게 기억나. 그게 다 돈벌이라면서."

진우는 말없이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러면서 결제하고 포인트가 얼마고, 할인이 얼마고... 그는 항상 다음 제품, 다음 모델, 다음 업그레이드를 원하셨어. 마치 그것들이 그를 행복하게 해줄 것처럼. 결국 모든 것을 잃었지." 그녀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난 그저... 사람들이 그런 강박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것뿐이야."


그날 밤, 진우는 그녀를 위해 저녁을 준비했다. 그들은 오랜만에 술을 마시며 옛 이야기를 나눴다. 스마트렌즈 없이 자란 유년 시절, 광고가 그저 선택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이었던 시절에 대해.

하지만 문제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이지수, 큰일 났어."

어느 날 아침, 민준이 다급하게 전화를 걸어왔다. 그의 목소리는 떨렸다. 배경에서는 누군가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 가족 광고 시청 등급이 D로 떨어졌어."

가족 공동 시청 등급. 정부와 기업이 함께 도입한 시스템이었다. 모든 가족은 총합 광고 시청량과 반응도에 따라 등급이 매겨졌고, 낮은 등급은 다양한 불이익을 의미했다. 대출 거부, 취업 제한, 공공 서비스 차별.

"엄마가 미쳐 날뛰고 계셔. '너희 뭐 했니? 왜 갑자기 등급이 떨어지지?' 라고. 아빠는 취업 지원 중인데, D등급이면 면접 기회도 못 받을 수도 있대."

이지수의 손에서 커피 잔이 미끄러져 내렸다. 차가운 세라믹 조각들이 발치에 흩어졌다. 그녀의 프로그램은 완벽했다. 렌즈는 광고가 정상적으로 시청되고 있다고 기록했다. 왜 등급이 떨어진 걸까?

답은 간단했다. 알고리즘이 업데이트된 것이다. 이제 단순히 '광고를 봤는가'가 아니라, '광고에 반응했는가'를 체크하기 시작했다. 실제 구매 패턴, 심박수 변화, 홍채 확장, 뇌파 분석 등 신체 반응까지 종합했다.


"이거 취소할 수 있어?" 민준이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이제 절박했다.

"할 수 있어. 하지만..." 이지수는 입술을 깨물었다.

"하지만?"

"렌즈에 기록이 남아. 프로그램을 제거해도, 우리가 광고를 회피했다는 증거가 남아있을 거야."

통화가 끝나고, 이지수는 창가에 서서 도시를 내려다보았다. 동틀 무렵, 네온 광고들은 잠시 어두워지고, 도시는 잠깐의 창백한 고요 속에 잠겼다. 그녀는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아마도 그녀는 이 순간을 위해 프로그램을 만든 것인지도 모른다. 이 짧은, 광고 없는 새벽을 위해.


한 달 후, 첫 번째 소환장이 도착했다.

글로벌 미디어 기업 세 곳이 공동으로 이지수와 그녀의 친구들을 고소했다. '영업방해 및 디지털 콘텐츠 변조'.

세상은 그들을 향해 돌아섰다. 가족들은 분노했고, 친구들은 등을 돌렸다. 그들의 직장에서는 해고 통보가 날아들었다. 사회는 그들을 "무임승차자", "기여 회피자"라 불렀다.

이지수의 아파트 단지 주민들도 동요하기 시작했다. 아파트 전체의 '시민 기여도'가 하락하면서, 공공 서비스 이용에 제한이 생겼다. 엘리베이터는 더 느리게 운행되었고, 쓰레기 수거는 일주일에 한 번으로 줄었다. 단지 입구에서는 이제 모든 주민이 추가 광고를 시청해야만 출입이 가능했다.


"이지수 씨 때문에 우리가 피해를 봐야 하나요?"

주민 회의에서 한 노인이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회의실 조명은 날카롭게 그의 주름진 얼굴을 비추었다. 그의 손은 노년의 떨림 때문이 아니라 분노로 인해 떨고 있었다.

"제 손녀는 학교 셔틀버스를 타기 전에 이제 추가 광고를 15분이나 더 봐야 한대요. 단지 전체 등급이 떨어져서!"

사람들의 시선이 이지수를 향했다. 회의실은 차갑고 메마른 침묵으로 가득 찼다. 그들의 눈에는 분노와 원망이 가득했다. 마치 그녀가 사회 질서를 무너뜨리는 범죄자처럼.

"저는 단지..." 이지수가 말을 시작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작았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우리 모두가 당연히 가져야 할 권리를 찾으려 했을 뿐입니다. 광고 없이 살 권리를..."

"권리?"

아파트 동대표가 코웃음을 쳤다. 그는 매일 아침 단지 게시판에 '시민 의무 광고'를 게시하는 일에 자부심을 가진 남자였다.

"무료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대가를 지불하지 않겠다는 건가요? 그게 무슨 권리입니까? 당신 같은 사람들 때문에 우리 모두가 불편을 겪고 있어요!"

사람들이 동조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피해자 의식이 그들을 하나로 묶었다. 이지수는 그들의 눈에서 자기 정당화를 보았다—그들은 규칙을 따랐고, 광고를 보았고, 시민의 의무를 다했다. 그러니 그들은 옳았다.


"진짜 무료인가요?"

이지수가 되물었다. 회의실의 공기가 무거워졌다.

"매일 우리의 시간, 주의력, 심지어 우리의 생각까지 빼앗기면서도요? 이건 무료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세금입니다. 우리가 납부하는 가장 비싼 세금이죠."

동대표는 고개를 저었다. 그의 눈은 이지수를 보지 않았다.

"이지수 씨, 당신은 이기적입니다. 당신의 행동 때문에 우리 모두가 고통받고 있어요. 이런 식이라면, 당신은 이 아파트에서 환영받지 못할 겁니다."

그날 밤, 이지수의 문 앞에는 붉은 페인트로 글씨가 쓰여 있었다. "광고 도둑, 나가라."


법정 날짜가 다가왔다.

이지수의 변호사는 그녀에게 솔직히 말했다. 승산이 없다고. 광고주들은 그녀의 프로그램으로 인한 손해액을 계산했다. 수십억 크레딧. 그녀가 평생 갚을 수 없는 금액이었다.

"그들은 당신을 본보기로 삼고 싶어 해요," 변호사가 말했다. 그는 피곤해 보였다. 그도 이 케이스를 맡고 난 후 자신의 광고 시청 등급이 떨어지는 것을 경험하고 있었다. "가능하면 합의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프로그램을 넘기고, 사회 봉사를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이지수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아파트에서는 더 이상 도시가 보이지 않았다. 이제 그녀는 단지의 가장 낡은 동, 가장 낮은 층으로 이사해야 했다. 그녀의 창문 바로 앞에는 거대한 광고판이 있었다. 24시간 내내, 바로 그녀를 향해 광고를 송출하는.

"그럴 수 없어요," 그녀가 마침내 대답했다. "저는 잘못한 게 없어요."

변호사는 한숨을 쉬었다.

"이지수 씨, 법은 당신 편이 아니에요. 시스템이 당신을 이길 거예요."

"그럼 제가 시스템을 바꿔야겠네요."


그날 밤, 이지수는 마지막 결정을 내렸다. 불면의 밤들, 끝없는 코딩의 연속이었다. 그녀의 방은 빈 커피 잔, 끄적인 메모, 그리고 끊임없이 깜빡이는 화면의 빛으로 가득 찼다. 바로 앞 광고판은 쉼 없이 그녀의 방을 다양한 색으로 물들였다. 푸른 빛, 붉은 빛, 그리고 다시 푸른 빛.

그녀는 프로그램의 최종 버전을 완성했다. 이전 버전과 달리, 이것은 단순히 광고를 필터링하는 것이 아니었다. 이것은 광고의 본질을 변화시켰다.

새 프로그램은 광고 자체를 인식하고, 그것의 진실성을 실시간으로 분석했다. "이 제품은 실제로 임상 시험을 거치지 않았습니다", "이 통계는 조작되었습니다", "이 증언은 유료 배우가 연기한 것입니다"와 같은 정보를 광고 위에 직접 표시했다.

마지막으로, 이지수는 자신의 얼굴을 화면에 비추었다. 창백한 얼굴, 지친 눈. 하지만 그녀의 눈동자에는 결의가 담겨 있었다.

이지수는 이 프로그램을 공개 네트워크에 업로드했다. 그리고 그녀의 모든 데이터와 연구를 함께.

"프로그램 이름이 뭐야?" 진우가 프로그램을 내려받으며 물었다.

이지수는 미소지었다. 지친 미소였지만, 진실한 미소였다.

"'아버지용 진실 모드'라고 불러."


다음 날 아침, 폭풍이 몰아쳤다.

사람들이 갑자기 광고를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 모든 과장, 모든 거짓, 모든 조작이 노출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바이러스처럼 퍼져나갔다. 부모들은 자녀에게 강요되는 광고의 진실을 보았다. 노인들은 그들을 겨냥한 의료 광고의 허위성을 목격했다. 젊은이들은 그들의 불안을 악용하는 제품의 실체를 직시했다.

기업들은 즉각 대응했다. 그들은 이지수의 프로그램을 '경제 테러리즘'으로 규정하고, 정부에 즉각적인 조치를 요구했다. 정부는 인터넷을 일시적으로 차단하고, '비상 광고 등급제'를 도입했다. 모든 시민은 이제 하루 4시간의 '복구 광고'를 의무적으로 시청해야 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사람들은 질문하기 시작했다. 왜 우리는 광고를 봐야 하는가? 왜 그것은 우리의 의무인가? 누가 그런 규칙을 만들었는가?

거리에는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항의했다. 어떤 이들은 스마트렌즈를 착용하지 않기로 했다—그것은 현대 사회에서 거의 불가능한 선택이었지만, 그들은 기꺼이 그 불편을 감수했다. 어떤 이들은 '아버지용 진실 모드'를 계속 사용했다—적발 위험에도 불구하고. 또 어떤 이들은 단순히 자신의 소비 패턴을 바꾸기로 했다—광고를 봤지만, 더 이상 그것에 반응하지 않기로.


이지수의 재판은 국가적인 관심사가 되었다. 법정 밖에서는 두 집단이 대립했다. 한쪽은 그녀를 '경제 교란범'이라 비난했고, 다른 쪽은 그녀를 '정보 자유의 영웅'이라 불렀다.

마지막 재판일, 법정은 긴장감으로 가득 찼다. 이지수는 굳은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그녀는 지난 밤 잠을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의 눈에는 평온함이 있었다. 그녀는 이미 원하는 것을 이루었다—사람들이 질문하기 시작한 것.


판사는 최종 질문을 던졌다.

"이지수 씨, 당신의 행동이 사회에 혼란을 가져왔다는 것을 인정합니까?"

이지수는 천천히 일어섰다. 법정은 조용해졌다. 모든 스마트렌즈, 모든 카메라, 모든 시선이 그녀를 향했다.

"저는 단지 진실을 보여주었을 뿐입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작았지만, 또렷했다. 법정 천장의 형광등 빛이 그녀의 얼굴을 비추었다. 그것은 네온 광고의 번쩍임과는 다른, 안정적이고 차분한 빛이었다.

"만약 진실이 혼란을 가져온다면, 우리는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 걸까요?"

그녀는 렌즈를 통해 법정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판사, 배심원, 방청객, 그리고 실시간 중계를 통해 이 재판을 지켜보는 수백만 명의 시민들.

"우리는 모두 '의무시청 중'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선택할 수 있습니다. 진실을 보거나, 아니면 계속해서 거짓에 속거나."

렌즈를 통해, 모든 이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고정되었다. 아무도 다른 곳을 보지 않았다. 이것은 그 어떤 광고보다도 높은 집중도였다.


[시청 집중도: 100% - 완벽한 참여]


법정의 천장 조명이 잠시 깜빡였다. 그 순간, 이지수의 왼쪽 손가락이 살짝 움직였다.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지만, 그녀는 법정 시스템에 미리 심어둔 코드를 활성화시켰다. 그리고 판사와 배심원들의 스마트렌즈 화면에, 한순간 작은 글씨가 떠올랐다.


[진실 모드 활성화됨]


검사의 얼굴 위로 작은 데이터가 떠올랐다. [심박수 상승 - 불안 수치 87%]. 판사 주변에는 [실제 판결 기록: 기업 승소율 98%]라는 정보가 표시되었다. 광고 기업 CEO들의 머리 위에는 [실제 제품 효과 과장도: 73%]라는 수치가 선명했다.


판사의 표정이 미세하게 변했다. 그는 잠시 렌즈를 벗었다가 다시 착용했지만, 데이터는 사라지지 않았다. 이것은 단순한 오작동이 아니었다.


"휴정을 선언합니다." 판사가 갑자기 말했다. "30분 후에 재개하겠습니다."


법정은 술렁였다. 이지수는 고요히 자리에 앉아 있었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였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시작이었다.


휴정 시간, 이지수는 창가에 서서 도시를 바라보았다. 법정 건물 밖 광장에는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들 중 몇몇은 스마트렌즈를 벗고 있었다. 작은 움직임, 하지만 의미 있는.


"당신이 이겼어요."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이지수는 돌아섰다. 그녀의 변호사였다.


"아직 판결도 나오지 않았는데요."


"법정에서 이기는 것보다 더 중요한 승리가 있어요." 변호사가 말했다. "사람들이 질문하기 시작했어요. 이게 바로 당신이 원하던 거죠?"


이지수는 미소지었다. 법정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녀는 잠시 눈을 감았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아버지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건 아빠를 위한 것이기도 해요. 너무 늦었지만...'


재개된 법정에서, 판사의 표정은 달라져 있었다. 더 이상 냉정하거나 무관심하지 않았다.


"이지수 씨," 판사가 말했다. "법원은 당신의 행위가 불법임을 인정합니다."


법정이 조용해졌다.


"하지만 동시에, 이 사건이 제기하는 근본적인 질문들에 대해 우리 사회가 더 깊이 고민할 필요가 있음을 인정합니다."


이것은 승리가 아니었다. 이지수는 여전히 벌금을 내야 했고, 사회봉사를 해야 했다. 그녀의 프로그램은 공식적으로 불법으로 선언되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미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사용하고 있었다.


판결 후, 밖으로 나온 이지수는 작은 군중을 마주했다. 그들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한 여성이 물었다. "진실을 보기 위해?"


이지수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단순히 말했다.


"선택하세요."


그날 밤, 이지수는 새벽녘에 일어나 창밖을 바라보았다. 도시의 광고판들은 여전히 그곳에 있었다. 여전히 반짝이고, 여전히 유혹했다. 세상은 하룻밤 사이에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작은 변화가 시작되고 있었다. 어떤 이들은 렌즈를 벗었다. 어떤 이들은 그것을 계속 착용했지만,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떤 이들은 질문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이제 알았다. 진정한 자유는 보지 않을 자유가 아니라, 진실을 볼 자유에 있다는 것을.

그녀의 행동은 선택의 연속, 작은 저항들의 합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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