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텐션과 기승전결]
2019년, 방탄소년단이 "MAP OF THE SOUL: PERSONA"를 발매했습니다. 세상은 온통 핑크빛이었습니다. 타이틀곡 "Boy With Luv"는 봄바람처럼 가벼웠고, 멤버들의 머리카락은 파스텔 톤으로 물들었으며, 무대 위 그들은 사랑에 빠진 소년들처럼 수줍게 웃었습니다. 팬덤의 공기조차 달콤했습니다.
그리고 불과 6개월 후, "MAP OF THE SOUL: 7"이 발매되었습니다.
세계는 뒤집혔습니다. 타이틀곡 "ON"은 대지를 울리는 북소리와 함께 시작되었고, 멤버들은 검은색 제복을 입고 전사처럼 비장했습니다. 메시지는 깊은 심연을 건드리는 성찰이었고, 무대는 치열한 전쟁터였습니다. 봄날의 소년들은 사라지고, 고뇌하는 예술가들이 서 있었습니다.
같은 그룹이지만, 완벽하게 다른 두 개의 우주였습니다.
메시지, 템포, 리듬, 패션, 심지어 무대를 대하는 눈빛까지. 6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사이에 PERSONA의 세계는 저물고 7의 세계가 도래했습니다. 팬덤 역시 이 거대한 지각 변동에 발맞췄습니다. 핑크색 응원봉을 내려놓고 검은색 깃발을 들었습니다. 밝고 명랑한 말투 대신 진지하고 비장한 언어로 아티스트를 지지하기 시작했습니다.
만약 이때, 팬덤 액티비티 서비스가 운영되고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PERSONA 컨셉에 맞춰 개발된 서비스는 여전히 화사한 핑크빛 UI로 반짝이고, 경쾌한 휘파람 소리가 BGM으로 흐르고 있었을 것입니다. 캐릭터들은 파스텔 톤 니트를 입고 해맑게 웃고 있겠죠.
하지만 현실의 팬들은 어둡고 비장한 신곡 "ON"을 들으며 전율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화면 속 캐릭터와 현실의 아티스트 사이, 좁혀지지 않는 치명적인 인지 부조화가 발생합니다. 몰입은 깨지고, 팬심은 갈 길을 잃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두 가지 갈림길에 섭니다.
첫째, 기존 시스템을 억지로 뜯어고치는 것입니다. UI를 급하게 어둡게 칠하고 BGM을 바꾸지만, Day 1부터 쌓아온 밝은 일기들과의 맥락이 끊어집니다. 100일의 여정이 누더기처럼 기워집니다.
둘째, 시즌을 나누는 것입니다. PERSONA의 세계를 명예롭게 졸업시키고, 7의 세계를 Day 1부터 새롭게 시작하는 것입니다.
메제웍스는 주저 없이 후자를 선택했습니다.
앨범이 바뀌면 시즌이 바뀝니다. 아이돌의 앨범 주기가 곧 팬덤 액티비티의 시즌 주기가 됩니다. 이것이 100일 시즌제의 탄생 배경입니다.
15화에서 우리는 심박수를 조율했습니다. 16화에서는 그 심장이 멈추고 다시 뛰는 순간, 즉 끝과 시작을 이야기합니다. 영원히 지속하고 싶은 욕망을 거스르고 왜 굳이 끝을 설계하는가? 끝이 있기에 시작이 설레고, 졸업이 있기에 입학이 의미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에는 동영상과 음악이 수만 겹으로 영원히 흐르고 있습니다. 플레이리스트는 자동 재생으로 끝없이 이어지고, 넷플릭스는 다음 에피소드를 권유하며, 유튜브는 알고리즘으로 추천 영상을 끝없이 밀어냅니다. 디지털 세계는 끝을 모릅니다.
게임도 마찬가지입니다. MMORPG의 고질적인 딜레마는 끝이 없다는 것입니다. 레벨 50, 100, 200. 숫자는 무한히 올라가지만 새로움은 사라집니다. 소위 만렙을 찍은 유저는 갈 곳을 잃습니다. 더 좋은 장비, 더 강한 보스를 내놓아도 결국은 숙제의 반복일 뿐입니다. 어제 잡은 몬스터를 오늘 또 잡아야 하는 무한 굴레. 못된 오래된 연인처럼 유저가 지쳐 그만둘 때까지 무의미하게 반복하여 이어질 뿐입니다. 커뮤니티에는 "할 게 없다", "지겹다"는 아우성이 퍼지고, 결국 서비스는 서서히 말라 죽습니다.
장수 예능 프로그램도 마찬가지입니다. 무한도전은 대한민국 예능의 전설이었지만, 10년이 넘어가자 새로움보다는 익숙함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시청자들은 멤버들의 반응을 예측하기 시작했고, 제작진은 매주 새로운 아이디어를 짜내느라 탈진했습니다. 영원할 것 같았던 사랑도 익숙함이라는 권태 앞에서는 무력했습니다.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끝이 있습니다.
응답하라 시리즈를 보십시오. 1997, 1994, 1988. 각 시리즈는 16부작으로 완결되었지만, 바로 그 완결이 있었기에 다음 시리즈에 대한 기대감이 폭발했습니다. "이번엔 1988년이래!" 팬들은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준비를 하며 설렘에 잠 못 이뤘습니다.
프로듀스 101이 전국을 뒤흔든 이유는 무엇일까요? 투표 기간이 정해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데드라인이 명확했기에 팬들은 "지금 아니면 내 픽이 떨어진다"는 절박함으로 몰입했습니다.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이, 지금 이 순간을 가장 뜨겁게 만들었습니다.
디지털일수록, 자동화될수록, 절차적 생성일수록 더더욱 끝이 필요합니다. 기계가 무한히 찍어낼 수 있기 때문에 인간은 오히려 의미를 잃습니다. 끝이 있어야 시작이 소중하고, 졸업이 있어야 입학이 설렙니다.
게임 업계의 현명한 해답은 초기화였습니다.
디아블로의 래더 시스템, 패스 오브 엑자일(POE)의 리그 시스템을 보십시오. 3~4개월마다 공들여 키운 캐릭터와 아이템이 모두 사라지고 레벨 1로 돌아갑니다. 유저들은 분노할까요? 아닙니다. "드디어 새 시즌이다!"라며 환호합니다. 6개월 전 시작한 고인물도, 오늘 온 뉴비도 똑같은 출발선에 섭니다. 모두가 맨주먹으로 시작하는 그 순간, 게임은 다시 공정해지고 신선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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